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low에서 NHM 프렙 스쿨로 전학
4대 명문대 진학도 그리 많지 않아
그날은 너무나 지루한 날이었다. 밖에는 진눈개비가 내리고 있었고 저녁식사 시간까지 아무 일정이 없었는데 도무지 무슨 뾰족한 일이 없었던 차였다.
그러다가 문뜩 이곳 Northfield Mount Hermon(약칭 NHM)에서 새로 사귄 친구를 한번 골탕 먹여 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창문을 열고 그의 베개를 잡아 창밖으로 던지는 흉내를 내며, “이거 던져도 되겠니, 밖에는 진눈개비가 오고 있지만?”하며 반응을 살폈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물론! 그렇지만 집어오는 값은 25전이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전혀 예상치 않던 반응이라 당황했지만 이왕 나온 말, 정말 춥고 축축한 창 밖으로 그의 베개를 내어던졌다.
그러자마자 그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옛날 건물의 4층 자기 방에서 바깥 잔디밭까지 쏜살같이 달려 나가서 순식간에 자기 베개를 집어오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25전 동전을 건네주니까 신이 난 목소리로 “얼마든지 던져! 마침 할 일도 없는데 돈이나 실컷 벌자!”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가까이 사귀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그 아이는 유대인 랍비의 아들이었는데 NHM에는 유대인이 눈에 띄게 많았다. 필립 엑시터나 앤도버 등과 같은 리그에 속한 학교로서 아이비리그의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소위 말하는 ‘College Preparatory School’(대학 입시준비학교) 일수록 두드러진 현상이다. 그곳은 Barlow와 많이 달라서 저녁식사 때 정장을 하게 했고 예능, 운동, 특기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고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코네티컷 강이 학교 가운데를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조정팀도 있었고 골프, 라크로스, 수영, 하키, 레슬링 등 없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또 축구팀에는 아프리카 국가대표팀에 속했던 선수도 학생으로 스카웃해 와서 게임마다 묘기를 연출하곤 했다. 스키장도 캠퍼스 내에 있었고 또 학교 바로 옆에는 학생들은 학생증만 보이면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골프장까지 있었다.
클럽활동도 다양하고 활발해서 나는 체스팀과 브리지팀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었다. 또 동시에 수학클럽에서는 한국 사람의 천재성을 과시해서 가자마자 부회장까지 추대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어두운 뒷면도 많이 있었다. 내 룸메이트는 전해에 그 나이 또래의 뉴잉글랜드 지역 테니스 챔피언이었기 때문에 테니스 선수로 스카웃되어 온 아이였었는데 일부 다른 운동선수도 그랬었듯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집에 다녀올 때마다 대마초를 많이 가지고 와서 작은 편지봉투에 나누어 팔고는 했었다.
비싼 사립학교에서 대마초나 하고 있을 것을 부모가 알면 통탄할 일이 아닌가!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두 학교가 과연 어떻게 비교가 될까 하는 것이다. 프렙 스쿨로 가는 이유는 보다 높은 일류대학 진학률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학해서, 그것도 제일 중요한 시기에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서 공부할 만큼 그런 가치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유서 깊은 건물들과 환경 등 일단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득이 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워낙 부유한 집안 출신들이 많으니까 소위 말하는 명문 사립대학들은 많이 가지만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스탠포드 등 초일류 대학에 가는 학생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그 해에 NHM에서는 4명이 하버드를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립학교 중 최고라고 하는 엑시터나 앤도버도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포드에 진학한 학생은 1년에 합쳐서 40명 내외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다. (http://www.boardingschoolreview com 참조). 1,000명중 4%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고등학교를 들어가려면 얼마나 심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지 감안할 때 너무나도 낮은 비율인 것이다.
그러면 Barlow에서는 마음껏 기개를 펼 수 있었고 또 배운 것도 많았으면서 왜 NHM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을까? 그것은 부친의 의사였었다.
부친은 원래 아들 둘을 엔지니어로 만드시기를 원하였던 분이라 성적도 매기지 않는 Barlow에 있는 것은 도무지 불안해 하셨던 같다.
그래서 NHM으로 전학을 하게 하셨고 여름방학 동안에는 케네디가의 남자들이 다녔다는 ‘Choate’라는 학교에 가서 한 학기를 배우게까지 하셨다. 이런 결정을 늦게나 알게 된 Barlow의 미술선생님은 늦게나마 나를 미술실로 불러서 “너는 미술가이지 절대로 엔지니어가 아니다”라고 하시며 마음을 돌이킬 것을 신신당부했지만 아직 확고한 자아관념과 인생의 목표가 없었던 나로서는 미국에 유학까지 시켜주신 부친이 감사하기만 했었던 터이라 그렇게 만류하시는 선생님이 오히려 이상하게만 느껴졌었던 것이다.
결국 NHM에서 미국에 온 이래 처음 학교 성적을 받아서 늦게나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고 부친의 소원대로 공대를 가게 되었지만 결국 3학년 때 문과로 전과를 하면서 불효를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나는 차남이라 비교적 일찍 전과를 할 수 있었지만 장남인고로 좀 더 기대를 많이 받았던 형의 경우는 대학원 과정까지 이수를 하고야 공대와 인연을 끊을 수 있었다. 하루도 엔지니어로 일을 해본 적도 없이.
얼마 전 서울대와 하버드대를 다녀본 서울중앙지법 문유석 판사는 “행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 대학만 가고 1등 지위에 오른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치관은 심어주지 않고 손쉽게 강한 힘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로 아이들을 내모는 것은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깊이 생각해 볼만한 말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