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불교마을 든든한 지킴이
“공부를 많이 하면 좋겠어요.
일을 할 때에도 종교생활을 할 때에도
열심히 간절히 치열하게”
짙은 안개에 젖어 때로 우울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샌프란시스코. 20년 전 그에게는 마음을 맞대고 지낼 만한 도반이 흔치 않았다. 오기만 하면 무엇을 준다는 어떤 종교인의 권유에 속이 상하기도 했다. “절에 한 번 가보실래요?” 어느 보살의 권유에 그의 발길은 비로소 움직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절도 예외일 수가 없다. 연줄로 드나드는 신도, 주소만 보고 찾아오시는 만행 스님 등등. 지난해 가을엔 해군사관학교 불자생도들이 함정을 타고 찾아들었다.
여래사는 북가주에서 큰 집 같은 절이다. 큰 집답게 베이지역 승가연합회를 조직하고 북가주 청년회를 품에 안아 이끌어준다. 큰 줄기는 주지 수원 스님이 맡아 처리한다. 이런 가지 저런 가지 오만가지 일을 맡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가 있다. 신도회장 신진휴 거사다. 손님이 왔을 때 스님이 “거사님 이 분 좀 도와드리세요” 하면 그는 군말없이 “예!” 하고 말씀을 받든다.
“전 스님이 명하시면 그대로 따릅니다. 공부하신 스님의 가르침을 정성스럽게 받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절 살림을 더 열심히 도와 여래사가 불국사 같은 절이 되도록 원을 세우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불국사 같은 절이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요.”
스무계단을 올라 법당에서, 법복을 입은 신 거사는 스님의 독경, 천수경을 따라 하며 신도를 맞이한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우리 어머니! 무릎은 나아지셨어요?”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주고, 어린아이가 오면 만사 제치고 “아이고 우리 예쁜 애기!” 인자한 할아버지다. 안고 또 안고…. “노보살님들은 절의 꽃입니다. 작년에 송년법회에 제안한 불자 양로원 건립에 다시 힘을 모아야 합니다.” 다시 사무실로, 공양간으로 뛰어다닌다.
그는 1976년 시작한 생명보험 일을, 5년 전에 프리랜서로 전환, 그는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부처님 공부와 봉사에 바친다. 그는 생업에 있어서도, 최고의 주자였다. 서울
유복한 가정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20대에 이민와 살리나스의 노동자로 온갖 궂은 일들을 다 해본 여느 이민자처럼 눈물젖은 빵을 먹고 살았던 초기에, 보험을 하여 잘사는 친구를 보고 1976년 일을 시작하여 보험업계에서 최고자리라는 뉴욕 명예전당에 Million Dollar Round Table에 신진휴라는 이름을 새길 정도로 성실과 집념의 소유자다.
열심인 그 정열로 북가주에서 작년에 처음으로 시작한 송년행사를 재정적으로 손해나지 않게 열심히, 마지막까지 행사장 쓰레기마저 치우는 봉사를 보였다. 오랫동안 신진휴 거사를 지켜본 지혜심 보살은, “진짜 마음을 열고 절 일을 하시죠. 대개의 사람들이 창을 가지고 사는 데 신 거사는 문이 없어요.”
“대중들이 공부를 많이 하면 좋겠어요. 일을 할 때에도 종교생활을 할 때에도 열심히, 간절히 타종교인들처럼 치열하게 경에 대해 공부하고 참선을 했으면 좋겠어요. 참선을 하셔서 본인이 누군가를 알아야 합니다.”
“한국절에 가서 심우도를 보면 자신이 빠진 중생들의 삶이 참 잘 표현되어 있어요. 저는 생활참선을 합니다. 화두를 내려놓은 적이 없습니다. 봉사할 때 몸으로 하지만 몸으로 남긴 행위가 마음으로 가다듬고 다시 돌아오죠. 참선의 진리를 알아가지 않으면 다 헛것이에요.”
“저는 책을 참 좋아합니다. 책이란 남의 지식을 빌려다 제 지식을 만드는 것인데 이제껏 만여권을 읽었습니다. 특히 역사물을 좋아하는데, 그 속에 반드시 불교의 가르침이 있어요. 최인호의 소설 중에 ‘능엄경’은 인용한 대목이 참 좋아서 능엄경을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강점은 역사를 잘 안다는 것입니다. 중국 사람은 공산당 시기를 거쳐서인지 역사를 잘 모르고 일본 사람은 매달리는 사람이 적어요. 하지만 우리는 갈라진 우리의
역사에 한맺혀 있잖아요. 어린 나이에 불교을 아는 우리 불교 청소년들이 대견해 죽겠어요. 그들은 정신이 살아있는 아이들이에요. 눈이 밝은 납자들이에요. 의식이 살아 있는 청년들이죠. 우리가 공부시켜야 됩니다.”
그는 젊은불자연합회(KAYBA)가 모이는 곳이면 지갑을 들고 어디든 찾아나선다. “내가 쏜다!” 젊은 아이들이 쓰는 속어도 써가며 “모여서 재미나게 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전법을 이어가거라. 그리고 밥을 많이 먹어라! 난 너희 나이에 배가 고팠지만 먹을 것이 없었다. 많이 먹고 힘을 기르고 지식을 쌓아라. 얼마든지 먹어라.”
“우리 애들도 절이 재미없다고, 또래가 없다고 안 가요. 불자 여러분, 저 혼자 힘으로는 어려워요. 젊은 사람들이 모이도록 머리를 맞대어요. 우리 청소년들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다각도에서 미국에 불법이 퍼져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약세를 면하려면, 힘을 키워야 되고, 어느 자리든지 불자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젊은 아이들에게 불교의 진리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파란 눈의 스님을 만들어야 우리 불교계가 유지되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어야 됩니다. 올 해에 해군사관학교 불자학생들이 SF를 방문할 때 북가주 청소년들이 여래사와 함께 맞이했습니다. 분위기가 달랐음은 물론이죠. 요즈음 아이들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도록 악기를 절마다 구비하면 어떨까요? 때론 반야심경도 랩으로불러서 위우기 쉽고 재미나게 공연도 벌이고…
작년에 처음으로 북가주 불교인들이 모여 송년행사를 잘 치렀습니다. 올해 4월 초파일 연합봉축법회를 처음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우리 북가주 불교인들이 모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이 될려고 합니다. 부디 북가주 한인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음, 행위 어디에도 상이 없고, 그대로 다 보여주며 오늘도 되어가는 하루를 마무리 하는 그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2살 때부터 혼자서 키운 예쁜 딸과 포즈를 취했다. 기타를 치기 시작하는 신 거사! 불꽃을 응시하며…. ‘살아있을 때 뭐하고 왔어?’ 라는 물음을 항상 잊지 않는다고 한다.
<배경순 객원기자> fatt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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