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하루, 초록 품에 쉬어가자
화씨 90도를 넘나들며 갑작스런 한여름의 날씨가 찾아왔던 지난 주말, 아케디아에 위치한 LA 카운티 식물원을 찾았다. 지난 2002년부터 추진돼온 ‘한국정원(Korean Garden)’ 조성사업이 최근 한인사회 차원에서 기금이 모아지는 등 가닥을 잡고 있어 한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이 식물원의 애칭은 ‘공작새 공원’. 다소 과장스런 표현이지만 ‘공작새가 발에 밟힌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공작새를 만날 수 있어 신기했다. 다양한 나무, 꽃과 식물을 구경해 볼 수 있는 이곳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가볍게 피크닉을 즐기러 오는 방문객들이 주말마다 이어진다. 금방 지나가 버릴 것 같은 이 봄, LA 카운티 식물원으로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떠나보자.
■ LA 카운티 식물원은 어떤 곳…
수목원과 식물원으로 127에이커 규모
매주 3번째 일요일은 가족 피크닉의 날
공식 명칭은 ‘The Arboretum: Los Angeles County Arboretum & Botanic Garden’으로 영화 ‘타잔’을 비롯 80년대는 달라스, 다이내스티, 팬터지 아일랜드 등이 촬영되기도 한 곳으로 유명하며 매년 30만명이상이 찾는다. 수목원과 식물원으로 127에이커의 대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크게 호주,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정원, 그리고 역사지구로 나뉘어 지역별로 수집된 다양한 나무와 식물이 그림같이 조성돼있다.
무성한 나무숲 사이를 지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레 산림욕을 만끽하게 된다. 이국적인 열대 식물에서부터 작은 허브 밭까지 다양하게 꾸며져 있는데, 크고 작은 정원이 다양한 이름으로 15개 정도가 자리하며 레드우드 숲, 캘리포니아 야생화 단지, 감귤숲, 야자수와 대나무 숲, ‘퀸 앤 카티지’(Queen Anne Cottage), 목재 외양간 겸 헛간인 ‘코치 반’(Coach Barn) 역사적 건물 등 32개의 볼거리로 분류돼있다.
식물원 서북쪽으로 샌개브리엘 마운틴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식물원 중심에는 볼드윈 레이크가 자리한다. 입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아프리카, 호주 정원, 왼쪽에는 볼드윈 레이크를 중심으로 아메리카, 아시아 정원 및 역사지구로 나뉜다.
입구에 들어서면 공작새의 사진과 모형 알, 책자, 깃털, 공작새 그림의 부채를 넣어둔 조그만 전시상자를 지나게 된다. 공작새는 암수가 함께 뛰노는데 흔히 그림책에 등장하는 화려한 날개를 지닌 새가 바로 수컷이다. 커다란 뚱뚱한 몸매에 날개까지 달려있어 어찌 나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뛰는 듯, 나는 듯 나무 위로도 올라가 더러는 울기도 해 방문객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한다. 특히 아마추어 또는 프로 사진작가들의 표적이 되곤 하는데, 공작새를 놀래키지 않기 위해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공작새의 사진을 찍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공작새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도한 표정으로 흡사 모델처럼 포즈를 취해 주기도 한다.
<흐드러진 매화꽃나무가 방문객을 반기는 입구 전경>
총 8,000여종의 식물이 가득 찬 이 곳에는 가는 곳마다 식물에 대한 정보 설명지가 있어 자녀 교육에도 편리하다. 가장 인기코스인 작지만 아담한 메이버그 폭포(Meyberg Waterfall) 위에서는 어린이들이 ‘야호’ ‘우와’하고 신나게 소리 지르기도 하며 폭포 옆 작은 연못은 자연의 생태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된다.
