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드라이브라면 컴퓨터 안에 든 필수 부품에 불과했다. 품질에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조사들도 가격 말고는 별로 경쟁하지 않았고 하드 드라이브의 기능 또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회수하는 것 정도로 별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하드 드라이브를 컴퓨터 밖으로 빼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평범한 회색 상자에 약간의 스타일을 첨가해 놓고 제조사들은 차이를 자꾸 내세운다. 과거 전자제품 상점 진열대에서 노트북 가방과 빈 DVD, CD의 뒷자리나 차지하던 하드 드라이브가 알루미늄 케이스에 알록달록한 색깔 옷을 입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 하고 있는 것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휼렛-패커드’ ‘미디어스마트’와 ‘미디어 볼트’ ‘시게이트’ ‘프리에이전트’와 ‘데이브’>
판매 갈수록 늘면서 색상·디자인 경쟁
홈네트웍·셀폰에 연결 등 기능도 다양화
작년 평균가격 141달러, 용량은 두배로
‘라시’가 새로 내놓은 드라이브 ‘d2’는 스코틀랜드 디자이너 닐 풀튼이 디자인한 알루미늄 합금 케이스에 들어 있다. ‘시게이트’의 ‘데이브’는 무선으로 셀폰에 연결되는 20기가바이트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인데 크기는 소형 셀폰보다 작다.
지난해에 소비자 전제제품 업계에서 눈의 띈 현상 중 하나가 외부용 하드 드라이브 수요 강세였다. 2006년에 미국 사람들이 외부용 하드 드라이브 구입에 쓴 돈은 6억달러로 2005년보다 53%나 많았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난해에 소비자들이 사들인 하드 드라이브 용량은 7억3,970기가바이트로 2003년에 비해 11배가 넘었다.
그러한 수요를 부채질하는 것은 물론 미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음악, 사진, 영화를 백업할 필요인데 그로 인해 불가피해진 가격 하락에 맞서 조금이라도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제조사들은 요리조리 모양을 내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 197달러였던 외부용 하드 드라이브의 평균 가격은 작년에 141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저장 용량은 2배나 증가했다. 그러니까 2003년에 하드 드라이브의 기가바이트 당 소매가는 2달러4센트였으나 지난해에는 77센트에 불과했다.
외부용 하드 드라이브의 디자인이 강조되는 것은 이제 이것이 컴퓨터 사용자 모두에게 필요한 액세서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감지되는 것은 엔지니어들로 더 유명한 회사인 ‘휼렛-패커드’다. 이 회사가 지난해에 내놓은 ‘미디어 볼트’는 홈네트웍에 연결돼 네트웍 내 모든 PC에 든 데이터를 쉽게 저장하게 해준다. 상자도 회색과 검정색 데스크탑 PC 모양이다. 그런데 올해 시판할 새 저장장치 ‘미디어 스마트’ 홈 서버에는 많은 기능들이 추가됐다. 홈네트웍에 연결돼 네트웍 내 모든 컴퓨터에 든 데이터를 자동으로 백업할 뿐만 아니라 안전이 보장된 인터넷을 통해 다른 곳에서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저장용량은 최고 4테라바이트.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엔지니어들이 하지 않은 것, 즉 하드 드라이브의 외관 디자인이다. 검정색 래커 상자에 4개의 푸른 불이 가로로 빛나 책상 위에 오래된 컴퓨터보다는 거실의 빅스크린 HDTV를 감싸는 검정색 마감재와 잘 어울린다.
디자인을 매출과 연결된다. 지난해에 판매된 팔린 모든 외부용 하드 드라이브의 40%를 판 ‘웨스턴 디지털’의 ‘마이 북’의 광택 나는 푸른빛 도는 검정색 상자는 사전만한 책 같아 보인다. 책으로 치면 제본하는 쪽에는 채워진 용량을 표시해 주는 두개의 파란 불빛이 반짝인다.
‘웨스턴 디지털’ 때문에 하드 드라이브 시장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빼앗긴 ‘맥스터’ 제조사 ‘시게이트’도 액션을 취했다. 프록 디자인이 창조한 시게이트의 새 ‘프리에이전트 고’ 드라이브는 카푸치노 색깔의 양극 처리한 알루미늄 상자에 들어 있다. 그것을 포장한, 위에 손잡이가 달린 흰 상자에는 용량과 함께 이제까지 컴퓨터 전문가들이나 알아들었을 관련용어들을 일체 지양하고 드라이브 안에 든 내용을 보고 사람들이 내뱉었을 만한 말들을 인쇄해 넣었다. 또 상자를 열면 속 뚜껑마다 메시지가 프린트돼 있다.
‘시게이트’는 그 흰 상자가 타제품들 사이에서 우뚝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를 희망하고 있다. 포장만 보고는 그것이 내장용인지, 외부용인지, PC에 연결시키는 것인지 네트웍에 부착하는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5년 전 ‘애플’의 멋진 맥 컴퓨터에 어울리는 디자인의 외장용 하드 드라이브를 내놓았던 이 분야의 개척자로 현재 시장 점유율이 7%인 ‘라시’의 필립 스프럭 사장은 올 크리스마스쯤이면 소매상들이 진열에 신경을 쓸 정도로 외부용 하드 드라이브의 거래량이 충분히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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