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통해 아이다움 만끽하는 미국
시험공부·학원 등 한국적 교육 유감
요즘 봄철이 다가와서 춘기 훈련에 들어가면서 외국에서 온 야구 선수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등 한국에서 온 선수들도 제법있지만 올해에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역시 일억불의 사나이, “괴물” 마쯔자카를 필두로 한 일본인 선수들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와 있는 이치로, 마쯔이, 이구치, 조지마, 타구치 같은 선수는 물론, 새로 합세를 하는 마쯔자가와 이가와, 구와타 등 마치 일본 리그를 통째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원래 야구는 튀긴 닭과 애플파이와 함께 아무에게도 내어줄 수 없는 가장 미국적인 제도요 관습이었고 미국생활의 확고한 한 부분이였다. 이것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리틀리그로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가면서 학교가 먼저인지 야구가 먼저인지 혼동이 갈 정도로 이 리그활동에 열심을 쏟았었고 특히 여름방학이 되면 미국 전역 어디를 가도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어린이들의 야구게임들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극히 미국적인 정경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 뒤에서 뒷바라지하는 학부형들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따라서 이 리틀리그는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 결국 메이저리거가 되는 선수들은 물론 그렇지 못한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누구와도 쉽게 가깝게 사귀고 서로 정체의식을 공유하는 범주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역동적으로 호흡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기관이자 매개체의 역할까지도 담당해 주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야구에 국한되지 않고 미식축구, 그리고 요즈음에는 축구도 인기가 만만치 않아 주말에 보면 잔디밭이 있는 곳마다 각 연령별, 그리고 여학생들까지도 긴 머리를 묶고 잔디구장을 수놓으며 누비는 것을 볼 수 있고 또 그 주위를 맴도는 학부모 군단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조카 아이들 중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축구, 그리고 아이스하키 리그에 가입을 해서 팀이 계속 이길 때에는 시합 때문에 미국 전역을 누비고 다니는 것도 자주 보았다. 이런 것에 열성을 보이는 학부모들 중에는 가끔 유명인사도 부모로서 함께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흑인배우 젠젤 워싱턴(Danzel Washington)이 얼마나 극성 학부형인지 그 주위의 학부형들 사이에는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미국적인 풍경에 언제부터인가 한국식 학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만 해도 샤핑센터 여기저기에 우후죽순처럼 자리 잡기 시작한 SAT 학원, XX 아카데미, 미술학원 등등에서 방과후와 그리고 주말까지도 햇볕도 못 보고 갇혀 있는 아이들을 볼 수가 있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측은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시간 푸른 풀밭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있을 다른 ‘미국적’인 아이들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가끔 신문지상에서 각 나라별로 수학 혹은 과학 시험성적들을 비교하는 기사가 게재되는 때가 있는데 이런 학력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미국의 힘은 이런 수치보다도 푸른 풀밭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소년소녀 다움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는 리틀리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6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학교도 입시지옥을 치러야만 했는데 소위 말하는 일류 학교들은 하루 온종일 치르는 학력고사에서 단지 한두 문제만 틀려도 낙방을 하는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창작력이 한참 싹터야 할 어린 나이에 공부보다도 시험 보는 요령을 드릴로 연습하느라 전과지도서를 매일 파게 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 부모도 그중에 극성 중에 극성에 속하는 분들이셔서 나의 누이 때에는 대학 입시 시험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일본 전과지도서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직 번역판도 안 나온 대학 입시 전과 지도서를 구해서 그 책 한권을 그 책에 나오는 그림과 도표까지 다 번역해서, 그것도 한번 가지고는 안 된다고 먹지를 대고 그리고 쓰셔서 누이가 두번씩 문제를 풀어 볼수 있게 하신 기억이 난다. 그 때만해도 대학도 많지 않았고 학생들은 많아서 그랬다고 해도 지금은 좋은 대학도 전국적으로 많이 생기고 또 이에 비해 학생들의 숫자는 격감을 해서 정원미달인 대학이 많다고 하는데 이런 전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이 좋은 미국에까지 와서 그 어거지 같은 방법을 계승시키는 것은 과연 현명한 일일까?
다시 한번 강조를 하지만 미국에는 좋은 대학도 많고 또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워야 할 공부의 내용은 결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 산재한 기숙사학교들이 증명을 하듯이 적성에 맛는 아이들은 수업은 오전에만 하고 오후에는 마음껏 들판을 누비며 땀을 흘리고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양인 것이다. 만약 그 것으로 부족해서 과외 지도를 받아야 할 정도라면 꼭 그 길을 걷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인생은 짧고 단 한번인데 그 한 평생을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고 재능도 없는 일을 하며 지난다는 것처럼 비극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잠재력에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공부를 강제로 묶어 놓고 인위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힘을 TNT에 비한다면 이 잠재력에 불이 붙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해 낼 수 있는 힘은 가히 핵의 폭발력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명기해야 할 것은 리틀리거들의 부모들이 다 자기 아이들이 자라서 프로선수들이 될 것을 기대하고 열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무엇을 하던지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고 하는 것이고 그리고 혼자만의 학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멤버와도 협동할 줄 아는 스포츠맨십도 중요한데 푸른 잔디밭에서의 게임보다 이것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달리 없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의 재미가 깊이를 더해 갈 때, 그 공부가 요구하는 체력과 인성을 미리 갖추는 것도 대학 입시 준비의 중요한 한 부분인 것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