의대진학에 관하여 <5>
지난 칼럼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국에는 125개의 의대가 있고 학부를 졸업해야만 진학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매년 지원자의 40% 정도가 합격하기 때문에 마음먹고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학점과 시험 성적에 가장 신경을 써는 반면 부모들은 의대 진학 후에 얼마나 많은 경비가 들어가는지에 가슴 졸인다. 사실 의사라는 직업이 돈을 많이 버는 편에 속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의사가 되기까지 들어가야 하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도대체 얼마나 돈이 드는 걸까? 또 다른 부모들은 그 돈들을 어떻게 충당할까? 부자가 아니면 자식을 의대를 보내지 말아야 하는가? 아이들에게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속 타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의대 학비는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특히 주립, 사립 그리고 해당 주의 거주민(resident) 여부에 따라 두세 배 이상 차이가 있다. 지난 칼럼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입학생 70% 이상이 비거주 학생인 사립 의대는 거주 여부에 상관없이 대부분 같은 학비를 받는다. 예를 들면 2006년도 학비가 제일 비싼 의대는 Tufts 의대로 4만8,034달러였다. 그 뒤로 보스턴 의대 (4만4,314) 그리고 툴레인 의대(4만3,830)였다. 잘 알려진 사립 의대 중에는 코넬(3만9,283), 하버드(4만279), USC(4만2,164)였다. 사립 의대 중 가장 싼 곳은 텍사스에 있는 Baylor 의대 (거주민 1만4,003, 비거주민 2만7,103달러)였다. 주립 대학교의 경우는 거주민들에게는 사립대학보다 저렴하지만 타주 출신에게는 사립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또 학교마다 학비 차도 크다. 거주민과 비거주민의 차이가 가장 큰 학교는 Southern Illinois 의대다. 거주민 학비가 2만2,284달러인데 비해 비거주민은 6만2,572달러로 거의 4만달러 정도의 차이가 있다. 다른 주립 의대 중에서 Texas A&M(9,357달러와 2만2,457달러), UCLA(2만3,104달러와 3만5,349달러) 그리고 테네시 의대(2만322달러와 3만7,712달러)이다. 비거주민 학비가 제일 싼 주립 대학은 미시시피 의대(2만1,264달러)다.
생활비 또한 고려돼야 한다. 사실 생활비는 지역과 학생의 생활수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나온 통계가 없지만 어림잡아 평균 2만~4만달러 정도라 가정할 때 4년간 공부하는데 드는 경비는 진짜 허리가 휘청할 정도이다. 그럼 학생들은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까?
2005년 3월 미국 의과대학연합회(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에서 나온 보고서를 살펴보자. 학생들은 총 경비의 65% 가량을 은행 대출(loan)로, 18% 정도를 장학금 등으로 충당했다. 가족 보조는 10%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2004년 기준으로 주립 학교를 졸업한 의대생은 평균 10만달러, 사립대 졸업생은 평균 14만달러의 은행 빚을 지게 되었다. 또한 전체 졸업생의 17% 가량이 전혀 빚을 지지 않았다. 채무액이 20만달러인 의대 졸업생도 4.6%나 됐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통계는 과거 20년 동안 의대 진학생들의 60%가 부모들의 소득이 상위 20% 안에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수입이 하위 20% 내에 드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3~4%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의대생들 가운데서는 부유한 집안 출신들이 많고 부모가 의사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숫자들은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들에게 기운 빠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기의 꿈이 이런 숫자들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 학비가 얼마나 비싸든 집안의 경제사정이 어떠하든 좋은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꿈을 갖는 것은 너무도 훌륭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절대로 포기하기 말고 오히려 이빨을 더욱 꽉 깨물고 열심히 해야 한다. 분명히 기억할 것은 살다보면 뜻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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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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