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이 쌍춘년을 앞세운 결혼 특수에 휩쓸렸던 것처럼 올해 미국은 07년 7월 7일, 이른바 ‘럭키 7’ 특수로 몸살이다. 마침 토요일이기도 한 이날을 이상적인 결혼 날짜로 생각하는 전국의 예비 부부들이 어찌나 많은지 웨딩 플래닝 웹사이트인 theknot.com에 그날 결혼할 예정이라고 등록한 커플이 벌써 3만1,000쌍을 넘는다. 7월의 다른 토요일에 결혼할 예정인 커플 숫자와 비교하면 3배에 해당하며 1년전 그 주말에 결혼한 커플보다 거의 2만쌍이 더 많다.
“럭키 세븐 셋 겹쳤다” 행운 기대하는 예비부부들
호텔 예식장 예약 발동동… 결혼업종들 즐거운 비명
7-7-7의 조합이 행운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예비 부부들만이 아니다. 여행 사이트인 vegas.com의 경우 7월6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그 주말의 호텔 예약은 그 전주보다 6배나 더 많아 이 사이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브라이언 앨리슨은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라 우리들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원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아친 지 며칠 뒤에 문을 열 예정이었던 미시시피주 빌록시의 ‘하드록 호텔 & 카지노’도 7월 7일 개장할 계획이다.
7이라는 숫자는 예로부터 특별히 취급되어 왔다.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7개의 성스러운 별을 숭배했고, 성경에서도 7은 중요한 숫자다. 천지창조에 7일이 소요됐고, 주의 기도에도 7가지 청원이 들어있다. 펜실베니아주 브라운스빌의 이비 백웰(23)과 데릭 노보트니(22)도 바로 그런 영적 의미 때문에 07년 7월7일에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리지 클러즈웨잇과 아티 존스의 결혼식 청첩장>
‘리츠-칼튼’ 호텔 체인은 미국내 호텔중 65%가 7월7일에 최소한 한 건, 어떤 곳은 두 세건씩 결혼식이 예약돼있다. 뉴 잉글랜드 숙박 및 휴양지협회는 250개 회원업소중 50% 이상에서 그날 최소한 한건의 결혼식이 거행될 예정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7월7일 결혼식 예약을 받아 온 전국의 다른 호텔및 리조츠들도 예약이 차 수십쌍을 돌려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날 결혼이 가능하냐는 전화를 일주일에 3~6통씩 받고 있다”고 네바다주 헨더슨의 ‘리츠-칼튼 레이크 라스베가스’의 케이터링 담당 디렉터 미셸 오닐은 말했다.
7월7일 주말 특수는 여름이면 한산해지는 경향인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신부는 안티구아의 점비 베이의 객실 40개중 31개와 빌라등 리조트내 다른 숙박시설 대부분을 잡아 놓았다. 아루바 리조트의 ‘하이야트 레전시’는 하루에 단 한건의 결혼식만 받기 때문에 7월7일에 결혼하기 원하는 커플을 최소한 10쌍은 돌려 보냈다. ‘리츠-칼튼 그랜드 케이먼’에서 7월7일이 이미 예약됐기 때문에 7월8일에 결혼하기로 한 한 신랑은 7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더 내겠다고 조르고 있다고 이 호텔 대변인 멜리사 래들리는 말했다.
7월7일을 둘러싼 열띤 경쟁 속에서 결혼식을 치르려다보니 문제점들도 없지 않다. 매서추세츠주 브록턴에 사는 에스터 마리우스는 리무진 회사에 20군데도 넘게 전화를 했지만 모두 7월7일에는 다른 결혼식이 예약돼 있다는 대답이어서 결국 400달러를 더 내고서야 24인승 스트레치 리모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혼식장에 벌써 지불한 예약금만 아니면 날짜를 바꾸고 싶었다는 마리우스는 “누가 내 날짜를 사겠다면 팔고 싶더라니까요. 한달 먼저 해도, 한달 늦게 해도 우린 괜찮거든요”
<올해 7월7일은 모든 행사 장소들이 결혼식 예약으로 꽉 차 있다.‘리츠-칼튼 뉴욕’의 07-07-07 웨딩 패키지의 일부인 2007호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뉴욕주 레이크 조지의 ‘사라모어 리조트’의 경우 그날 4건의 결혼식이 예약돼 있는데도 3명의 신부가 혹시라도 취소되면 연락해 달라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리지 클러즈웨잇(33)과 아티 존스(35)도 어떻게 해서든 7월7일에 결혼하겠다는 커플. 대여섯군데 전화해 보고 7월7일에 자리를 얻지 못하자 한번도 가보지 않은 메인주 캠든의 ‘캠든 윈드워드 하우스’를 식장으로 예약해 놓았다. 그렇게 어렵게 식장을 잡아 놓아도 문제는 또 있다. 밴드, 사진사, 기타 결혼식에 필요한 인력 확보가 어려운 것.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예약이 끝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호텔은 올해 7월7일의 럭키 세븐 열기를 이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리츠-칼튼 뉴욕 센트럴 파크’의 7만7,777달러짜리 ‘러키 넘버 7 웨딩 패키지’는 77명의 손님을 7개의 테이블에 앉히고, 7층짜리 웨딩 케익을 짜르게 하며, 신부에게는 티파니 보석상이 제공하는 7개의 다이아몬드와 2007호실을 신부측 대기실로 제공하며 전세계의 어느 리츠-칼튼 호텔에서든 7박의 허니문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웨딩 플래너들도 이날의 확실한 주제를 환영하고 있다. 사가모어에서 결혼할 한 신부는 그날 온 손님들에게 선물로 ‘럭키 7’ 복권을 줄 계획이다. 리셉션에서 7가지 코스로 요리를 내놓겠다는 사람, 한 테이블에 7명씩 앉히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숫자로 점을 치는 사람 중에는 이 모든 소동들을 심드렁하게 보는 이도 있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숫자점을 치는 다니엘 하트는 “7이 세개나 겹치면 오해가 생기며 파트너 간 긴장이 생길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날짜”라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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