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의학적 처치 중단해야 호스피스 케어 가능
애트나·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등 일부 보험사‘개혁’시도
삶의 끝 다다른 환자들, 더 오랜 기간 안정적 생존 혜택
이제까지 미국의 의료체제는 말기 불치병 환자들이 호스피스 간호를 받으려면 의학적 처치를 그만두게 했다. 암 환자라면 화학요법, 신장 기능이 정지된 환자라면 투석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말기 폐암 환자 찰스 티론이 의사에게 다녀와 자기 아파트에서 쉬고 있다>
이처럼 환자들에게 양자택일이 강요됨에 따라 호스피스에서 많은 혜택을 봤을 이들까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병원을 찾게 돼 메디케어나 의료보험도 더 큰 부담을 지어 왔다.
이제 일부 호스피스 프로그램과 건강보험 회사들이 더 많은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 때에 호스피스 간호를 받게 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간호와 동시에 병의 진전을 늦추거나 중지시킬지도 모르는 치료 또한 받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보급되면 환자들이 더 많이, 더 일찍 호스피스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아직도 많은 미국 사람들이 그렇듯 삶의 마지막 몇주일을 돈 많이 들고 위기가 연속되는 병원에서 맞이하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2005년에 미국에서 죽은 240만명중 호스피스 케어를 받은 사람은 겨우 3분의 1에 불과했는데 호스피스에 등록했어야 할 숫자는 그 2배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호스피스 간호는 6개월 내지 1년동안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계에나 등록해 1주일 남짓 머물다 세상을 뜬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 호스피스 케어에 대해 재고하고 있는 큰 보험회사들 중 ‘애트나’와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호스피스 환자들에게 의학적 치료도 받도록 하고 있다. 전국의 4,200여개 호스피스 프로그램 중에도 의학적 치료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오픈 액세스’ 호스피스라 불리는 이 방법은 미국 의료 체제의 특정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일부 보험회사와 의학계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의학 치료가 호스피스 환자에게 일으키는 차이는 상당하다. 말기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호스피스 환자 개리 마코(42)는 “치료받을 수 있는 옵션이 없었더라면 호스피스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집으로 방문하는 간호사와 마사지 요법사의 돌봄을 받고 있는 그는 화학요법을 받는 것도 고려중인데 그 두가지 비용은 모두 그의 회사 보험인 ‘애트나’가 부담한다. ‘애트나’는 노인과 전문의 출신으로 현재 컬럼비아대학의 보건정책 교수인 존 로우 박사가 사장이었던 2년전, 호스피스 서비스와 전통적인 치료를 받는 비용을 모두 지불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의사들 중에는 이제는 치료나 호스피스냐의 양자 택일은 타당성이 덜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의학의 발달로 가장 말기에 처한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새로운 치료법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다트머스-히치콕 메디컬 센터의 아이라 비욕 교수는 호스피스는 사람을 죽도록 돕는 곳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통증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주기만 해도 어떤 사람들은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떠날 수 있을만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1,500만명의 가입자중 40만명 정도가 받을 자격이 있는 ‘애트나’의 실험 결과 사람들은 생명을 연장시킬 다른 치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면 호스피스 케어를 이용하려 한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암환자인 마코의 경우 ‘애트나’ 보험회사가 화학요법 포기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집에서 가족과 함께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트나’를 비롯한 일각에서 실험하고 있는 오픈 액세스 프로그램은 아직 예외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작년에 호스피스 베니핏에 4,060억달러에 달한 총 지출중 90억달러 가량을 배정한 메디케어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프로그램에 들어가려면 정규 메디컬 커버리지를 포기할 것을 의무화시키고 있다. 호스피스 케어를 선택한 환자라도 마음이 바뀌면 다시 과거의 카버리지를 되찾을 수 있으며, 메디케어 규정중 호스피스 프로그램에 모든 의학적 치료를 금지시키는 내용은 없다고 관계자들은 말하지만 많은 호스피스 프로그램들이 부담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의학적 치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메디케어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와 관계없이 환자 집에서 하는 호스피스 간호에 대해 메디케어는 제공자에게 하루에 130달러 정도를 지불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호스피스 혜택을 허용한 메디케어의 규정은 호스피스와 함께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치료까지 제공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것인데 많은 전문가들은 그런 생각 때문에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날을 원하지도 않으면서 비싼 돈 들여가며 병원에서 보내게 되고, 가족들 손만으로는 환자를 돌볼 수 없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도록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연히 응급실 비용만 지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메디케어의 정액지불 시스템 때문에 값비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호스피스 프로그램들도 있다. 그러나 뉴욕주 ‘컨티넘 하스피틀’ 시스템이 운영하는 ‘컨티넘 호스피스 케어’의 경우 작년 4,200만달러의 예산으로 2,700명의 환자를 돌보면서 일부 환자의 비싼 치료비도 감당했다. 이 호스피스 환자의 40% 가량은 의학적 치료도 함께 받는다.
<찰스 티론이 루즈벨트 하스피틀에서 진찰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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