감귤 숲에는 금방 떨어질 것 같은 오렌지가 매달려 있으며 ‘퀸 앤 카티지’ ‘코치 반’ ‘아도비’등 1880년대 역사건축물이 모여 있는 역사지구에서도 옛 건물과 옛 사륜마차 등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치 반’에는 볼드윈의 기록 및 사진이 전시돼 있으며 ‘퀸 앤 카티지’에는 럭키 볼드윈의 부인이었던 진 덱스터 볼드윈의 스테인드글래스 전신 초상화를 비롯 1865~ 1880년대 고풍스런 베드룸, 나선형 계단, 르네상스 리바이벌 스타일의 퍼니처, 루이15세 스타일의 앤틱 피아노 등이 볼만하다.
현재 꽃나무들이 만개해 있어 볼만한데, 능소화과의 타베비아 꽃나무, 매화, 벚나무, 홍매화나무꽃, 개나리, 박태기나무꽃 등이 만개해 있다. 목련과 동백꽃은 거의 끝물이라 시들고 있으며 ‘그레이스 칼램 사계절 정원’에서는 팬지꽃, 아이리스, 이팝나무 등을 볼 수 있다. 이국적인 향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트로피컬 그린하우스’(Tropical Greenhouse) 온실에서는 이국적인 다양한 색깔의 난이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매화, 벚나무 등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있는 LA 카운티 식물원은 운동 삼아 산책하기에 좋다>
매주 3번째 일요일은 가족 피크닉의 날이지만 꼭 그날이 아니어도 방문객들은 곳곳에 그늘을 찾아 간단한 샌드위치를 싸와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또한 시원한 음료와 샌드위치 등을 먹을 수 있는 공작새 카페(peacock cafe)를 비롯 가든 & 기프트 샵에서는 정원 가꾸기에 대한 최신 책이나 도구, 선인장, 난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날 하루만 문을 닫고 일년내내 쉬지 않고 문을 여는 이곳은 주말마다 다양한 행사가 이어져 볼만하다.
■LA 카운티 식물원 봄맞이 프로그램
식물원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클래스, 프로그램, 세미나, 강연 등을 제공한다. 주말마다 다양한 행사도 이어지는데, 17~18일에는 일본식 꽃꽂이 국제 행사, 21일은 ‘식물과 사람’ 강연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레리 이스턴의 강연, 4월6일에는 산타애니타팍 5K 뛰기, 7일 부활절 에그 헌트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28~29일 퍼시픽 로즈협회 주최 장미쇼, 5월5~6일 LA최대 규모의 LA 가든쇼가, 12~13일에는 마더스 데이 행사로 제라늄 꽃 쇼가 열린다. 한편 매달 3번째 일요일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가족 피크닉을 할 수 있다. 피크닉이라도 술 종류나 애완동물은 가져 올 수 없다.
또한 새들을 관찰하며 산책하는 코스인 패밀리 버드 워크가 매달 첫번째 토요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마련된다. 6세 이상 동반할 수 있으며 부모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가족 모험 웍샵(family adventures)은 전문 식물원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식물원 투어와 자연관찰 및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족 웍샵은 매달 첫번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참여할 수 있다.
‘가든 스프라웃츠’(Garden Sprouts)는 나무나 식물 심기, 게임, 가든 크래프트 등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으며 부모가 함께 해도 되지만 아이만 참여시켜도 된다. 매달 첫번째와 세번째 토요일에 열리며 5~8세 대상. 시간은 오전 9~11시까지로 참가비용은 12달러선.
그 외 사진 클래스(2주 전 예약), 타이 치 클래스(월요일 오후 6시30분~7시30분, 3월12~4월30일, 5월7일부터 7월2일, 52달러, 626-821-4623), 스토리텔링(매달 3번째 일요일 오후 2시), 토마토 세미나(28일 오전 10시), 쿠킹 클래스, 가드닝 클래스 등 다채롭게 참가해볼 수 있다. 또한 멤버십에 가입하면 각종 클래스와 가든&기프트 샵에서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으며, 매거진과 캘린더를 받을 수 있다. (626)821-3233
식물원 라이브러리는 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픈, 토·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클래스 문의 (626) 821-4623 식물 정보 핫라인(626)821-3239
<카운티 식물원내 기프트샵에서는 선인장, 꽃화분, 씨앗, 책자 등을 구입할 수 있으며 가드닝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 정보
LA 식물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오픈한다. 오후 4시30분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멤버는 오전 8시부터 입장할 수 있다. 한편 매달 3번째 화요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 성인 7달러, 62세 노인 및 학생(ID 지참) 5달러, 5~12세 2.50달러, 4세 이하는 무료. (tram 라이드는 3달러) 파킹 무료.
