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국인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중국인들이 모든 공장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유럽인들은 전기를 포기하고 등잔불 시절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이 모든 조치가 동시에 시행된다 해도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기에는 어림도 없다’ - 전 세계의 핫뉴스로 부각된 유엔의 지구온난화 보고서를 보도하며 LA타임스가 엊그제 인용한 몇 가지 비유가 그 심각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주말 발표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제4차보고서는 반세기동안 계속되어 온 온난화 논쟁에 대한 일종의 평결이라 할 수 있다. 130여개국 수천명 과학자들이 참여한 세계 최고권위의 기후과학협회에 의해 두가지가 땅,땅,땅, 결론지어졌다. 첫째, 지구 온난화는 사실이며 점점 심화되고 있다. 둘째,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해 초래된 것은 거의 확실하다. 2001년의 3차보고서때 온난화가 인간의 활동 탓일 확률을 66~90%로 지적했었는데 이번에 그 인재의 가능성을 90~99%로 높여 ‘거의 확실하다’라고 마무리한 것이다.
‘인재’란 구체적으로 말해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 사용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개스의 배출이다. 배출량이 많아지면 지구표면에 온실층이 형성되면서 기온이 올라간다. 방치하면 21세기말에는 평균기온이 화씨 3~7도, 심하면 12도까지 더 올라갈수 있다. 겨울은 줄고 무더위는 길어지고 가뭄과 폭우가 심해지면서 지구 곳곳이 황폐해 질 것이다. 특히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현재보다 최고 2피트까지 상승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인구의 절반이 해안 50마일 이내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겐 두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온난화에 대해서 ‘진보세력의 속임수’라고 비판하는 반대론자들도 적지 않았다. 부시 진영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와 일부 과학자들은 설사 지구가 좀 더워지고 있다 해도 인재 아닌 자연현상 때문이라며 온실개스 배출 제재를 외면해왔다. 이젠 그들의 보이스가 좀 낮아질 수는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논쟁에서 이기고지는 게 아닌 듯하다. 온난화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대책은 수없이 제시되었다. 각 국가나 기업에 대한 개스배출 제한제재나 에너지사용 세금부과등 단기대책에서 새로운 테크놀로지 개발 위한 장기대책까지 다양하게 나와있다. 보고서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단언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면서 앞으로의 온난화가 몇세기 동안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도록 그 속도를 지연시키라는 것이다. 어느 한 나라나 한 단체만이 아닌 전 세계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전제다.
다행히 정치적 기후는 상당히 쾌적해졌다. 유럽에선 이미 각 정부와 여론의 넘버원 관심사가 지구온난화다. 고어의 영화 ‘불편한 진실’ 덕인지 미국에서도 지난해부터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2개 주정부가 독자적 대책을 마련 중이며 민주당 주도 새 의회엔 벌써 4개의 온난화 법안이 상정되어있다. 온난화라는 용어 사용조차 꺼려온 부시까지도 국정연설에서 대체에너지 개발을 강조했고 2008년 대선 후보들 역시 저마다 온난화대책을 우선 공약으로 강조한다.
지구온난화 진행을 막으려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적어도 70%는 줄여야 한다. 그런데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바람이나 태양, 원자력 에너지로 당장 바꾼다해도 최대 39% 정도만 줄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조치다.
세계 에너지의 80%는 화석연료에서 얻어진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화석연료가 세계경제의 버팀목이라는 뜻이다. 전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지금은 미국이지만 2년 후면 중국이 더 많아진다. 급성장 중인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주동력이 바로 이 화석연료들이다. 아무리 ‘지구가 고열에 신음하고 있다’고 과학자들이 외쳐대도 이들이 막 꽃피우기 시작한 경제발전을 포기 할 리 만무다.
나라 아닌 개인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이고 세금을 올리겠다면 여러분과 나를 포함해 어느 유권자가 좋아할 것인가. 온난화의 근본적 해결책은 이처럼 각 개인과 각 국가가 희생을 감수하는데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더 불편한 진실’을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온난화 대책은 아직 한참 더 탁상공론으로 머물러있을지 모른다.
뉴욕타임스에서 기후과학 담당기자로 일하다 은퇴한 윌리엄 스티븐스의 에세이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지구의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될 것인가는 더 진행되어야 확실해질 것이다. 그 결과가 좋을 것인지, 끔찍할 것인지가 드러날 무렵엔, 71세인 나는 여기에 없을 것이다. 많은 여러분들은, 그리고 여러분의 자녀들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행운을 빈다”
마음이 지쳤을 때 바라보면 ‘욕심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다가라’하는 창밖의 푸른 하늘을, 아직은 깨끗한 지구를 새삼 바라보게 된다.
<박 록> 주 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