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부동산은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투자의 양대 산맥이다. 미국 부의 대부분이 여기 잠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경기의 흐름에 다르게 반응한다. 부동산이 잠잘 때 주식은 뛰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 재산 중 1/3을 주식에, 1/3은 부동산에 나머지 1/3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라는 것은 투자의 황금률이다. 경제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과 부동산은 서로 성질이 다르지만 붐과 버스트의 사이클을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둘 다 붐의 초기 단계에는 별로 뛰어드는 사람도 없고 뉴스도 나오지 않는다. 붐이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너도 나도 빚까지 내가며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치고 신문과 방송에는 “이번 붐은 어째서 끝날 수 없나”를 알리는 특집기사가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주식 붐의 최대 수혜자는 우량 기업이 아니다.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하고 수익성은 없으며 구름 잡는 계획만 있는 회사 주식일수록 더 오른다. 마음이 들뜬 사람들은 성장 속도가 정해져 있는 안정적인 기업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하는 기업에 혹하게 된다. 반면 붐이 꺼졌을 때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도 이런 기업이다.
2000년 3월 나스닥이 5,000을 돌파하고 정점에 달했을 때 이런 엉터리 주식들은 불과 수년 사이 수십 배씩 뛰었다. 그 후 거품이 터지고 2년 반 동안 주식이 추락하면서 이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나스닥에서 쫓겨났다.
당시 증시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요즘 주택 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2000년에서 2005년까지 계속된 미 부동산 붐은 사상 유례 없는 것이었다. 매년 두 자리 수의 상승이 반복되고 연일 “왜 이번 부동산 붐은 과거와 다른가” 하는 기사가 대서특필 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몰려들었고 은행은 은행대로 크레딧과 수입을 묻지 않고 집값의 120%까지 융자해줬다. 전통적인 20% 다운은 아득한 옛이야기로 변하고 이자만 내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는 모기지, 40년 만기 모기지 등 신상품이 나돌기 시작했다.
부동산 붐의 최대 수혜자는 이런 상품을 이용해 신용불량자를 상대로 모기지 론을 해주는 소위 ‘서브 프라임 렌더’(sub prime lender)들이었다. 비정상적인 집값 급등으로 페이먼트가 불가능해진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을 사려면 이런 모기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경고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크레딧이 좋지 않은 무자격자를 대상으로 론을 해주던 이들 업체의 줄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남가주에 본부를 둔 레스 메이는 페이먼트 미납이 급증하자 최근 파산을 신청했고 동종 기업의 주가는 지난 수개월 사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모기지 체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이들 군소업체만이 아니다. 이들로부터 이런 론을 샀거나 직접 이 시장에 뛰어든 메릴 린치, 모건 체이스, HSBC 등 대기업들도 대손 충당금을 대폭 늘리고 융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브 프라임 마켓의 붕괴는 이중으로 나쁜 뉴스다. 체납으로 인한 차압 주택의 증가는 가뜩이나 늘어난 매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주택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융자 회사로 하여금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해 잠재적 주택 구입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 부동산 협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미 주택 값은 사상 최대 폭인 2.7% 하락했다. 149개 대도시 중 집값이 떨어진 곳은 73군데로 역시 사상 최대며 3/4분기 45군데가 하락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콘도 붐이 절정에 달했던 플로리다 사라소타 일대는 무려 18%나 폭락했다. 남가주에서는 샌디에고와 벤추라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고 LA가 고독한 소폭 상승의 섬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부동산 업자들은 올해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을 자신하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칠 때는 비관론이 천지를 덮는 것이 보통이다. 95~96년 남가주 부동산이 그랬고 2002년 가을 미 증시가 그랬다. 주택 경기의 빠른 회복을 너무 낙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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