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길 어디쯤에서 만난 만남
삶을 흔히 여정(旅程)이라 말한다.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쉴 수 없는 ‘순간 순간’ 을 짊어지고 나 홀로 걸어야한다. 문제는나와 하나 되어야 할 길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느 곳을 향해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 것인가? 거기에 나만의 선택이 있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그 길 위에 삶이 있고, 사랑이 있다. 누구는 “길은 ‘부름’ 이란다”. 하기야 ‘부름’은 만남의 시작이다. 가고 오며, 길 위에서 나누는 손짓이 그렇게 크게 보였던가. 그는 떠남이 아쉬움으로 남았던지 돌아옴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을 두고 서로 나눈 희망과 기다림과 그리움이 하나 되어 ‘불임의 땅’ 위에 발길로 남긴 자취를 본다. 그렇게 길은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과 나뉘는 길, 나에게로 오는 열린 그같은 길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할 이웃을 만날 수 있고, 삶을 일구어낼 수 있는 것이다.
길은 모든 이룸의 시작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는 닫힌 발 길을 본다. 뒤돌아서야 한다. 어둠의 가시밭길도 있다. 또 다른 떠남을 지켜보아야 한다. 어느 때는 고집스럽게 내가 걸어 새 길을 열겠다고 온 몸 내 던지는 발 길도 본다. 역사의 새 광장을 열겠다는 일꾼의 기세일 것이다. 곁에 있는 우리를 부르는 다른 몸짓이다. 온 몸이 터지고 깨지고, 지쳐 쓰러진다해도 한 팔이 되어 길을 함께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눈 뜨고 사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길동무들을 반기는 이웃일 것이다. 한 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길 위에 서서 “오라 그리고 가라”고 손짓하며 들려주는 성직자의 말을 듣노라면 또 다른 길이 보인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갈 길을 알며 걷습니다.
하지만 착한 사람은 알아서 바른 길을 걷고/ 악한 사람은 알면서 그릇된 길을 걷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럴 것이다. 착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정말 악하지도 못한 나를 두고 봐도 알 수 있다. 습관적으로 ‘그릇된 길’ 을 휘젓고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들어야 할 말은 계속된다. 슬기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은 갈 길을 아예 모르며 걷습니다./하지만 슬기로운 사람은 틀리지 않아서 바른 길을 걷고/ 어리석은 사람은 몰라서 그릇된 길을 걷습니다.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고, 몰라서 그릇된 길을 걷는다면 탓할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리지어 세를 과시하며, 자기(들)의 주의, 주장을 앞 장세워 그릇된 길을 걷는다면 그것은 전혀 딴 이야기다. 자기 스스로가 악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라 할 지라도 분명히 착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못된다고 고개가 숙여지면, 삶의 여행길 틈틈히 자기 “발자욱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잊었다가 새롭게 만난 “오라 그리고 가라”(빌리 람베르트 지음)속에서 찾아 낸 보석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람은 서면 앉고 싶습니다./ 앉으면 서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걷습니다./ 사람이 걷는 길에는 오르막 내리막 곧은 길 굽은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걸음걸이를 두고 발자욱이 나즈막하게 귀띔해 줍니다./ 그가 참 사람인지 거짓 사람인지.” 두려운 노릇이다. 은총속의 삶이 아니고서는 단 한 발자욱도 옮길 수 없는 발길이다. 그러나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삶의 지혜로 읽을 수 있다면 단 한 구절 만이라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좋게도 당신과 내가 지금 순례의 길을 떠난다면, 베르너 쉬프링어(Werner Sprenger)가 쓴 다음의 글에서 용기를 얻으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이 있다, 만약 네가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길은 우리가 그 길을 가는 가운데서 생겨난다./ 생명력 없는 삶으로 뒤덮인 채, 잡초로 덮여버린,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길들./ 아무도 가지않을 길이 있다/ 만약 네가 그 길을 가지않는다면./ 너의 길이
있다, 네가 그 길을 간다면 생겨날 길 하나가 있다.”
이렇게 밝힌 길은‘하나의 위대한 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각자는 자신을 위하여 그 길을 가야 하며, 자신의 작은 길을 자기가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안다면 한 시도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그 길을 걷는다면, 걷는 길 어디쯤에서 우리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길이다. 그래서 그것은 진리이다. 따라서 그것은 생명인 것이다”는 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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