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요즘 제일 잘 팔리는 책이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라는 책이다. 결국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얼마 전 신문에 세계 제일의 갑부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기사가 난 적이 있다. 현재 세계 제일의 부자는 빌게이츠(Bill Gates)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큰 부자는 존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라고 보도했다. 누구나 이런 기사를 보면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가 숫자, 특히 돈의 숫자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숫자는 비단 돈에 관해서만이 아니다. 소셜번호, 주민등록번호, 생일, 집주소번호, 그 외에 은행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우리 생활 속에서 기억해야 하는 번호들이 너무 많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수능시험(SAT) 성적이 어떻게 되고, 자녀가 직장에 가서 1년 연봉을 얼마 받느냐 하는 것으로 일상적인 대화의 화제가 되곤 한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주가에 대해서, 그리고 복권 하는 사람들은 상금이나 번호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삼년고개의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삼년고개는 그곳을 지나가다가 구르면 삼년밖에 못 사는 고개라고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갑돌이가 삼년 고개에서 굴러 버렸다. 3년밖에 못살게 될 것이라며 겁먹은 갑돌이가 동네 훈장님을 찾아 갔다. 그러자 훈장님은 갑돌이에게 삼년고개에서 여러 번 구르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한번 구르면 3년밖에 못사니까 열 번 넘어지면 30년을, 20번은 60년을 산다고 했던 것이다. 숫자에 대해서 사람들이 똑똑한 것 같지만 어리석은 점이 있다는 것을 꼬집는 우스운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숫자에 매여 살고 있지만 그러나 그 숫자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 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숫자는 사람을 지혜롭게 하는 것도 있지만 어리석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상영된 영화 ‘가디언(The Guardian)’에서 해양구조대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린 벤 랜달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랜달이 구해낸 인명의 숫자는 해양구조대 가운데 최고의 기록이었다. 랜달은 해양구조대 학교에서 훈련을 담당하면서 훈련생 제이크를 만난다. 제이크는 랜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해 냈는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훈련을 마치고 제이크와 랜달이 함께 조난당한 선원들을 구해내기 위해 풍랑의 바다로 들어간다. 랜달은 조난당한 선원들을 구하려다 위험에 처한 제이크를 구해낸 후 은퇴를 한다. 자기의 생명을 구해준 랜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존경과 사랑을 느끼며 제이크는 랜달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구해낸 사람들의 숫자가 몇 명인가?(What is your number?)” 제이크는 200 내지 300명이라는 숫자를 기대했다. 그런데 랜달은 대답한다. “22”(Twenty two). 이 숫자를 이해하지 못한 제이크가 머뭇거리자, 랜달은 다시 입을 연다. “내가 바다에서 구해내지 못한 숫자가 22명이다.”
사람들은 자랑하고 싶은 숫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실제로 자랑하고 싶은 나의 숫자보다 더 깊이 배려해야 할 숫자는 남이 갖고 있는 아픈 숫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물의 숫자보다는 남이 갖지 못하거나 모자란 숫자를 돌아보아야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집의 크기의 숫자보다는 남이 갖지 못한 집의 숫자를 배려해야 한다.
다윗은 왕으로서 이스라엘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다. 백성도 많아졌고, 땅도 많이 넓어졌다. 다윗은 자신이 치적한 공을 자랑하기 위해 백성들의 인구를 조사하게 하였다. 그러나 곧 후회하고 말았다.
성경은 말씀한다. “다윗이 인구수를 조사한 후에 그 마음에 자책하고 여호와께 아뢰되 내가 이 일을 행함으로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여호와여 이제 간구하옵나니 종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내가 심히 미련하게 행하였나이다 하니라.”(사무엘하 24:10)
숫자는 우리의 삶을 평가하는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에만 매이다가 중요한 사람의 의와 도리를 잃어버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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