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CNN이 실시한 일제 군위안부 관계 인터넷 여론조사는 희대의 사기성 언론플레이에 의한 대중조작의 한 전범(典範)으로 언론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대위안소에 대해 ‘다시’ 사과해야 하는가?” 9일까지 계속된 이 여론조사에는 무려 175만여 명이 참가했는데 결과는 ‘다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가 80%, ‘다시 사과해야 한다’가 20%였다.
이 조사는 일본이 일제 종군위안부 문제를 과거에 이미 사과한 바 있는 데 ‘또 다시’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고 오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말을 모르는 일반 미국인들은 당연히 “한 번 사과했으면 됐지 60년이 훨씬 지난 일을 가지고 미국 의회가 문제를 삼을 필요가 있느냐?” 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만약 미국 의회가 결의안을 통과한다 해도 일본은 사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는 AP통신 도쿄발 기사의 옆에 여론조사 코너를 마련한 것도 부정적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
CNN의 인터넷 투표 결과는 몇 가지 면에서 의외성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사흘도 채 안 돼 투표 참가자가 175만을 넘었다는 점이다.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있는 기사도 아니고, 검색어로 밀려 나 있는 기사의 하단에 마련된 즉석 투표의 참가자 규모론 엄청난 수치다.
바로 여기에 대중조작의 의도가 숨어 있다. 히틀러의 나치정권과 박정희의 3공이 대중조작의 명수였던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히틀러는 “유태인들이 영국에 전비를 대서 우리가 1차대전에서 졌다”고 거짓정보를 퍼트려 대중들이 이를 믿게 만들었고, 박정희는 “이북이 남침한다”며 국권을 찬탈하고 강권정치를 정당화했다.
CNN이 “일본이 또 사과해야 하는가?” 라는 퍽 유화적인 질문으로 조선의 2천만, 중국의 2억, 필리핀의 1천만 등 아시아의 3억 인구가 당한 저 잔혹한 전화의 진실을, 그리고 아름다운 꽃으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생명보다 귀한 여린 ‘여성’을 갈기갈기 찢어 능욕한 일제의 만행을, 그 진상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호도하는 대중조작의 도구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이번 미 의회에 발의된 문제의 결의안은 그 목적이 일본이 진정한 역사청산을 통해 후손들이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진정한 아시아의 선린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 함축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그런 취지를 도외시하고 CNN이 ‘일본이 또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 는 식의 질문을 던진 것은 틀림없이 어떤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사과란 정부대표 한두 사람의 성명으로 되는 게 아니다. 먼저 일본의 언론이 과거사 정리에 앞장서고 일본 전 국민을 대표하는 중의원의 결의와 역사교과서의 일제만행 기록, 그리고 진심에서 머리를 조아려 바치는 응분의 배상, 그 게 진정한 사과를 의미하는 게 아니겠나?
엄청난 투표 참가자 숫자와 결과를 볼 때 일본 네티즌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전 세계 도처에 있는 우리 대한인들도 이 문제에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겠다. 만일 유태인들이 이런 모욕을 당했다면 우리처럼 강 건너 불처럼 구경만 하고 있겠나? 고국의 언론은 또 뭔가? 3공시절부터 거짓 보도와 보도회피로 치부해온 일부 고국의 언론들은 ‘뉘 집 개가 짖나?’ 하고 팔짱 끼고 있는 것 또한 정말 한심한 일이다.
정의를 세우기 위해 우리 민중들이 또 다시 일어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1919년 삼일절 때처럼. 그 때는 죽음을 각오한 시위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결의안 통과 지지 서명운동은 인터넷을 방문해서 클릭 몇 번만 하면 되는데 한국인이라면 이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정신대문제 해결은 경술국치를 벗어나 진정한 국권회복에 다가가는 한 과정이다. 미국 의회에서 일제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된 결의안 통과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결의안 통과 캠페인이 미국의 시민들과 정치지도자들의 우리 민족이 지난 세기 겪어온 고난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통일염원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세계만방에 진출한 우리 민족 모두가 통합의 정신이었던 3.1운동의 정신으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미 의회의 결의안통과 지지서명 캠페인에 참가할 것을 호소한다.
우리의 민족사에 더 이상의 경술국치를 용납해서는 안 되겠다.
이선명/USNews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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