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년… 4~5명 회원 30여명으로 후보선수까지
코칭스태프·학부모들 열성으로 프로 야구단 무색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만큼 보기 좋은 풍경이 또 있을까. 하늘을 닮은 듯, 땅을 닮은 듯 혹은 미풍에 산들거리는 어린 수목을 닮은 듯 이들의 모습은 환하다 못해 눈부시다. 굳이 꿈나무니 새싹이니 하는 단어들을 그 앞에 헌사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몸짓은 보는 이들까지 기분 좋게 하는 ‘감염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로 창단 2년째를 맞는 ‘LA 라이온스’(감독 이진훈). 매주 일요일마다 아드모어 서울 국제공원에서 30여명의 유소년들이 모여 2시간씩 야구를 한다. 던지고 받고, 달리고 넘어지다 보면 심신 모두 건강해져 회원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열성 야구광들이 됐다. 25일 오후 이들의 연습이 한창인 아드모어 공원을 찾아가 봤다.
<25일 연습에 참여한 라이온스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창단 2년이 채 못돼 30여명이 넘는 회원이 소속된 라이온스는 LA 인근 유소년 야규팀들 중 실력면에선 최고로 꼽힌다>
■프로 야구단 열정 저리가라
처음 운동장에 들어섰을 땐 아마추어 유소년 야구팀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이들의 연습경기는 진지했다.
간간히 아이들 조잘대는 소리와, 피크닉 나온 듯 유쾌한 학부모들의 모습이 유소년 야구팀의 연습 현장임을 말해줄 정도지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받아치는 모습이며, 몸을 풀고, 공을 받고, 달리기 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프로 야구단의 진지함 저리 가라다.
라이온스는 이미 ‘동네 야구단’ 수준은 훌쩍 뛰어 넘은지 오래. LA 유소년 리그인 시티 오브 에인절스(City of Angeles)의 메이저 리그와 마이너 리그에 이미 12명의 선수가 활약하고 있을 만큼 LA 일원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지만 어제도 연습한 듯 손발이 척척 맞는 아이들. 결코 쉽지 않은 연습이지만 신나고 즐겁게 이들은 공을 던지고 배팅을 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였지만 치고 던지고 달리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아이들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혀 갔다.
<연습전 한자리에 모인 회원들>
“부자의 情도 돈독해졌어요”
‘컴퓨터 게임 아들’‘골프 아빠’관계 회복
매주 일요일 스태프들 생업 제치고 자원봉사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물론 지금의 라이온스가 있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가장 큰 노력을 한 이들은 역시 코칭 스태프들. 이진훈 감독을 필두로 조영균·김경환 코치가 생업도 마다하고 매주 일요일 나와 자기시간을 내 자원봉사를 한다.
말이 쉬워 자원봉사지 사업해야 할 시간에, 혹은 가족들과 쉬어도 무방한 황금 같은 휴일을 이들은 자진반납하고 아이들과 함께 뛰고 뒹굴면서 지금의 라이온스 역사를 써왔다.
물론 이들은 한국에서부터 정식으로 훈련받고 야구를 한 이들로, 태평양 건너 타향살이에서도 야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꿈나무 키우기에 뛰어든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처음엔 4~5명으로 시작해 경기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허송 세월 하기가 수개월. 그뿐인가. 변변한 연습장도 못 구해 운동장 옮겨 다니기도 수차례. 결코 쉽지 않은 난관에도 이들은 끝까지 코칭 스태프와 아이들을 믿고 지금까지 왔다. 현재는 30여명이 넘는 회원으로 자체 경기는 물론, 후보 선수까지 웬만한 야구팀이 부럽지 않게 됐다.
■부자간 정 새록새록 쌓아요
아들이 야구하는 것에 가장 만족감을 표하는 이들은 의외로 엄마들이다. 주말이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들은 물론, 휴일에도 비디오나 골프를 벗 삼아 아들과 시간을 보내주지 않는 아빠들로 골치를 앓던 엄마들의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야구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같이 야구 연습에 가자고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남편이 한번 나와 본 뒤 다른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고 나선 오히려 더 적극적이 됐다고 귀띔하는 변경숙씨는 “어차피 박찬호 선수 같 은 프로 야구인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엄마가 채워줄 수 없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회복하고 다져가는데 야구 만한 것이 없다”고 야구 예찬론을 펼친다.
덕분에 변씨의 별명은 ‘야구 전도사’. 만나는 이들마다 붙잡고 야구팀에 한번만 나와 보라고 ‘통사정’아닌 사정을 하는 바람에 붙은 별명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별명 값에 부응해 아들 주형(10)이와 같은 반 친구들 4명을 포섭(?)해 왔다. 그리고 조만간 3명의 급우들이 동참할 예정이어서 같은 반 남학생들이 모두 한 팀에서 야구를 하게 생겼다. 그뿐 아니다. 덤으로 담임교사의 관심도 이끌어 냈다. 이날도 제자들이 4명씩이나 한 팀이 돼 운동을 한다고 하니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이 응원을 나왔다.
<이제는 친형제들보다도 훨씬 가까운 친구가 된데다 팀웍 역시 단단하다>
■ 조용균 코치 인터뷰
“마음껏 연습할 운동장 아쉬워”
“재미있잖아요. 아이들이 공치고 던지는 걸 보면, 가르쳐주면 또 그만큼 실력이 느는 걸 보면 그게 재미죠.”
도대체 그 황금 같은 휴일을 반납하고 왜 야구를 가르치냐는 질문에 조용균(사진) 코치는 연신 웃으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게 순조롭고 즐겁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운동장도 구하기 힘들어 처음엔 사우스LA까지 가서 연습하기도 했고, 지금도 딱 2시간밖에 쓸 수 없다는 시간제한에 묶여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편 사항입니다.”
게다가 한달 회비 50달러가 부담스러워 오지 못하는 이들이 있어 이를 다시 ‘기부금’ 형식으로 돌렸다가 이 역시 여의치가 않자 회비를 걷기로 했다. 물론 회비는 운동장 사용비, 장비 등의 운영비로 쓰다보면 결코 넉넉한 살림은 아니다.
“그래도 한인 교회에서 피칭 머신을 기부해 줘 그나마 연습 꼴을 갖췄지만 현재 운동장에서 쓸수 있는 2시간으론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현재 스태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안정적으로 연습하고 경기할 수 있는 운동장 확보입니다.”
이처럼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지만 라이온스의 꿈은 원대하다.
“LA 외에 인근 지역에도 많은 유소년 야구단 설립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인 유소년 야구단들끼리 언젠가는 코리안 리그를 개최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죠. 그리고 더 규모가 커지고 실력도 다져지면 한국 유소년 팀들과도 서로 원정경기를 갖는 것도 청사진 중 하나입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베이비 사자지만 꿈만의 동물의 왕 사자가 부럽지 않은 포효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이승관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