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에 곡 붙여 한인 피아니스트에게 준
크라우즈 UCLA 음대학장
“재능 있는 한인 피아니스트를 위해 한국어 시에 곡을 붙이게 돼 영광입니다. 소월 시를 비롯해 한국시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UCLA 캠퍼스 내 ‘쇤베르그홀’(Schoenberg Hall)에서는 한인들에게 아주 의미 있는 연주회가 열렸다. 이안 크라우즈(Ian Krouse) UCLA 음대 학장의 ‘50세 기념 음악회’(In Honor of His 50th Birthday Year) 에서 한국의 대표시인 김소월의 시 ‘초혼’에 곡을 붙여 만든 연가곡 ‘초혼’(Invocation)이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본보 2월6일자 보도)
<14일 열린 연가곡 ‘초혼’ 연주회를 마친 후 이안 크라우즈 학장(가운데)가 연주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맨 왼쪽이 피아니스트 김미연씨 <신효섭 기자>>
“시 처음 소개 받았을때
표현못할 감정 쏟아져나와
‘사랑’과 ‘love’느낌 달라
한국어의 감흥 살리려 노력”
김미연씨 지난 14일 연주회 마쳐
소월의 시 외에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27번’,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사랑의 소네트 22번’과 일본 시인 타치하라 미치조의 ‘다시 오는 밤에는’ 등을 가사로 사용해 4개의 곡이 하나의 완성곡을 이루는 ‘연가곡’(song cycle) 형식의 이 작품은 사랑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인 초혼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는 왜 이 곡을 작곡했을까?
“처음 소월의 시를 소개받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속에서부터 쏟아져 나왔습니다.” 곡에 대해 설명하는 크라우즈 학장의 몸동작이 커지기 시작하고 표정이 진지해졌다. “초혼을 들을 때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사랑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소월의 시는 내용이 단순하지 않으며 시 자체에 이미 상당한 음악성이 내재돼 있습니다.”
크라우즈 학장은 이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혼을 한국어로 낭송한 것을 되풀이해서 들었다고 한다. 의미를 100%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어도 한글 시 원문에 의미를 받아 적고 한국어가 주는 음악적 감흥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크라우즈 학장의 한국어 시 낭송이 시작됐다. 자신의 말대로 ‘하도 여러 번 들어서’ 이제는 한국어로 시를 다 외울 정도다.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가운데 ‘사랑’이라는 말에는 ‘love’와는 다른 어떤 느낌이 있습니다. 영어로 표현했을 때는 느껴지지 않는 감정입니다.”
<“소월의 시 너무 좋지 않나요?” 이안 크라우즈 학장이 한국 시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그렇다고 크라우즈 학장이 한국어를 특별히 잘 한다거나 한국 음악을 남달리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한인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한국은 그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크라우즈 학장의 아내는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이다. 그래서 그는 1년에도 몇 차례 처가가 있는 일본을 찾곤 하는데 이런 이유로 그의 음악에는 일본 전통음악 분위기도 풍겨난다.
크라우스 학장이 ‘초혼’을 쓰게 된 건 지난해 한인 피아니스트 김미연씨와 소프라노 제시카 리베라 연주회에 참석한 데서 비롯됐다. 크라우즈 학장은 이들의 연주에 감동을 받고 곡을 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김씨로부터 가사로 사용할 ‘초혼’을 소개받았다.
“미연과 제시카 연주회에 갔는데 곡을 써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작곡가에는 흔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미연에게 곡을 써줄 테니 좋은 가사를 소개해 달라고 했어요. 그때 김소월의 시 ‘초혼’을 소개받고 감동을 받았지요.”
크라우스 학장은 요즘 한국어의 매력이 푹 빠져 있다. 의미를 다 알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한글을 읽고 소리를 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소나무’ ‘산’ 과 같은 발음을 하며 한국어가 갖고 있는 소리의 매력을 느껴보기도 한다.
크라우스 학장은 메릴랜드 출신으로 클래식 작곡 전공으로 USC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소수민족 음악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현대음악 작곡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여러 개의 작곡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www.iankrouse.com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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