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은 세계만방에 조선의 독립 염원을 알린 구국 항일 운동이었다. 일본에 빼앗긴 국권을 회복할 목적으로 민족의 정열과 의기가 활화산처럼 터져 나온 것이 기미년 3.1운동이다.
이번 3.1절을 맞는 감회는 내게 남다르다. 나의 어머니 황신덕에 대한 부당한 비방으로 지난 수개월동안 극심한 마음의 고통을 겪은 끝이었기 때문이다. 긴 수난의 시간을 묵묵히 침묵으로 대응했지만 그것이 나의 어머니와 3.1여성 동지회를 위함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 침묵이 오히려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인사회 일각을 소란케 했던 논란의 내용은 미주 3.1 여성 동지회가 친일파 단체라는 주장이었다. 나의 어머니가 그의 제자를 정신대로 앞장서서 보냈으니 친일파라는 것이며 “제자를 정신대로 보낸 친일파의 딸”인 내가 본회의 전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인신공격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일본유학 중 동경 유학생들과 독립선언에 동참했으며 비밀결사를 피로써 맹세하고 손가락을 깨물어 독립운동을 위해 생명을 바친다는 혈서를 썼었다. 고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동아일보 기자, 중외일보 기자로 언론에 종사하다가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은 여성을 교육 시키는 것이라는 신념하에 박순천 여사와 함께 가정 여숙(중앙 여자중고등학교의 전신)을 설립하였다.
그 후 5년 만에 조국 광복을 맞고 6.25전쟁 때 이북에 납치되었다가 국군의 평양진격으로 기적적으로 생환하여 추계학원을 설립했다. 이어 1960년부터 10년에 걸쳐 중앙여자 중고등학교에서 3.1 독립운동 선도자들을 위한 찬화회를 거행했으며 그 선도자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학생들에게 알리면서 나라사랑 겨레사랑의 정신을 길렀다.
어머니는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창씨개명도 하지 않고 버텼고 평생을 여성 교육에 헌신했다. 한국에서 3.1여성 동지회를 창립한 황애덕 여사는 친언니이다.
‘친일파’공격이 나온 것은 어머니의 가정여숙 교장시절과 관련된 일이었다. 당시 황신덕 교장이 그의 학생을 정신대에 보냈으니 바로 친일파라는 주장이다.
참으로 다행한 것은 1992년에 그 때의 그 학생(김금진 씨)을 면담하여 기록한 DVD가 발견되고 모든 내용이 증명되어진 것이다. 그는 모교를 찾아와서 한시간에 걸친 면담을 했다.
우선 한국 정신대 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신대’라고 하면 곧 ‘위안부’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정신대에는 여자 근로 정신대와 일본 위안부 제도가 있어서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당시 김금진 학생은 학생을 정신대에 보내지 않으면 학교를 폐교시키겠다는 일본 관리들의 협박에 친구들을 공부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자진해서 정신대로 자원했다고 했다. 그는 1,200 여명의 또래 여학생들 틈에 끼여 일본 도야마현 후지고시의 총알 만드는 군수공장에서 일하다가 해방이 되어 1년 만에 돌아 왔다고 했다. 이 학생은 자기가 희생하면 학교가 살아남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었다.
한국의 3.1여성 동지회는 당시 생존자 20명이 발기인이 되어 만든 40년의 역사를 가진 단체이 다. 이후 3.1 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을 다각적으로 행하여 왔으며 대한민국의 유일한 독립여성 단체로 인정받아 국가 보훈처에 등록되어 있는 유일한 독립운동 여성 단체이다.
미주 3.1여성 동지회는 1982년 당시 미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모여 3.1 정신의 뜻을 계승, 이민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며 후세에게 민족의 얼을 심어 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매년 독립 유공자들을 위한 위로연, 3.1절 어린이 글짓기대회 등의 행사를 열며 미주한인사회에 민족 사랑의 뿌리를 내리도록 애쓰고 있다.
3.1여성 동지회 회원 중에는 독립 유공자의 자손이 많다. 그럼에도 어느 한 사람 “내 가족이 애국자”라고 소리치며 다니는 사람은 없다. 모두 그 선조들이 하신 일의 소중함을 알기에 귀하고 감사하게 간직하고 싶어 한다.
한인사회에서 더 이상은 자기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한인사회에 분란을 가져 오는 행동은 철저히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1절을 맞아 우리 모두가 한 뿌리를 가진 한 민족임을 감사하며 민족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데 한마음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정빈 <미주 3.1 여성동지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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