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보스턴 심포니’부지휘자 발탁 ‘성시연씨’ 인터뷰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인 성시연(31)씨가 지휘자 경력 불과 5년만에 지난달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보스턴 심포니’(Boston Symphony Orchestra)의 부지휘자로 뽑혔다. 지휘의 거장 제임스 레바인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보스턴 심포니가 여성을 부지휘자로 선택한 것은 126년 역사상 처음이다. 성씨는 스위스 취리히 음악대학과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2001년 전공을 지휘로 바꿨다. 2002년 지휘자로 데뷔한 그는 졸링엔 지휘자대회 수상, 솔티 세계지휘자대회 대상, 학술과 문화 분야에서 뛰어난 세계적 여성 1명에게 주는 ‘잉그리드 졸름스 예술문화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이 기대되는 성씨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첫 풀타임 잡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보스턴 심포니 부지휘자라니 너무나 기쁘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지역사회 한인들이 클래식 음악을 친구 삼을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솔티 국제지휘자 대회’에서 지휘하는 성시연씨의 영감 넘치는 모습. 성씨는 이 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세계10대 오케스트라에서 명지휘자 레바인과 함께
일할 수 있게돼 큰 영광 지치고 가난한 이들에게
감동주는 음악 만들고파 내년1월엔 서울시향 지휘”
-지난달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뽑혔는데 선발 사실을 알았을 때 소감은.
▲2월2일과 3일 이틀간 오디션을 치렀고 즉시 결과를 통보받았다. 몇 명이 지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오디션 참가자는 5명이었다. 캐나다 국적의 백인 줄리안 쿠워티와 함께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난생 처음 미국에 와서 오디션에 참가했다. 큰 기대를 갖고 80여명의 단원이 참석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첫 만남이었지만 호흡이 잘 맞는 느낌이었다.
-어떤 점 때문에 뽑혔다고 생각하나.
▲속마음을 감추고 행동하는 일을 못하는 직선적인 성격이다. 레바인 상임지휘자도 솔직 담백하며 꾸밈없고 할 말 거침없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통한 것 같았다. 내 지휘가 보스턴에 어울릴 수 있는 전통적인 독일 스타일이라는 점도 어쩌면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보스턴 심포니 역사상 첫 여성 지휘자라는데.
▲레바인을 비롯, 부지휘자 결정에 참가했던 뮤지션들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는 해도, 아직 여성 지휘자는 소수다. 보스턴 심포니의 여성 부지휘자 시대를 내가 열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더욱이 명지휘자인 제임스 리바인과 같이 일하게 된 것은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보스턴 심포니의 위상과 음악적 특징은.
▲미국 5대 오케스트라,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안에 드는 것으로 안다. 1881년 창단된 이래 너무나도 유명한 지휘자들이 많이 거쳐 갔다. 보수적이고 전통 있는 도시 보스턴에 둥지를 튼 관현악단답게 깊이 있는 소리와 스타일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홈 무대는 1900년에 오픈한 ‘심포니 홀’이다.
-부지휘자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나.
▲선임 지휘자의 선곡에 참여하고 연습지휘를 맡는 한편 객원 지휘자가 올 때 도움을 제공한다. 또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체임버 등과 함께 7~8월에 8주간 마련하는 유명 음악 축제 ‘탱글우드 페스티벌’(Tanglewood Festival)의 프로덕션도 맡아야 한다. 선임 지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일이 생겼을 때 직접 무대에 설 수도 있다. 전임 부지휘자 한 명은 3번 기회를 잡았다고 들었다.
-지휘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지휘 공부를 시작한 것이 2001년이라 솔직히 아직 어린아이 단계다. 정말 어려운 것이 지휘다. 음악성이나 테크닉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악기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더불어 리더십, 정치력, 인생철학까지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추구하고 싶은 지휘는 인생길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장 존경하는 지휘자와 그 이유는.
▲작고하신 푸르트 왱글러의 지휘를 비디오로 보고 전공을 피아노에서 지휘로 바꾸게 됐다. 단원 한 명 한 명이 지닌 역량을 다 이끌어내는 그 분의 지휘가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또 한 분은 스승인 롤프 로이터로 지휘자로서 갖춰야 할 인간적인 면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보스턴 심포니의 내년 시즌 연주 계획은.
▲보통 1년에 250여회의 연주회를 갖는다. 유럽 투어를 포함한 숫자다. 베를린 필이 한달에 4~5회 연주하는 것에 비교하면 아주 많은 것이다.
-언제부터 일 하게 되나.
▲다음 시즌인 올 10월부터 2년간이다. 보통 시즌은 10월에 시작해 4월에 끝난다. 올 8월에 보스턴으로 이주, 2년 동안 미국생활을 할 생각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생활 무대를 유럽으로 잡고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여러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보는 것이 꿈이다. 내년 1월 서울시향 객원지휘 스케줄이 잡혀 있어 가슴 설렌다. 한국 음악계에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음악을 통한 하나님 찬양이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미국 5대, 세계 10대 관현악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881년 10월22일 ‘보스턴 뮤직홀’에서 탄생했다. 국제적인 명성의 지휘자들이 다수 거쳐갔으며 2004년부터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하고 있다.
매년 20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갖고 있으며,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등을 돌며 순회 공연도 갖고 있다. EMI, RCA, 소니뮤직 등을 통해 지금까지 낸 연주음반은 750장. 윈터 시즌에는 26만명, 여름 탱글우드 축제에는 36만5,000명의 음악팬들이 찾아 보스턴 심포니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화음에 젖어든다. 94명의 단원 중에는 한인도 4명 포함돼 있다.
●성시연씨 주요 경력
■1994년 서울예고 졸업 후 스위스 취리히 음대로 유학
■1996년 독일 베를린 음대로 바꿔 피아노 전공으로 석사학위 취득
■2001년 지휘로 전공 바꾸어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수학
■2002년 베를린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로 지휘자 데뷔
■2003-2006년 훔볼트 대학‘카펠라 아카데미카’ 상임지휘
■2004년 독일음악협회 지휘자 포럼의 6년 과정 장학생 선발
■2004년 졸링엔 여성 지휘자대회 1등 수상
■2006년 솔티 국제지휘자 대회서 여성 최초로 대상 수상
■2006년 학술과 문화분야에서 뛰어난 세계적 여성 1인에게 주는‘잉그리드 졸름스 예술문화상’ 수상
■2007년 2월 보스턴 심포니 부지휘자 선발
■현재 베를린과 스톡홀름에서 박사과정에 해당되는 최고 연주자과정 재학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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