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지구로 돌아온 한인경관 케네스 방 서전트
2003, 2005년 이라크 참전만 두번
한인 경찰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시기인 지난 91년 시카고 경찰로 임관했던 케네스 방 서전트가 로렌스와 케지 길 등 한인 상권 지역을 관할하는 17지구경찰서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새내기 경찰관이 아닌 수퍼바이저로서 휘하에 언더커버 요원은 물론 순찰, 행정 요원 등 여러 명의 부하 직원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방 경관이 17지구에 맨 처음 부임한 시기는 임관 첫 해인 91년 겨울. 그는 이곳에서 언더커버 경찰로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 당시 한인 업체를 포함, 로렌스 길에 위치한 여행사들이 오픈 항공 티켓을 도둑 맞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적 있었다. 언더커버 요원이었던 방 경관은 범인들을 잡기 위해 늦은 밤 모 한인 여행사에 잠복, 콜롬비아계 절도범들을 일망타진하는데 큰 공적을 세웠다.
이후 오헤어 공항으로 근무지를 옮긴 방 경관은 이곳에서도 언더커버와 순찰 요원 등으로 활약하다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서전트로 승진, 2001년도에는 수퍼바이저로 임명됨과 동시에 21지구로 부임했다.
21지구에서 활약하던 중 그는 이라크 전쟁에 두 번이나 참전하는 특이한 상황을 맞게 된다. 참전 첫 해인 2003년에는 예비역 해병 중사로서 1년여의 기간 동안 병력들을 인솔하며 실제 여러 차례의 생사를 건 전투에 참여했다. 지난 2005년 두번째로 파병됐을 때는 해군들에게 전투 능력을 심어주는 교관으로서의 임무와 함께 전장을 방문하는 세계 각국의 VIP들을 경호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라크에 실제로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얼마나 많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고통에 떨고 있는지...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 희롱 당하는 여성들, 그리고 종교적인 갈등 때문에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 누군가가 이들을 도와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미군들이 이라크 주민들에게 먹을것과 입을 것을 나눠주는 등 꿈과 희망을 주는 일도 많이 합니다. 그 지역에 하루 빨리 평화가 깉들기를 바랄 뿐이지요.
방 경관은 이라크에서 돌아 온 후 그 동안 경찰로서 이루어 놓은 성과와 이라크에서의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1일 17지구로 다시 부임하게 됐다.
경찰로서 모든 이들을 공정하게 대한다는 마음가짐에는 변화가 없지만 한인 경관으로서 17지구내 한인 상인들에게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현재 제 근무 시간이 밤으로 잡혀 있는데요, 조만간 낮 시간으로 옮길 수 있는지 상사와 상의할 계획입니다. 아무래도 한인 업주들과 가깝게 접촉하기 위해서는 영업 시간대인 낮이 편하지요. 시간이 날 때마다 한인 업소를 방문하고, 또 업주들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불편한 점은 없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 볼 계획입니다.
그가 한인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은 바로 1.5세로서 한국 문화와 언어를 이해 한다는 점이다. 가령 남편과 아내가 싸우다가 남편이 아내를 향해 ‘너 죽었어’라고 말했다고 칩시다. 영어로 해석하면 곧 바로 ‘ I’ ll kill you.’ 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화가 나면 ‘죽인다’는 말을 종종 사용하잖아요. 바로 이런 부분에서 제가 조사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계’를 많이 하는데, 누가 계주에게 돈을 떼어먹혔다고 해서 돈을 잃은 사람이 경찰서로 와서 하소연 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계’ 그 자체가 이미 불법 행위이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계몽도 제 역할 중 하나지요.
방 경관은 그러나 한인들이 무조건적으로 한인 경찰의 도움에만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단 어떤 일로 인해 타인종 경찰에게 적발이 됐으면 우선은 원칙대로 그들의 조사를 받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리고 나서 언어라든지, 문화적으로 소통이 안될 때 한인 경관을 찾으면 되지요. 타인종 경찰이 봤을 때 처음 부터 한인 경찰이 나선다면 우리들 끼리 너무 감싸돈다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적합한 절차 후에 한인 경관을 찾는다면 더욱 쉽게 도움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시카고 한인들의 가정 생활이나 자녀 교육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인들은 하루 열 몇시간씩 일을 하며 돈은 잘 벌지만 자녀들 한테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인 청소년 중에는 마약이나 폭력, 성범죄 등에 연루돼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다 부모들의 관심이 적어서 그런 것이지요.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자녀들과 대화하고, 공통된 여가를 즐기고, 대화를 하는데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 경관은 17지구로 다시 부임하게 돼 만감이 교차함과 동시에 새로운 의욕이 넘쳐 흐름을 느낀다며 앞으로 이 지역의 쾌적한 주거, 비즈니스 환경 조성 및 치안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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