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길어지자 은퇴 시기와 관리가 큰 화두로 등장했다.
인생의 ‘후반전’에 해당하는 그 긴 은퇴 이후의 생활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보람차게 보낼 것 인가? 라는 문제가 우리의 관심사로 등장 했다.
주변에서 보면, 은퇴를 한 후,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자 하루하루가 지겨울 정도로 시간이 안 간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도 바빠서 골병이 들 지경이라는 사람도 있다. 매일 골프로 소일하며 세월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시간이 가지 않아서 고민하는 사람보다는 낫다고 생각 한다.
은퇴 후 ‘골병’이 들 정도로 바쁘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고, 돈도 넉넉히 있어야할 것이다. 여행도 하고 취미생황을 살려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형편에 맞게 자족 하면서, 취미나 신앙생활에 전념한다든지, 범사에 감사하는 삶, 봉사하는 삶으로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커뮤니티를 비롯해 미주동포 사회에는 일 하던 시기인 ‘전반전’보다 은퇴 후인 후반전을 더 멋있게 장식하는 분들이 많아 귀감이 되고 있다.
며칠 전 만나 함께 식사를 한, 내과 전문의 김일훈씨는 은퇴 후 2001년부터 올해 까지 7권의 책을 출간했다. 주로 세계 각 국의 의료제도와 보건문제, 진료 가이드라인, 맬프래티스와 분쟁, 건강학, 안락사 등에 관한 글이며, 그 밖에 역사와 문화, 인물평, 여행에 관한 에세이도 있다. 처음에는 기회를 봐서 조금 더 일하고 싶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자식과도 같은 7권의 책은 세상에 태어나지 못 했을 것이다. 김 박사는 은퇴 후 저술 활동으로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서 산다.
전 성모병원장 선우창원 박사는 80세가 훨씬 넘었는데도 캘리포니아 나파벨리에서 이색적인 기도 생활로 은퇴 이후를 장식하고 있다. 선우 박사 부부는 매일 영적일기를 쓴다. ‘매일 미사’ 책에 나오는 해설을 묵상한 다음, 자신과 가족,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시편 23편, 사랑의 송가, 아베마리아를 노래로 바친다. 이것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나그네 길인 인생 여정에 큰 위로가 된다고 한다. 매일 경건한 기도를 통해 사는 방법을 깨닫고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다. 또 고통을 당한 이웃을 위해 구원의 확신과 희망을 불어 넣어 주면서, 영적 생활로 보람 찬 은퇴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8번의 대통령 취임식 선서 집전, 100여 국가의 해외 선교를 한 빌리 그래험 목사는 만년에 파킨슨병으로 고생을 하면서 지낸다. 그 병 때문에 신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고 있다는 그는 어느 대담에서 “젊었을 때는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나 천당에 갈 것이라는 믿음이 컸다. 지금은 대답 할 수 없는 것이 많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라고 실토한 적이 있다. 어쩌면, 선우 박사의 후반전은 빌리 그레험 목사보다도 더 선전(善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가 정희자 개인전이 지난 일요일(4일) 포스터 은행 커뮤니티센터에서 많은 하객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인 정 여사는 주부로서 외교관이었던 남편을 내조 하면서 평생 그린 작품을 시카고에서 선보였다. 14일까지 전시될 23편의 작품 중에는 남편의 부임지였던 호주 시드니, 아프리카 케냐, 터키 앵카라에서 그린 귀한 그림도 포함되어 있었고, 대부분 최근 2년 사이에 그린 그림으로 특별히 도시, 계절, 자연을 묘사한 추상화가 돋 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정 여사의 40년 그림 인생의 최초 개인전 이라니, 7순을 넘긴 할머니 화가의 흥분과 감동은 짐작 할만하다.
정 화가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남편 정규호 영사(70년대 이문영 시카고 총영사 당시 부총영사)의 외조가 큰 몫을 했다. 시드니 미술대학을 다니는데도, 평생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데도, 그림을 그린 후 제일 먼저 “잘 그렸다”고 격려하는 일에서부터, ‘늘 푸른학원’ 등지에서 서양화 강사로 후진을 가르치는 데도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이 집의 경우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남편이 아내를 위한 부창부수(婦唱夫隨)로 또 하나의 부러운 은퇴모습이다.
이와 같이 인생의 광활한 경기장에서, 후반전을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신과 이웃에 향기를 발하고 용기를 주는 그들의 역주 (力走)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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