주소 301 N. Baldwin Ave. Arcadia, CA. 문의 (626)821-3238
www.arboretum.org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10 East에서 605 North를 탄 뒤, 210 번 West를 타고 가다가 Baldwin Ave.에서 내려 Foothill에서 우회전, 다시 Baldwin에서 우회전 하면 오른쪽에 식물원을 만난다. 또는 LA 한인타운에서 110 North를 타고 가다가 5번 North, 2번 North, 134번 East를 타고 가다가 210번 East, Baldwin Ave.에서 내려 우회전한다.
▲주의할 점
식물원이 매우 넓어 오래 걷게 되므로 편안한 운동화나 신발을 싣는 것이 좋다. 커다란 우산이나 양산도 햇볕가리기에 좋다. 반드시 선스크린을 바르고 물병을 가지고 간다.
식물원 내에서는 흙이나 나무, 꽃, 식물, 씨앗 등은 함부로 가져 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재 트램 투어는 보수중으로 식물원측에서는 여름에 다시 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봄맞이 행사 다양… 무료 입장의 날도
LA카운티식물원 ‘한국정원’조성 추진
■ LA 인근의 다양한 식물원
해마다 이맘때면 LA카운티 식물원 외에도 데스칸소 가든, 헌팅턴 라이브러리, 게티 센터, 팔로스버디스 사우스코스트 가든 등 유명 정원 및 식물원에서 주말마다 봄맞이 행사가 이어진다. 잘 찾아보면 무료 입장의 날도 있어 알뜰 나들이도 가능하다.
<‘한국정원’(Korean Garden)이 들어서는 부지 앞에 세워진 표석. 한국의 ‘비원’을 본딴 정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헌팅턴 라이브러리
‘캔터베리 이야기’등 희귀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지만 아트 갤러리와 야외 식물원과 정원 등은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매달 첫번째 목요일은 무료. 150에이커 규모의 식물원은 선인장 정원을 비롯해 로즈가든, 일본식 정원, 셰익스피어 가든, 팜 가든, 젠 가든, 데저트 가든 등 15개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다. 24~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분재 쇼가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 6~15달러, 4세 이하 무료.
주소 1511 Oxford Rd. San Marino
문의 (626)405-2215 www.huntington.org
▲게티 센터
405 프리웨이 근처 샌타모니카 마운틴 산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언제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넓고 쾌적한 전시 공간에다가 박물관으로 가는 미니 트램 탑승까지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르누아르, 모네, 반 고흐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품, 중세 미술 등 귀한 예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야외 카페와 정원은 아이들이 뛰어놀며 함께 산책하기에 안성맞춤. 주차비를 별도로 8달러 받는다. 월요일은 휴관.
주소 1200 Getty Center Dr., LA
문의(310)440-7330 www.getty.edu
▲데스칸소 가든
스프링 페스티벌로 봄꽃 축제가 오는 5월20일까지 열리며, 17~18일에는 동백꽃 쇼가 열린다. 오픈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입장료 2~7달러, 5세 미만 무료.
주소 1418 Descanso Dr., La Canada. 문의 (818)952-4401 www.descanso.com
▲팔로스버디스 사우스코스트 가든 (South Coast Botanic Garden)
87에이커 규모로 세계 각국의 희귀한 식물들이 모여 있다. 어린이 가든이 있으며 연못, 그리고 식용 허브 밭들을 견학할 수 있고 다양한 클래스 프로그램도 있다. 4월7~8일에는 선인장 쇼가 열린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하며 입장료는 2.50~7달러, 5세 미만 무료.
주소 26300 Crenshaw Bl., Palos Verdes Peninsula, CA 90274
문의 (310)544-6815
www.southcoastbotanicgarden.com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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