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Big Sur’
로스앤젤레스에서 하이웨이 1번을 타고 북행하다 보면, 캘리포니아 중부 샌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를 지나, 해안인지 산맥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역을 만나게 된다.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경관에 매혹되거나 안개 때문에 하이웨이 출구 램프를 미리 알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LA에서 북쪽으로 약 300마일, 샌프란시스코 남쪽으로 약 150마일 거리에 위치한 관광 및 휴양지 빅 서(Big Sur).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어느 해안 지역에서도 보기 드물게 산과 바다가 직접 닿아있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왼쪽으로는 틀림없이 가파른 절벽과 태평양이 펼쳐져 있는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남가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키 큰 레드우드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LA에서 1박2일, 또는 2박3일 코스로 다녀오기에 적합한 빅 서는 한 주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쉬고 재충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주말 여행지. 문학가 헨리 밀러가 ‘신이 원했던 지구의 모습 그대로’라고 표현한 빅 서만의 매력과 특징을 알아본다.
■역사 및 배경
1770년대 몬트레이 베이(Monterey Bay)에 정착하기 시작한 스페인 식민지 개척자들이 몬트레이의 남쪽에 방대하게 미개척된 지역이라는 뜻에서 ‘큰 남부의 땅’ 혹은 ‘큰 남부’의 의미를 가진 엘 서 그란데(The Big South)라고 지칭한 데서 현재의 이름이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도 빅 서는 개발의 물결에 휩싸이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존해 냄으로써 다른 해안 도시들과 달리 화려한 생기보다는 잔잔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빅 서를 따라다니는 설명이‘최고의 로맨틱 여행지’‘평생 한번은 방문해야 하는 세계 50대 여행지’‘주말여행으로 가장 훌륭한 목적지’‘가장 멋진 휴가를 약속해주는 여행지’등.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에서부터 플레이보이 매거진까지 각종 잡지와 여행 관련 설문조사에서 빅 서가 톱 10 리스트를 지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천연의 미가 살아있는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지형적 조건은 멋진 자연 경관 이외에도 하이킹, 캠핑, 낚시, 사냥, 그리고 예술과 명상의 공간을 제공해 준다.
무려 18년에 걸친 공사 끝에 하이웨이 1이 1937년 완공되었을 때, 고속도로 주변 해안 도시들은 재빨리 관광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지만, 유독 빅 서는 거주자들과 지역 정부의 노력으로 모든 상업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있었다. 그런 환경은 빅 서를 고요하고 은밀한 휴식처로 만들어 주었고, 20세기 중반부터 문학인과 예술가들에게 매혹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시인 로빈슨 제퍼스, 소설가 헨리 밀러, 리처드 브러티건, 저널리스트 겸 작가 헌터 S. 톰슨, 시인 겸 소설가 드젝 케러웩, 사진작가 에드워드 웨스턴, 영화인 오슨 웰즈, 배우 리타 헤이워드 등 당대 미국의 문학, 예술, 철학 분야를 이끌던 인물들이 빅 서로 모여들었다.
■인근 주요 관광지
가파른 절벽-태평양 끼고 키 큰 레드우드 숲 펼쳐져
<빅 서 바닷가 초원에서 소 떼가 풀을 뜯고 있다. 소 이외에 말과 얼룩말도 종종 볼 수 있다>
포인트 서 라이트 스테이션 (Point Sur Light Station)
카멜 남쪽으로 19마일 떨어진 바다에 361피트 높이로 솟아있는 화산암 위의 등대이다. 1889년, 전형적인 19세기 등대로 건설되어 1972년까지 운영되었으나, 현재는 가이드와 함께 하는 투어만 허용되고 있다. 날씨가 좋은 토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일요일 오전 10시에 투어가 있으며, 4월부터 10월까지는 문라이트 투어가 제공된다.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 투어는 300피트 높이를 30분씩 오르내리는 하이킹이 요구되기 때문에 노약자는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자세한 문의는 831-625-4419, 또는 www.pointsur.org.
벤태나 자연 보호구역 (Ventana Wilderness)
샌타루시아 산(Santa Lucia Mountains)에 펼쳐진 16만7,323에이커의 미개발지이다. 해발 600피트부터 5,750피트까지 다양한 높이의 날카로운 산등성이가 모여 는데, 그 속에 거대한 바위 사이로 흐르는 시내, 폭포, 깊은 연못과 온천이 모여 빅 서 리버를 이루고, 관목 수풀지대와 열린 잔디 초원부터 소나무 숲, 레드우드 숲, 그리고 이 지역에서만 자라는 샌타루시아 전나무 숲 등이 있다.
