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한인 인식과 참여 현황
“왠지 두려워” 한인기증 저조
대형부스 마련해도 희망자 찾기 어려워
캠페인 행사 개최에 대형교회 난색표명도
한인들 전국적으로는 5만여명 참여‘적극’
전 뉴욕 포트리 한인회장인 (고)박정수씨, 주한미군 복무 도중 발병 사실을 알게 된 (고)정병훈 예비역 중사,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한인혼혈 샘 크로스, 네 자녀의 엄마인 강은경씨, 이제 겨우 세 살인 윤지성 어린이, 코네티컷의 이중현군, 하와이의 구보미 학생. 그다지 닮은 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난 1년 사이 ‘백혈병’이라는 단어와 함께 한국일보 지면에 소개됐던 한인 환자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건강한 골수를 기증받아 완쾌 또는 회복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골수기증자를 기다리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계속하고 있거나 운명을 달리했다. ‘골수기증’이라는 네 글자는 백혈병과 재생 불량성 빈혈 같은 혈액성 난치병 환자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희망의 단어이다. 하지만 환자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인은 골수기증에 대해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에 본보는 골수기증 특집 기사를 게재한다. 시리즈는 1회 골수기증 현황과 OC 한인사회의 낮은 참여율, 2회 OC 인근 한인 골수공여자가 밝히는 골수기증으로 꾸며진다.
<한인사회의 골수기증을 기다리거나 골수이식 후 회복중인 한인 백혈병 환자들>
OC 한인사회의 참여 역시 저조한 편이다. 아시안 골수기증협회(A3M) 따르면 지난해 A3M 한인담당 부서(KTF)가 OC 지역에서 실시한 골수기증 캠페인 숫자는 15회에서 14회로 오히려 감소했다. 신규 골수기증 희망 등록자는 2005년(430명)에 비해 7.7% 증가한 466명.
A3M 에스더 이 캠페인 코디네이터는 “한인의 날 축제장이나 대규모 공연 장소에 부스를 마련해도 10명의 기증 희망자를 모집하기 어렵고, 동문회에 요청하면 대부분 ‘No’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기업과 단체에서 많이 동참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반인의 편견 때문에 골수기증 캠페인이 종교기관에서 열리는 비율이 높은데, 행사 개최에 부담감을 느끼는 담임목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OC 지역 한 대형 교회 중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몇 년째 골수기증 행사 개최를 거부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보수적인 OC 한인사회의 분위기와 달리 미주 한인들의 인식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에만 2,155명의 한인이 A3M KTF를 통해 골수기증 의사를 밝혀, 2005년의 1,383명에 비해 약 58% (같은 기간 OC 지역 증가율 7.7%)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연방 골수기증센터에 골수기증 의사를 밝힌 미주 한인은 모두 5만4,437명. 우리와 인구수가 비슷한 필리핀계(3만4,261명)나 베트남계(최대 약 3만8,000명 추산)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이같은 변화는 남가주에 본부를 둔 A3M과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새생명재단의 적극적인 활동과 홍보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골수는 머리 또는 척추에서 뽑는 것이다’ ‘골수기증을 하면 허리가 약해진다’ ‘여자는 아기를 못 낳는다’ 같은 근거 없는 인식이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암전문의로 새생명재단 이사이기도 한 엄규동 박사는 “이러한 추측은 모두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이라며 “좀 더 많은 한인들이 백혈병으로 대표되는 혈액암과 골수기증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3M에서 1999년부터 한인 환자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최수현 매니저는 “99년 이후 약 45명의 한인 환자가 비혈연 공여자로부터 골수를 기증 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며 “지금도 최소 15명의 한인이 투병 중이며, 최소 3명의 환자가 자신과 일치하는 골수를 가진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며 OC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213)473-1667
<이의헌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