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훌쩍 넘긴 이상헌 사장은 “언제나 손님 곁에 존재하고 싶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진천규 기자>
“반칙 안하고 영업하니
고객들이 알아 주네요”
“강남회관은 맛에 있어 반칙을 안 합니다. 고객의 입은 음식 맛을 판정하는 심판이지요. 맛이 달라지면 고객이 먼저 알게 마련입니다.”
강남회관 이상헌(65) 사장은 손님을 가장 공정한 심판관이라며 경영방침을 이렇게 설명한다. 강남회관이 올림픽가에 둥지를 튼 지 올해로 24년째. 1~2년, 짧게는 몇 달만에 간판을 바꿔 달 정도로 부침이 심한 타운 요식업계에서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하도록, 그것도 한자리만을 꿋꿋이 지키고 있으니 그의 말은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그는 타운 요식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셰프 겸 오너다. 20대 초반 월급쟁이 스시맨 때부터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꿋꿋이 주방을 지키고 있으니 그야말로 외길 40년인 셈이다.
그의 일과는 24년간 변함이 없다. 비즈니스가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먹고 살만한’ 요즘도 어김없이 새벽 6시에 기상, 다운타운 수산시장을 돌며 손님상에 올릴 생선과 재료를 직접 고른다. “생선은 미세한 온도나 짧은 시간 차이에도 맛과 신선도가 달라진다”고 믿는 그이기에 이곳저곳 들렀다 오는 배달 재료는 영 못 미덥단다. 장을 본 후 식당에 들러 구석구석 살피고 중요한 소스들을 만드는 것도 여전히 그의 몫이다.
한국의 대형 일식당 ‘이학’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 72년 미국 땅을 밟았다. 우연히 알게 된 뉴욕 맨해턴의 일식당 오너가 그를 초청했다. 하지만 식당의 오너십이 변경되면서 그는 1년만에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일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가 꿈꾸던 ‘동경의 땅’이었지만 이민생활은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간신히 포드차 공장에 취업했어요. 아침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자동차를 만들랴, 또 늦은 밤까지는 일식당에서 졸음을 참아가며 스시를 만들었습니다. 하루가 25~26시간이라도 부족했습니다.”
투잡족으로 악착같이 7~8년을 뛰다 보니 진짜 돈 쓸 시간은 없었다. 그의 세이빙스 어카운트에는 차곡차곡 결실이 쌓여갔다. 그런데 웬걸. 포드에서 대대적인 감원을 실시했는데 그의 이름이 명단에 올랐다. 당시 꽤 높은 보수를 받던 터라 아쉬움도 적잖았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요리가 천직인가 보다”라고 마음을 다잡고 아예 짐을 챙겨 LA로 이주했다. 2년간 남의 식당에서 일하며 차분히 비즈니스를 준비하던 그는 마침내 83년 강남회관을 열었다.
“지금은 타운 중에서도 안전한 곳으로 꼽히지만 처음 가게를 냈을 때만 해도 주변은 완전 흑인 슬럼가였어요. 그런 자리에서 장사가 되겠냐고 걱정하던 사람도 많았죠.”
지역적 핸디캡에도 불구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가게는 갈수록 번창했다. 슬슬 다른 마음이 싹틀 만 했다. 대부분 식당들이 지점이다 분점이다 확장 경영에 열을 올릴 때였으니.
“큰 욕심냈다면 왜 분점을 안 냈겠어요. 조금만 이름이 나도 오픈하는 게 유행인데…. 하지만 한 업소 ‘테이크 케어 오브’ 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지점을 내고 똑같은 맛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상호만 빌려달라며 혹은 파트너십으로 하자며 그를 찾아와 조르다 빈손으로 간 투자자들도 많았다고 회고하는 이 사장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강남회관의 고객층은 어느 식당보다 두껍다. 올드타이머뿐 아니라 신세대 중에도 단골이 많다. 타인종들 사이에서도 꽤나 알려져 지금은 전체 고객의 30~4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사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메뉴도 개발하고, 굳이 돈 들여가며 리모델링도 마다 않는다. 얼마 전에는 30만달러를 들여 바닥을 대리석으로 바꾸는 등 인테리어를 단장했다. 고객들에게 편안함 속에서도 변화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24년간 프론트를 지키며 인생뿐 아니라 사업에 있어서도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밝히는 이 사장의 희망은 한 가지다.
“번듯한 가게 있겠다. 자식들 다 공부시켰으면 됐지 바랄게 뭐 있겠습니까. 그저 언제나 손님 곁에 존재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323)937-1070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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