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발이 이리 곪도록 몰랐다니…
당뇨병력 5년차인 김모(48)씨는 당뇨병 발 합병증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전에 발에 상처가 난 적이 2~3 차례 있어도 그냥 저절로 나았기 때문. 하지만 얼마 전 생각지도 못한 발가락 사이에 궤양(썩어 문드러지는 증상)이 생긴 것을 뒤늦게 발견, 현재는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발에 감각이 무뎌져 발에 상처가 난 것도 모른 채 있다가 궤양까지 이어진 것. 이렇듯 김씨처럼 ‘난 괜찮겠지’ 하다 뒤늦게 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뇨병 환자들은 상당수가 발 합병증 문제를 갖고 있거나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iabetic Nerve Pain 또는 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이다. 강모세 발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가느다란 와이어로 발 감각을 검사하는 도구. 발에 미세한 감각을 느끼는 지 검사하는 도구다>
당뇨 환자 상당수 말초신경 장애
감각 무뎌져 궤양 생기는 것 몰라
초기 증상은 발이 시리고 얼얼한 느낌
평소 당 조절, 커피 술 담배 다 끊어야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란
당뇨병에 걸리면 머리에서부터 눈, 신장, 발끝까지 여러가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성 망막증, 백내장 등 눈에 생기는 합병증을 비롯 신경손상, 고혈압, 심근경색, 협심증, 신장이 망가져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당뇨병성 신장질환, 폐색성 동맥경화증, 손발 저림, 괴저증, 치아손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당뇨 합병증의 하나로, 쉽게 말해 당뇨병으로 인한 말초신경장애를 말한다. 손발 저림, 감각마비, 다리괴저, 발뒤꿈치 궤양 등이 말초신경장애에 속한다. 당뇨병 합병증 중 가장 먼저 발생할 수 있고, 당뇨환자에게는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강 전문의는 “당뇨병이 오래된 경우라도 혈당 조절을 잘 해 말초신경장애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당뇨병을 초기에 발견했더라도 말초신경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당뇨병인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말초신경, 즉 신체 말단인 발가락 끝에서부터 신경 손상이 오는 것으로 신경이 느끼는 것을 뇌로 잘 전달하지 못해 생기는 신경장애인데, 당뇨병환자에게는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발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손에도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몸에서 가장 먼 곳이자 피가 잘 안 통하는 곳이 바로 발이라 가장 먼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발에 나타날 때는 양쪽 발에 증상이 다 나타나는 것이 특징. 한쪽만 이상증세를 느낀다면 대개 당뇨병이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말초신경장애는 당뇨병 외에도 허리가 신경을 눌러 말초신경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알코올성 말초신경장애란 질병 등 다른 질병이나 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발에 상처나 무좀, 티눈, 굳은 살 등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청결에 신경써야 한다>
증상
환자마다 다르다. 어떤 환자는 발이 차지 않은데도 굉장히 시리다고 호소하기도 하며 그 반대로 발을 만져보면 체온이 정상인데도 발이 뜨겁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신경장애로 잘못된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증거다. 물론 당뇨병환자는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실제로 발이 찬 경우도 있다. 또 날씨가 추우면 더욱 차게 느끼기도 한다.
가장 초기에는 감각이 둔해지고 마비증세가 나타나며 따끔따끔 아프고, 쑤시고 얼얼하며 저리기도 하고 욱신거리는 느낌을 갖는다.