237마일에 달하는 하이킹 트레일에서는 자동차로 드라이브 할 때 느끼지 못하는 완전한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55개 트레일 캠프가 마련되어 있다. 자세한 문의는 빅 서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빅 서와 카멜 사이에 위치한 빅스비 브리지.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멋진 아치와 주변 정경 덕에 자동차, 크레딧 카드, 항공사 등 광고에 자주 등장해 왔다>
파이퍼 빅 서 스테이트 팍 (Pfeiffer Big Sur State Park)
빅 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방문객이 많은 공원이다. 1,006에이커의 자연 속에 204군데 캠프 사이트, 피크닉 테이블, 하이킹 트레일, 그리고 수영할 수 있는 폭포 및 강이 있다. 레드우드, 커너퍼, 오크, 시카모어, 코튼우즈, 메이플, 앨더, 윌로 등의 나무와 초원이 가득하며, 국립 해변인 파이퍼 비치와 인접해 있다.
3~4월에는 파피를 비롯한 들꽃이 유난히 아름답다. 또한, 공원 내 야구장 옆에 식민지 시대 나무라는 뜻의 ‘콜로니얼 트리’(Colonial Tree)로 불리는 빅 서에서 가장 오래되고 커다란 레드우드 나무가 있다. 일반 레드우드의 높이인 350피트를 훨씬 넘던 나무지만, 벼락으로 인해 윗부분이 잘라져 나간 상태다.
파이퍼 비치(Pfeiffer Beach)
해안 절벽 사이로 예상치 못한 넓은 모래사장을 갖추고 있어, 빅 서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아치 모양의 바위 사이로 석양이 유난히 아름답고,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그림엽서에서나 보던 광경을 떠올리게 해준다.
단, 하이웨이나 큰 길에서 들어가는 입구에 특별한 표시가 없고 길이 유난히 험해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도를 보면서도 찾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기므로, 미리 정확한 길안내를 받는 것이 좋다.
<빅 서 북쪽으로 국립공원과 만나는 바다는 물이 다소 차갑지만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언제나 인기 있는 곳. 운이 좋으면 간혹 지나치는 고래나 돌고래와 함께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다>
앤드류 몰레라 스테이트 팍 (Andrew Molera State Park)
카멜 남쪽으로 23마일 떨어진 해안 공원. 빅 서 리버와 나란히 만들어진 오솔길이 이 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카모어 나무와 들꽃이 많이 핀 벌판 사이로 1마일 가량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꽤 넓은 모래사장을 만나게 된다. 오솔길 동쪽으로는 다섯개의 다른 산맥을 바라보는 경관이 펼쳐져서 산책이나 하이킹 하는 도중에 수시로 멈추어 정경을 음미하게 된다. 이외에도 4,800에이커 안에 무수한 하이킹 트레일과 24군데 캠프 그라운드가 마련되어 있다.
헨리 밀러 도서관 (Henry Miller Library)
빅 서에 거주했던 예술인들 중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었던 작가 겸 화가 헨리 밀러를 기념하는 도서관 겸 미술관이다. 미술 전시실, 조각공원, 그리고 고서와 희귀서적을 모아놓은 도서관 및 서점 등이 있다. 웹사이트는 www.henrymiller.org
하이웨이 1번 타고 북행, LA서 300마일
일교차 심해 한여름도 따뜻한 옷 준비
- 일교차가 심하고 안개 끼는 날이 많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따뜻한 옷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 어린 아이들에게는 빅 서의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가 다소 지루할 수 있으므로 10세 이하 어린이들이 동행할 경우, 놀거리를 충분히 가져가고, 하루쯤 몬트레이 아콰리엄 (www. mbayaq.org/)을 방문할 수 있게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일부 숙박시설과 스파에는 연령제한이 있으므로 예약 시 아이의 나이를 밝히도록 한다.
- 빅 서의 캠프장들은 2인, 혹은 4인씩 인원이 제한되며, 자연보호 관련 규칙이 엄격한 편이어서 시설도 제한된 곳이 있다. 미리 웹사이트나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예약이 항상 밀려있으므로 방문 수개월 전에 계획을 세우고 예약해 두어야 캠프장을 구할 수 있다.
- 하이킹 코스는 2.4마일부터 8마일까지 다양한데, 일반 운동화 차림으로 편안히 오갈만한 길은 아니다. 초보자는 무리한 코스를 피하고, 하이킹 부츠, 모자, 음료수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쪾12월부터 4월은 그레이 웨일이 캘리포니아 연안으로 이주하는 기간이다. 빅 서 바닷가는 내륙과 만나 있기 때문에 하이웨이를 내리자마자 큰 길에서도 이따금 고래를 볼 수 있다.
■정보와 연락처
빅 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www.bigsurcalifornia. org, 혹은 831-667-2315(Big Sur Chamber of Commerce)를 통해 알아볼 수 있으며, 웹사이트 www.bigsurcalifornia. org/pdf/BigSurGuide2006-07.pdf를 방문하면, 숙박시설, 식당, 캠프장, 국립공원, 비치, 아트 갤러리 및 주요 상점, 그리고 빅 서에서 개최되는 주요 행사까지 간단한 정보와 연락처를 모두 볼 수 있다.
고은주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