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의 성(性)문화 그리고 거짓말
얼마 전에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입 (Sex, Lies, and Videotape)이라는 묘한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198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과 남우 조연상을 받으며 충격적으로 데뷔했다. 지난 주 실리콘 밸리 매트로(Metro Silicon Valley’s Weekly Newspaper)는 제목을 살짝 바꿔 섹스, 거짓말 그리고 사이버스페이스(Sex, Lies and Cyberspace)라는 부제와 함께 인터넷상의 최대 포르노 사이트의 하나인 섹스 닷컴(www.sex.com)의 스캔들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결론은 “섹스 닷컴의 배후에는 범죄만 있고 섹스는 없었다.” (the weird story behind the fate of sex.com is all crime and no sex) 섹스 닷컴은 그
도메인 자체의 소유권에 대한 엄청난 가치로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크놀러지의 발전은 포르노에 의해서 주도된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직접그린 그림에서 차후 사진기의 발명과 함께 좀더 생생한 사진, 그리고 영화, 최근의 인터넷 동영상으로 이어 진다. 그래픽 기능을 강화시킨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차기 운영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포르노 제작업자가 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섹스와 거짓말 그리고 오늘날의 대표적인 테크놀러지, 인터넷의 관계는 무엇일까?
인간의 성만큼 보편적이고 동시에 논란적인 주제가 과연 또 있을까? 역사적으로 늘 인간의 성은 문제였다. 하지만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까지는 성은 단지 인간의 자연적인 생리적 작용의 하나였다. 문헌을 통해 볼 때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고대 중국, 인도에서도 성은 최소한 억압의 대상은 아니 였던 것 같다. 그리스의 남녀에 대한 자연스런 에로틱한 예술 작품들과 육체의 찬미, 중국의 음양사상, 힌두교의 카마수트라는 모두 인간의 성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현재 본래의 취지 보다는 그래픽 이미지와 다양한 테크닉만을 강조하는 미국의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카마수트라의 원래의 논지는 인간의 성은 인생의 근본이 되는 것이라는 바라문의 성현과 학자들이 그들의 예지를 기울여 만든 철학적인 성애학이다.
이제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하나였던 성은 사회적인
억압과 함께 온갖 위선의 굴레를 덮어 쓰며 왜곡되었다. 현대인의 섹스는
이제 은밀히 봐야 하는 포르노 동영상 등의 실제의 세계가 아닌 가상과
상업적으로 왜곡된 세계에서 혼란스럽게 존재하며 우리의 성에 대한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양성하며 우리의 관념을 지배한다.
이래서 “섹스와 거짓말” 이 두 단어는 우리들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사회적가치관을 가장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인간 성의 사회적인 억압, 섹스의 정치와 이 틈을 파고든 상업적 성문화의 만연 등으로 인간의 성은 이제 감당하기 힘들 만큼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가 되었다. 성은 현대사회에서 공론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에 숨어 들어 있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섹스 (영어 ‘sex’ 의 어원은 ‘to cut’, 가르다.)는 분리된 두 개체인 인간이 실존적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영혼의 결합을 위한 수단이다. 오히려 철학적 개념은 더욱 단순하다.
우리는 지금 성에 대한 담론과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의 간단한 클릭만으로 우리는 수많은 가상의 공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미 온라인(on-line)과 온사이트(on-site)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온라인의 개인간 접속은 쉽게 현실적 만남으로 연결된다. 그 많은 인터넷 채팅사이트와 그에 대한 우리의 몰입이 바로 이 이유가 아닌가? 하지만 성에 대한 사이버 공간의 담론과 영상들은 지겨울 정도로 동어 반복적(tautology)이다. 이는 우리의 이성과 언어를 마비시키며 세뇌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 현대인은 무자비한 문명의 억압과 위선 그리고 타율성에 길들어져
있다. 이제 우리들은 각자 개인들의 동굴로 들어가 인터넷이라는 인간의
냄새가 사라진 싸늘한 벽에 비친 그림자에 만족하며 자신의 고독한 영혼과 욕망을 길들이고 있다. 더없이 가벼운 만남이 오고 가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진정한 영혼의 교류로서의 만남과 성은 찾기 힘들다.
<이종덕 객원기자> jdlco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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