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다이아몬드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큐빅 지르코니아도 아니고 모이사나이트도 아닌, 순수한 탄소를 기계 안에서 고열과 고압을 가해 단단한 결정체로 만든, 사람이 만들었다 뿐이지 가짜가 아닌 인조석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수십억년 전 땅 속 깊은 곳에서 자연이 만든 천연 다이아몬드는 잘라서 광택을 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보석이 되지만 너무 비싼 것이 흠인데 미국 내 3개 회사에서 제조하고 있는 ‘컬처드’ 또는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는 화학적으로, 물리적으로, 또 시각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다. 시험관 수정으로 임신된 아이가 자연 임신된 아이와 다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노련한 보석감정사는 그 차이를 구별해 내지만 보통 소비자들은 절반 내지 10분의1밖에 안 되는 가격 말고는 천연석과 인조석을 구별할 길이 없다.
천연 다이아몬드 값의 10%에 불과
눈으론 차이 구별 안되고 색깔 다양
판매량 ‘쑥쑥’ 작년보다 3배나 늘어
메릴랜드주 티모니엄 소재 스미스 보석상에서 다이아몬드를 취급하는 브루스 체이스 같은 사람은 “인조석을 취급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애리조나주 스카스데일에 사는 틸 소머스(64) 같은 사람은 3년 전 2,500달러에 장만한 2캐럿짜리 노란 다이아몬드 주위에 작은 천연 다이아몬드를 두른 금반지를 만들어 기쁘게 끼고 있다. “정말 아름다워요, 아무도 천연석과의 차이를 모르는데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50년 전에 국제 다이아몬드 등급제를 만든 권위 있는 미국 보석감정연구소(GIA)는 지난달부터 인조 다이아몬드에도 등급을 매기기 시작했다. 이 기관의 연구실장이자 지질학 박사인 제임스 쉬글리는 “사람들이 인조석인 줄을 알고, 또 적절한 가격에 거래되는 한 인조석도 보석 시장에서 차지할 자리가 있다는 것이 GIA의 입장”이라고 말한다.
인조 다이아몬드를 시험 삼아 취급하기 시작한 보석상과 디자이너들도 많아졌다.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 보석급의 노란 다이아몬드를 한 달에 수천개씩 만들어내는 회사 ‘제메시스’의 스티븐 럭스 사장도 현재 인조석 판매량이 지난 여름에 비해 3배나 늘었다고 말한다.
‘제메시스’는 요즘 이삼일마다 하나씩 새로운 다이아몬드 숙성실을 설치하고 있으므로 1,000개에 달할 내년이면 플로리다에 다이아몬드 광산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럭스 사장은 덧붙였다.
반면 천연 다이아몬드는 33억년 전에 지표에서 90마일 이상 들어간 지하에서 고열과 고압 아래 생성된 것이다. 탄소원자가 재정렬해 육면체를 형성하고 그 육면체가 결정을 이룬 것인데 화산 폭발로 인해 지표로 올라와 침식과 사람들의 광산 활동으로 인해 노출되는 다이아몬드는 역사적으로 그 아름다움과 단단함으로 흠모와 칭송을 받아 왔다.
보석감정연구소의 쉬글리 실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천연석은 무색이지만 다른 원소와 불순물이 미량이나마 들어 있어 노랑, 주홍, 분홍, 파랑 같은 다양하고 멋진 색채를 띠는 것들도 많다. 얼마 전 배우 벤 애플렉이 제니퍼 로페스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6캐러트짜리 핑크 다이아몬드 등 저명 인사들의 호사벽 덕분에 유색 천연 다이아몬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석상들은 말한다.
과학자들이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든 지는 100년이 넘었지만 1954년에야 처음으로 상업적으로도 실용성 있는 생산 과정 특허가 제너럴 일렉트릭에 허가됐다. GE가 생산한 다이아몬드는 보석으로 쓸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 경도는 산업용 톱, 그라인더, 드릴 등을 만들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오늘날 연간 제조되는 산업용 다이아몬드는 30억캐럿, 돈으로 환산하면 10억달러어치에 달한다.
산업용 다이아몬드 시장 역시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의 거의 반을 수중에 넣고 있는 남아프리카의 카르텔 드 비어스사가 지배하고 있는데 천연석 시장은 1억3,000만캐럿으로 그 규모가 훨씬 작다.
보석급의 인조 다이아몬드에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캘리포니아의 ‘채덤 크리에이티드 젬스’ 사를 세운 캐럴 채덤으로 1938년에 최초로 인조 에메랄드를 만들었다. 1992년에 소련이 멸망하자 아들이자 상속자인 토마스 채덤과 함께 러시아를 방문한 그는 소련이 원래 군부와 항공 우주산업상의 필요에 의해 개발한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을 구입했다.
곧 한 달에 200캐럿의 다이아몬드는 만들었지만 러시아의 사업환경이 워낙 열악해 고전을 면치 못하다 요즘은 아시아에서 작업해 노랑, 파랑, 분홍색의 다이아몬드를 월 1,000개씩 팔고 있지만 아직 무색의 다이아몬드는 생산하지 않고 있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제메시스’를 창립한 카터 클락은 채덤을 따라 러시아로 가 다른 사업기회를 엿보다가 다이아몬드 제조기술을 구입할 기회를 잡았다. 그는 러시아 엔지니어와 다이아몬드 제조기계를 플로리다로 들여와서 유니버시티 오브 플로리다의 한 학자와 함께 이후 10년간 기계 개량에 힘썼다. 결국 성공해 오늘날 제메시스 공장 내 4피트 높이 HPHT 다이아몬드 기계는 이삼일마다 한 번씩 보석급의 인조 다이아몬드를 월 수천캐럿씩 토해낸다. 제메시스의 인조석도 천연석처럼 잘라서 광택을 내고 반지 위에 얹혀져 미국과 남아프리카 내 몇 개 상점에서 소매 판매되고 있다.
세번째 제조사인 보스턴의 ‘아폴로 다이아몬드 젬스톤’도 해마다 수백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 원석의 최고 무게가 1.5 캐럿인 ‘아폴로’는 다른 회사와 다른 방식으로 제조한다.
현재까지 소매시장에 나온 인조 다이아몬드는 대부분이 노랑색이다. 대기 중에서 흡수된 질소가 내는 색깔이다. 무색의 다이아몬드를 만들려면 결정체가 자라는 시간을 지연시켜야 하므로 비용이 추가된다. 그렇게 해서 만든 무색의 인조석은 캐럿당 3000 달러는 받아야 하는데 천연석 중에 그보다 싼 것이 많으므로 채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반면 노랑색의 천연석은 캐럿당 3만달러에 거래되므로 캐럿당 3,000달러짜리 인조석이 경쟁력을 갖는다. 색깔 좋은 핑크 다이아몬드는 1캐럿짜리 천연석 하나에 10만달러, 파랑도 마찬가지지만 인조석은 캐럿당 4,000달러 정도면 충분하다.
가격 차이가 엄청난 만큼 인조 다이아몬드를 천연석인 것처럼 위장하려는 유혹 또한 크게 마련. 보석감정연구소의 쉬글리 소장은 제조사들은 오도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그런 일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이아몬드 구입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감정을 하라고 소비자들에게 촉구했다. GIA가 감정하는 인조 다이아몬드들은 모두 레이저로 고유 번호와 함께 그 사실이 레이저로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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