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과 첫 만남
설레면서 뿌듯해요”
오는 16~29일 LA 한국문화원 2층 전시실을 찾는 사람들은 의미있는 개인전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한인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옥토로 만들기 위해 한인 미술지원 단체 ‘KAFA’(Korean Arts Foundation of America·회장 미키 남)가 주는 미술 작품상을 지난해 수상한 설치미술가 임원주씨의 작품들이 현대 미술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미술 애호가들에게 주는 자리다. 테마는 ‘비춤/굴절’(Reflection/Refraction). 짧은 경력에도 불구, 이미 미국, 유럽, 하와이 등에서 15차례 개인전을 가져 주류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인사회에서는 처음 갖는 전시회라 설레는 마음으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는 임씨를 만나봤다.
“7년간 유럽·주류사회서만 활동
이번 작품들 도시의 기억-상상 형상화
KAFA의 역량과 세심한 배려 감사”
<전시회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분주한 임원주씨는 “한인 미술애호가들과 만나는 첫 행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천규 기자>>
-이번 전시회에서는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나.
▲총 6점인데 그중 4점은 라잇박스 안에 있는 미니어처(모형)가 천장에서 내리꽂히는 빛을 받아 다양한 색상의 이미지를 벽에 그리는 ‘키스’(Kiss) 연작들이고, 다른 2점은 거울 위에 놓인, 롤러코스터 형상의 작품들이다. 도시에 대한 인상과 기억, 상상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작품들로 모두 플렉시글래스로 제작했다. 키스 연작의 경우 벽에 무늬 지는 건축모형 그림자의 이미지는 계획성과 우연의 중간지점에 놓여있다. 내 작품들은 ‘특정 장소에 어울려야 하는’(site-specific) 설치미술이라 문화원의 중형 전시실에 맞는 것들로 골랐다.
-처음으로 한인사회 앞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인데.
▲지난 7년간 작가로 활동했다. 주류사회에서는 많은 전시회를 가졌지만 한인들과 나의 예술세계를 나누게 된 것은 이번이 첫 번째다. 가슴 뿌듯하고 많이 기대된다.
-한인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미술지원 활동을 펼치는 KAF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KAFA가 전시를 위한 작품 운송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꼭 한국적인 테마를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가 아니라 역량이 있는 예술가로서 뿌리가 ‘코리안 아메리칸’ 작가를 뽑아 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인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KAFA의 이같은 활동은 한인사회와 주류 현대미술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70~80년대에는 아트를 얘기할 때 여성작가, 한인작가 이런 식으로 ‘꼬리표 붙이기’(labeling)를 많이 했으나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앞으로 한인사회에서 미술 뿐 아니라 연극, 영화, 음악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서포트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4년간 UCLA에서 조각 강의를 하다 쉼표를 찍었는데, 올해엔 많은 전시회들이 예정돼 있나.
▲해외 전시가 3월부터 연말까지 줄줄이 예정돼있어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고핑겐, 네덜란드 덴하드와 브레다 등에서 잇달아 열린다. 10월에는 LA에서도 또 한 차례 전시회를 갖는다. UCLA 강의는 작년 6월까지 하고 쉬고 있다. 전시회 일정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수시로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다. 한 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다음해는 작품 활동에 더 주력하고 하는 식의 라이프스타일이 내게는 좋을 듯 싶다. 작업은 하루 8시간 정도로 시간을 정해놓고 한다.
-보통 한 해에 창작을 얼마나 하나.
▲대중없다. 작년에는 25점 정도 한 것 같다. 작품 크기가 변동이 심해 대작들은 1년에 5개 정도 할 때도 있다. 가장 큰 작품은 60×80피트였다. 작품의 절반은 뮤지엄이, 나머지 절반은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다. 32세 무렵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티스트 경력은 7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는데 어떻게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나.
▲버뱅크 소재 사립대학인 우드베리를 졸업하고 약 4년간 설계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빌딩 코드와 고객 사이에서 책상물림으로 일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싫증을 느꼈다. 계속 일을 할까 대학원을 갈까 고민하던 중 패사디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설치미술가’로 나섰다. 내게는 자연스러운 변신이었다. 아키텍처와 아트의 길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건축모형 등을 활용해 창작하고 있지 않는가. 현대 미술을 하다 보니 미국인 중에도 내 작품을 예술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의 레지던트 작가로 선정돼 1년간 독일 베를린에 있었는데, 유럽에 살면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독일어도 못했고 작고 복잡한 도시에서 운전하고 다니기도 힘들어 LA로 돌아왔다. 8세 때 이민 온 이후로 줄곧 글렌데일 주변에서 살았기 때문에 유럽은 적응이 안 되더라(웃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2세들의 활동 영역이 법률, 의료,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 집중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는 미술, 음악, 문학, 철학 등의 분야로 지경을 넓혔으면 좋겠다. 고무적인 현상은 한인 후배들의 이같은 분야 진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조각을 가르쳤던 UCLA에서도 내가 공부할 때보다는 미술을 전공하는 한인 대학생들이 늘어난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시회 메모>
기간 3월16~29일
장소 LA 한국문화원 (5505 Wilshire Bl., LA)
개막 리셉션 16일 오후 6시30~8시30분
문의 (323)936-7141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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