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에 베테 네스미스는 달라스의 한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화가 친구가 잘못된 부분에 또 페인트 덧칠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문득 그녀는 타이프 오타에도 저렇게 페인트 덧칠을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타이프를 치다가 오타가 나면 새 종이에 처음부터 다시 새로 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네스미스는 집에서 수채화 페인트를 섞어 색깔이 회사 편지지와 같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네일 폴리시 병에 담아 출근하였다. 조그만 화장 붓으로 오타 위에 페인트 덧칠을 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28년 후, 그녀의 회사는 질렛사에게 4,750만달러에 매각되었다. 1956년에 ‘Mistake Out’ 나중에 ‘Liquid Paper’로 이름을 바꾼 회사를 세웠던 네스미스 여사 이야기이다.
네스미스는 평소 발명에는 관심이 없었고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2차대전 후 아이가 딸린 이혼녀로서 생활고 때문에 비서로 취직하였다. 그녀는 화가의 ‘해결책’을 보고 그 해결책을 원용하여 타이피스트들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그 해결책을 강구한다. 분명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진전되어 왔다. 수많은 발명들이 그렇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장삼이사(張三李四)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래 우리의 삶은 문제의 연속으로 숙명지어 있다. 이에 현안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그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인간생활의 예지이다. 이 또한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우리 같은 장삼이사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951년 전까지는 ‘장삼이사’에 불과했던 네스미스가 했던 것은 다른 분야에서 ‘해결’책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방안을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한 것이다. 즉 네스미스는 발명가도 아니고 생활의 예지를 운운할 통찰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네스미스가 주는 교훈은 다른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찾은 해결책이 있으면 그것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이 나에게 혹은 내 분야에 없는지 보라는 것이다. 문제가 있고 그 해결책을 찾는 전통적 방법에서, 답을 보고 그것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 있는지 보는 역발상이다.
1970년대 말 카터 대통령이 그동안 규제에 묶여 있는 항공사들에게 가격경쟁을 허용하였다. 이에 항공료의 급격한 하락으로 여행 수요가 괄목하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항공사들에게는 단골승객 확보가 현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모든 승객들이 항공사간 가격경쟁에 민감해진 것이다. 1980년 당시 캘리포니아에 있던 웨스턴 항공사가 자주 탑승하는 승객을 우대하는 소위 Frequent Flyer Program을 시작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단골 고객들에게 우선 탑승 서비스 그리고 무료 여행 권한 등을 제공하여 비행사들이 고객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게 하여 주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항공사들의 고객 확보 방안으로 성공을 이루었어도 예컨대 그로서리들이 이 방안을 도입한 것은 상당한 시일이 흐른 후이다. 다른 산업에 단골고객 확보 ‘해결’ 방안이 존재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놓친 것이다. 고객보상 프로그램인 소위 Shopper reward program인 예컨대 랄프 수퍼마켓의 ‘Ralphs Club’은 1997년 말에야 시작되었다.
자동차 렌탈업체인 아비스(Avis)는 하루 24시간 어느 때나 낮이나 밤이나 차를 렌트하여 준다. 만년 2위 업체의 ‘We Try Harder’(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한다)는 표어에 어울리는 전략이다. 관련 업계로 24시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호텔들이 아비스의 ‘해결책’을 시도 중이다. ‘시간 전 입실’(early check-in) 등이 그 예이다.
‘선생님, 총 4달러77센트인데, 23센트 대신에 점보 프라이나 점보 드링크로 바꿔 드릴까요?’ 얼마 전에 맘-앤-팝 햄버거 집에서 들었던 제안인데 그 근방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의 ‘패스트’ 서비스를 역습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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