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보조서비스 수혜 일부 노인들 막무가네 주장
시카고지역에서 가사보조 서비스를 받는 한인 노인들은 30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말이 통하는 한인 가사보조원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시카고지역 한인 연장자들에게 한인 가사보조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한울종합복지관 한 곳이다. 한울복지관에 따르면 말이 잘 통하면 일단 노인들이 편하게 느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갈등이 쉽게 일어나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격의가 없어진 나머지 서로를 함부로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사보조 서비스를 총괄하는 이희정 담당은 한인끼리 일하는 게 물론 좋지만 오랜 기간 담당이 바뀌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할머니가 먼저 센터로 전화해 ‘같은 사람을 오래 쓰다보니 버릇이 없어졌다’면서 바꿔달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보조원들을 며느리 부리듯 새벽에 전화해서 막무가내로 이것저것 해달라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울종합복지관이 전하는 문제 사례들이다.
▲ 내 돈 내놔라
시카고 한 노인아파트에 사는 모 할머니는 평소 가사보조원들에 대해 의심이 많다. 보조원이 왔다가면 항상 집에 놔둔 물건이 없어진다고 느끼기 때문. 물론 이 할머니의 아파트에는 이웃 노인들도 자주 찾아오지만 한번도 그들을 의심해본 적은 없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할머니는 모아둔 현금 1만달러와 아들이 준 용돈 2천달러를 모아 빨간색 보자기에 싸놓고 장농 서랍 안에 넣어뒀다. 그런데 가사보조원이 집안을 청소한 뒤 보자기만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 이 할머니는 즉시 보조원을 붙잡고 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애초 훔치지 않은 돈을 돌려줄 수는 없는 노릇. 배정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할머니가 퇴근을 막아 꼼짝없이 붙들려 있던 보조원은 결국 할머니의 아들과 복지관 상급자가 도착한 뒤, 그것도 ‘돈 보자기’를 다른 서랍에서 발견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정작 복지관 측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의 착오를 인정하지 않는 노인들과 이들을 무조건 감싸고만 도는 가족들이다. 이 할머니는 돈이 발견된 뒤에도 (보조원이) 나중에 몰래 가져가려고 다른 데다가 넣어놨다고 주장했다. 아들 역시 할머니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않고 이왕 서비스를 하려면 없어진 물건도 찾아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도둑X
복지관에 올 때마다 길을 잃어버리는 모 할머니도 보조원들을 백안시한다. 약간의 치매 증세를 앓고 있으면서 항상 가사보조원들만 보면 도둑X이란 말을 반복한다. 얼마 전엔 보조원이 딸이 사다준 행주를 훔쳐갔다고 항의했다가 며칠 후는 ‘금딱지’ 시계도 없어졌다며 소동을 일으켰다. 복지관측 관계자는 이 할머니는 예전부터 보조원들이 집에 있는 은수저를 가져갔다거나 된장을 모두 퍼갔다면서 욕설을 퍼붓곤 했다며 문제는 자녀들이 이럴 때마다 노인을 달래주기는 커녕 아무 증거도 없이 역성을 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번 ‘행주 사건’ 때도 사위가 와서는 화부터 내다가 결국 머쓱해져서 돌아갔다며 아무리 궁해도 집에 있는 행주를 가져가고 된장까지 퍼가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더듬이’ 할아버지
가사보조의 대상은 할머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들도 몸이 불편하면 가사보조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 하지만 가사보조원들은 남성 노인의 집에 가는 것을 상당히 꺼리곤 한다. 찾아오는 보조원마다 성적으로 다가서는 모 할아버지 같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노인은 독거노인은 아니다. 아내도 나이에 비해 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몸이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기에 1주일에 4시간(1회)만 가사보조 서비스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노인이 일하는 보조원 뒤에 다가가 안거나 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꾀한다는 것. 보조원마다 파견을 꺼리기 때문에 복지관에서 수차례 경고를 줬지만 이 노인은 나름대로 친절하게 하려고 그런건데 나를 무시하느냐며 되려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벌거숭이 노인
보조원들이 남성 노인을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 집안에서 속옷만 걸치고 있거나 아예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이면 고쟁이만 있고 있는 모 할아버지도 그런 사례다. 또 속옷 차림으로 보조원들에게 자꾸 다가가려 해 복지관에서 ‘기피인물’로 지정된 지 오래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나이 차가 나더라도 남녀간에는 예의라는 게 있다며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고쳐지지 않으니 아무도 이 할아버지에게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스토커’ 할아버지
신체적 접촉이나 모욕적인 언사가 없어도 보조원들이 꺼리는 경우가 있다. 몸이 상당히 불편한 모 할아버지는 거동이 어려움에도 불구, 보조원의 방문한 순간부터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 따라다닌다. 심지어 가사보조원이 화장실을 사용할 때조차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관측은 사실 이런 것은 크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같은 커뮤니티에서 주의를 주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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