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만든 일본 술‘사케’
향이 솔솔~ 목으로 술술~
달착지근하면서도 목을 타고 술술 넘어가는 ‘사케’(sake). 남성들이 여성을 유혹할 때 이용한다는 일본 술이다. 알콜 함량은 14~18%로 와인보다 조금 높지만 알콜 기를 느끼기 어렵고 목 넘김이 좋아 마신 양을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여성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술이다. 홀짝홀짝 주는 대로 받아 마시다가는 어느새 취기가 온몸에 퍼져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술이자 우리에게는 ‘청주’로 잘 알려진 ‘사케’의 맛과 향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LA주재 일본 총영사관이 수입업체등의 도움으로 3월22일 저녁 베벌리힐스 ‘르 메리디엔’(Le Meridien) 식당에서 ‘사케 페스티벌’(시음회)을 개최한다. 일반인은 오후 6~9시 사케와 각종 스시 및 일본 안주를 40달러(사전 예약시)에 실컷 맛볼 수 있다. 현장 입장료는 45달러. 이번 페스티벌에는 180개 청주 제조회사 제품 350가지가 선보인다. 식당 업주등을 위한 무료 시음회도 함께 열리는데 시간은 2시~4시30분.
일본 사케는 미국에서 스시 붐을 타고 탄탄하게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번 사케 시음회도 일본 총영사관이 자국의 사케 보급로 확대를 위해 마련하는 일종의 음식 외교전략이다. 일본은 이미 사케 제작과정을 체계화해 세계화에 본격 도전하고 있는 상태. 요즘 나오는 오니고로시, 구보다 만수 등의 최상급 사케는 불과 40여년 전에 개발된 제품으로 사케의 원료인 쌀을 절반 이상 깎아 쌀눈을 없애 순도를 높여 만든 ‘긴조 슈’(음양주)와 ‘다이긴조 슈’(대음양주) 계열이다. 이 두 가지를 알아두면 술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일본 총영사관은 지난 14일 총영사 관저로 각 언론 술담당 기자들을 초청해 약식 시음회를 겸한 행사 홍보 기자회견까지 개최했다.
<일본 총영사관 주재 영사등 관계자들이 사케 페스티벌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앞서 사케로 건배를 하고 있다>
▲사케
사케의 역사는 한국이 원조로 되어 있다. 일본 문헌에도 바다 건너온 백제인이 누룩으로 술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일본인들은 이 백제인을 주신으로 섬기고 있다. 일본 총영사관 기자회견에는 청주의 역사를 1,000~2,000여년 전 이라고 밝히면서도 원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케는 쌀로 빚는 한국의 청주와 유사하나 우리 것과는 달리 사케 제조를 위한 쌀을 별도로 생산한다. 청주용 쌀은 일반미보다 1.5배 가량 크다. 또 누룩도 밀로 만들지 않고 누룩 제조용 쌀로 만드는 것이 우리 청주와의 차이다.
사케는 쌀을 얼마나 깎아 만들었느냐가 품질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쌀을 절반(5부)이상 깎아 흰 속살만으로 만들수록 상품 대접을 받는다. 여기에 발효용으로 사용되는 효모의 품질과 알콜 가미 정도(향의 중요한 역할을 함), 그리고 술의 기본인 수질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쌀을 깎는 정도를 척도하는 도정비율의 예를 들면 비율 70%(쌀의 3할만 깎은 것을 말함)는 50%(절반을 깎은 것)보다 거칠게 마련이고 술맛도 떨어질 것이다. 도정비 70% 이상의 쌀로 만든 술은 가격도 싸다. 일본 내 소비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푸츠 슈’(보통주·테이블 사케)가 이에 속한다.
<일본 총영사관저에서 열린 사케 페스티벌 기자회견장에 마련된 일본 사케 시음회에 출품된 사케들>
▲ 종류와 맛
사케를 쌀만 가지고 만들면 ▲‘준마이 슈’(순미주)라고 부른다. 따라서 ‘준마이’는 쌀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부드럽다. 쌀과 더불어 주정용 알콜(사탕수수로 만듬)을 가미한 것을 ▲‘긴조 슈’(음양주)라고 하는데 고급 사케다.
‘준마이’와 ‘긴조’는 다시 쌀을 얼마나 깎아 만들었냐에 따라 ▲‘준마이 긴조’(순미음양주), ▲‘다이 긴조’(대음양주), ▲준마이 다이 긴조(순미대음양주)와 ▲‘도쿠베츠 준마이’(특별순미주) ▲‘혼조’(본양조주), ▲‘도쿠베츠 혼조’(득별본양조주) 등으로 세분된다. 이들 사케들은 질이 좋은 것들이고 일반적으로 마시는 사케는 도정 비율을 제한하지 않으며 알콜을 25%이상 가미하는 ‘푸츠’(보통주·테이블 사케)로 전체 사케 판매량의 80%를 차지한다.
▲최고급 사케
쌀을 도정할 때 5부 이상을 깎아 만든 사케를 앞서 말한 ‘다이긴조’라고 부르며 사케중 최고급이다. 일식집에서 마시는 구보다 만수, 오니고로시가 이에 속한다. 이보다 한 단계 아래지만 역시 최고급인 ‘긴조’는 60% 이상 쌀을 깎아 만든다. 이들 사케는 저온에서 장기 발효한 뒤 제조해 과일향기가 독특하다.
▲ 맛보기
사케는 와인을 맛볼 때와 같다. 마시기 전 먼저 코로 향을 느껴 본다. 그 다음 입 안에 술을 담고 입 전체로 굴리면서 뒷맛을 느끼도록 한다. 사케가 가진 맛의 무겁고 가벼움, 특별한 향 등을 구별해 낼 수 있다. 독특한 과일향에 향나무의 진한 향까지 가미돼 있다.
▲ 일본 주도(nihon Judo)
단맛의 정도를 우리에게는 생소한 ‘일본 주도’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는 섭씨 15도의 사케가 섭씨 4도 때의 물의 비중과 동일하다고 가정, ‘0’으로 계산해 사케의 무겁고(-) 가벼움(+)을 표시한다.
비중이 높을수록(-) 당도가 높아 단맛이 강하며 당도가 떨어질수록(+) 맛은 드라이해진다. 사케는 고급일수록 당도나 낮아 드라이한 맛을 낸다.‘긴조’사케는 +4.5다.
<글 김정섭·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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