어떤 환자는 가렵지는 않은데 발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나 걸을 때 바닥이 아무렇지도 않은데도 발바닥에 까끌까끌한 느낌이 난다며 애매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강 전문의는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발이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 발을 오랫동안 구부렸다가 폈을 때의 저리는 느낌, 쑤시고 아픈 증상 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곪은 상처 뼈에 미치면 절단까지
발에 오는 당뇨합병증, 말초신경장애 조기 발견 중요
발 부위 혈압 측정 등으로
신경마비 진전상황 측정
당뇨환자 평소 발 신경써야
감각이 둔해지면 이때부터가 문제다. 보통 사람은 발에 상처가 나면 바로 아픈 것을 느끼고 치료에 들어가지만 당뇨병 환자들은 감각이 둔해지면서 티눈이 생기거나 무좀, 상처 등을 잘 느끼지 못해서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상처가 곪게 되고, 궤양이 생겨 곪는 부위가 살에서 뼈까지 손상 받으면 항생제 치료가 듣지 않게 되어 심할 경우 발을 절단하는 위기가 찾아 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전문의는 “당뇨병 발 합병증하면 무조건 다리 절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당뇨병 때문에 발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으로 인해 발의 감각이 둔해지는 말초신경장애 때문에 발에 상처, 염증의 문제가 생긴 줄 모르고 있다가 궤양이 악화돼 절단까지 이르는 것”이라 설명했다. 따라서 말초신경장애를 제때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강모세 발 전문의가 환자의 발을 검사하고 있다 >
검사
말초신경은 발끝에 있어서 마비나 증세가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신경 테스트를 해보면 발끝에서부터 다리부위 어디까지 마비가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혈액순환 검사를 통해 발등과 발바닥의 맥을 짚어보고, 발등에 털이 있는지도 살핀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발등의 털이 빠진다. 당뇨병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발등에 털이 없고 피부가 반들반들 빛이 난다. 또한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이 찬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혈압검사와 발 부위의 혈압을 검사해보아 정상적인 혈압은 120으로 나왔는데, 발 부위는 60이라면 이 또한 발 부위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샤프 앤 도셋 검사를 통해 가느다란 와이어 펜으로 환자는 눈을 감은 채 발에 느끼는 감각을 검사하기도 한다. 또한 바이브레이션 검사, 아킬레스건 반사 등 종합적인 족부검사를 한다.
또한 환자가 조금 걸었는데 발이 아프다고 하거나, 환자의 발에 군살은 없는지, 발톱이 두꺼운지, 엄지발가락이 튀어나왔는지, 무좀은 없는지 등을 검사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 발에 세균이 잘 번식하게 되고 무좀이 잘 생길 수 있다. 또 무좀이 생기면 거기에 박테리아 감염이 쉽게 일어나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당뇨병환자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생긴 경우 혈당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치료는 쉽지 않고, 당 컨트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당을 잘 조절하면 당뇨병을 오래 앓아도 합병증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했어도 당 조절에 실패하면 합병증도 금방 나타날 수 있으며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당을 조절해도 조절이 안 되는 중증 말초신경병증도 있다. 이때는 증세를 줄여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로는 최근 나온 리리카(Lyrica)를 비롯 뉴란튼, 엘레벨 등 신경안정제 등이 쓰이기도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비타민 B12, 비타민 B6 등 신경에 도움이 되는 보조제를 먹기도 하며 커피나 콜라, 흡연, 알코올 등은 모두 끊어야 한다.
발은 신체기관에서 가장 관심이 적게 가는 부위다. 때문에 문제를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당뇨병환자의 문제는 언제 말초신경병증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 강 전문의는 “당뇨병 환자는 발에 신경을 꼭 써야 한다”며 “1년에 한번은 발전문의를 찾아 발에 이상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 요령 >
1. 발의 상태를 매일 점검한다. 필요하면 거울을 이용해 꼼꼼히 살핀다.
2. 발에 티눈이 생겼거나 무좀, 또는 상처, 염증, 안으로 파고드는 발톱 등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의사를 찾아간다.
3. 발, 특히 발가락 사이를 매일 깨끗이 씻고 건조시킨다.
4. 발을 물에 담그기 전에 팔꿈치로 물의 온도를 측정, 너무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지 않도록 한다.
5. 의사의 지시 없이는 발을 물에 담그지 않는다.
6. 발을 가능한 한 시원하고 건조한 상태로 유지한다.
7. 너무 건조해지지 않도록 발을 씻은 후에는 보습크림을 매일 바른다.
하지만 발가락사이에는 의사의 지시 없이는 바르지 않는다.
8. 의사의 지시 없이 발에 뾰족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9. 의사의 처방 없이 티눈 제거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10. 발톱이 너무 길어졌을 경우 파일을 사용해 조금씩 갈아낸다.
11. 발주위에는 물병이나 히팅 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 신발 >
1. 처방받은 신발이 있다면 항상 신는다.
2. 양말은 매일 갈아 신는다.
3. 혈액순환에 지장을 줄 정도로 꼭 끼는 양말이나 신발은 사용하지 않는다.
4. 절대 맨발로 다니지 않는다. 물가나 해변, 수영장에서는 맨발로 다니지 말고 신발을 착용해 발을 보호하도록 한다.
5. 슬리퍼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운동화를 신는다.
6. 어두운 곳에서는 걷지 않는다.
7. 신발을 신기 전에 항상 신발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가 확인한다.
8. 신발 밑창을 처방받은 경우 4개월마다 한번 씩 새것으로 교체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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