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기 누명벗은 홀리데이인호텔 서정익ㆍ이형인 대표
유색 인종 이민자에 대한 미국사회의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윌카운티 셰리프 당국의 무리한 수사로 신용카드 사기범이 될 뻔한 졸리엣 홀리데이인 호텔 서정익, 이형인 대표는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셰리프 50여명이 한꺼번에 호텔로 들이닥친 지난해 11월 2일 오전, 서정익 CEO는 업무차 자리를 비웠고 이형인 CFO만 호텔에 남아 있다가 NBC, ABC 등 방송과 트리뷴 등 신문매체에 의해 체포되는 모습이 그대로 보도됐다. 30년이 넘게 쌓아온 성공한 이민자로서의 자부심이 곤두박질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왜 체포돼야 하는 건지 조차 몰랐죠. 아무리 생각해봐도 성실하게 일해서 세금을 낸 기억밖에 없었으니까.
■ 쉐리프 당선위해 증거 조작
셰리프는 체포 당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또 결박까지 당한 채 독방에서 3시간을 보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 사유는 이들을 더 기막히게 했다. 예전 호텔에서 신용카드로 사기를 쳐 구속된 티모시 헤커와 호텔측이 공모, 1만달러 어치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 연매출이 1천만 달러가 넘는 호텔 소유주가 ‘그깟’ 1만달러를 벌자고 신용사기에 가담했다는 주장도 황당했지만 정작 서 대표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자신의 선거를 위해 남의 명예를 짓밟은 ‘정치꾼의 협잡’이었다. 이미 트리뷴이나 헤럴드 뉴스 등에서 보도됐듯이 폴 코파스 윌카운티 셰리프는 지난 2005년에도 무고한 한 아버지에게 영아 살해 혐의를 뒤집어씌워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만든 바 있다. 그 때와 지금의 공통점은 둘다 셰리프 선거가 있기 일주일 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짜맞춘 사건이라는 것. 서정익 대표는 그 사람(코파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겠지만 내게는 이민자로서 오히려 주류 시민보다 더 정직하게 일하며 쌓아온 자존심과 명예였다며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서-이 공동대표가 당한 고통은 셰리프의 억지 수사에서 그치지 않았다. 개인의 목소리보다는 셰리프 당국의 공식발표 및 언론의 보도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당연. 이에 홀리데이인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던 많은 이들이 한 순간에 등을 돌리고 적대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 일단 행사 장소를 예약했던 고객 중 상당수가 계약을 취소했다. 계약금 환불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텔에 물건을 공급하는 벤더들이 일방적으로 현찰 거래를 선언했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거래처에 물건을 신용으로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후엔 비자와 매스터 카드가 호텔의 주거래 은행인 체이스를 통해서 갑작스레 가맹 취소를 통보해왔다. 이는 분명한 계약 위반임에도 불구, 호텔측이 범인이라고 판단한 카드사의 태도는 단호했다. 즉각 변호사들을 동원, 다행히 가맹 취소까지는 막았지만 2만달러 가량의 예금이 지급정지 되고 내사를 받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호텔 체인 본사까지 나서서 빈사 상태의 호텔에 카운터를 먹였다. 홀리데이인 호텔 체인을 관리하고 있는 인터콘티넨탈 본부에서 지난 1월 3일 프랜차이즈를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던 것. 호텔 체인 시스템을 끊으면 인터넷 예약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게 된다. 서 대표는 요즘 호텔 장사는 인터넷 예약이 대세인데 예약을 못받게 하면 도저히 운영이 안된다며 호텔 이용 대금 결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카드사도 가맹을 철회하겠다는 상황에서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가족들 마음고생 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더불어 가족들이 겪었던 가슴앓이다. 서버브 버리지에 사는 이형인 대표는 보도가 나간 뒤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에 메시지를 남겼다. ‘크레딧 팔아 돈 벌어서 좋은 동네 사느냐’고 하더라. 이제야 검찰이 기소를 포기하고 결백이 입증됐지만 그래봤자 아예 일어나지 않은 것만은 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또 아이타스카 소재 대표적인 한인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이 대표는 사건 초 교회 안에서 받은 의혹의 눈초리에 상당히 힘들었다고 전했다. 서정익 대표 역시 그동안 가슴을 졸인 게 한 두번이 아니다. 퇴근 후 생필품을 사러 마켓에 갈 때마다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는 것. 그는 마켓에 갔는데 비치된 무료 위클리 뉴스에 사진이 나와 있더라며 아무리 내가 떳떳하다 한들 이런 상황에서 낯이 뜨겁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가족들도 걱정이었다. 현재 뉴욕으로 시집가 있는 서 대표의 큰 딸은 결혼한 지 2개월만에 부친과 관련된 뉴스를 보고 크게 상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4학년인 막내 아들도 마찬가지. 친구들과 함께 TV를 보다가 화면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 아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히 컸다. 그는 결혼한 지 얼마되지도 않은 딸이 얼마만한 상처를 받고 그 남편을 볼 면목이 있었겠느냐. 또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남의 아이디 도용꾼이 된 뉴스를, 그것도 친한 친구들과 함께 접한 아들의 마음이 도대체 어땠겠느냐(이 대목에서 서 대표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끝까지 결백을 믿어줘 고마울 뿐이지만 아비된 심정으로 그저 미안하기만 할 뿐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 명예 회복ㆍ피해 보상 관철
윌카운티 검찰이 자발적 ‘기소 취하’라는 초유의 망신을 감수한 채 셰리프와 책임공방을 벌이는 지금, 서정익-이형인 대표는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보상받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맨손으로 이 땅에 건너와 성공한 이민자로서, 정직한 사업으로 부를 일군 성실한 납세자로서 이번 일로 상처받은 명예와 자존심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게 이들의 결심이다. 애초 함정수사에 빠졌다는 것만 인정하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셰리프측의 제의를 거부한 것도 그래서다. 이 대표는 억울한 일을 당했음에도 불구, 우리가 여기서 물러나면 다음 사람이 장사를 못한다. 이민 초기와 달리 이제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만큼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처벌을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 대표 역시 이 호텔 하나 말아먹을 생각하고 싸우기로 결심한 이상 역사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여기서 시정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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