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회오리 속에서 ‘나와 우리’ 찾기
코리언 아메리칸, 그들은 누구인가?
-타자(他者) 안에서 나를 찾기
1903년 1월 13일, 101명의 한국인 이민자들을 태운 미국상선은 하와이 호놀루루에 도착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시작된 한인들의 미국이민은 이제 이 새로운 땅, 아메리카에서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사탕수수 노동자, 사진신부(picture brides), 전쟁신부(war brides)로 이어지는 우리의 굴곡의 이민사는 이제 경제성장과 고도로 유동적인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홈쇼핑을 통한 이민상품의 판매, 원정출산, 영어연수, 조기유학, 기러기 아빠 등의 신 조어는 이미 식상한 우리 사회에 유행어가 되었다.
다이애스퍼러(diaspora)의 유혹 앞에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탈 영토화를 소망하며 이는 현실화 되고 있다. 이제 고정적인 날줄은 집단 이동의 씨줄로 분주히 대체되고 있다. 코리안 아메리칸,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까지 우리 이민사에 대한 적지 않은 학술적 차원의 연구와 저술들이 축적 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 주로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타인들의 언어인 영어로 산발적으로 쓰여져 왔으며 연구의 주체가 되는 일반 미국 내 한인들과는 유리된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 왔다. 하지만 “The Korean Americans (Won Moo Hurh/ 허원무 저)”는 전문적인 학술용어를 최소화하고 외국인이 아닌 재미 한국인 학자에 의해 비교적 평이한 영어로 쓰여진 미국의 한인들에 대한 개론서 이다.
한국인은 누구인가? 왜 그들은 미국에 왔는가? 그들은 어떻게 이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여 왔는가? 미국인들은 그들을 어떻게 받아 들였는가? 미국 사회에서 그들의 성취, 문제, 기여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답을 인구 통계학적인 자료의 제시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의 한인들에 대한 일반적인 프로필을 위해 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보기로 한다.
사회 경제적 특징: 저자는 한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이주동기를 삶의 조건의 개선과 자녀들의 더 나은 교육(to improve their life conditions and to provide better education for their children)에서 찾았으며, 교육과 수입측면에서는 미국 내 한인들은 평균적으로 미국 전체 인구에 비교할 때 교육적인 성취도는 매우 높은 반면 많은 한인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곤선(the poverty line) 아래 놓여 있었다. 1990년도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미국가구의 수입 평균이 $35,225 였고 한인은 $33,909이며 한인가구의 14.7%가 빈곤선 아래 놓여 있었다. 그리고 소수민족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한인들이 가족 중심의 노동 집약적인 자영업과 소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사회 문화적 적응도: 대부분의 한인들이 문화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2%의 한인들이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대답했다. 미국의 언어, 관습, 가치, 신념 등의 학습을 의미하는 문화적 동화(cultural assimilation/ acculturation)와 이민자들이 주류사회에 받아 들여지는 사회적 동화(social assimilation)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회적 동화는 문화적 동화보다는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소수민족에 있어서 문화적 동화는 사회적 동화를 위한 필요조건(necessary)이지만 충분조건(sufficient conditions)이 되지 못함을 입증한다.
가장 중요한 문화적 동화 요인의 하나인 언어적 요인인 영어의 경우 많은 이민 1세대들이 영어와 한국어의 두 언어권 사이에서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중 87% (시카코 샘플)는 그들의 배우자와의 대화에서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미국 주류 언론에 대한 노출도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단지 다섯 명 중의 한 명만이 미국언론을 정기적으로 접하며 대다수는 주로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국신문을 읽고 있었다. 또한 친지, 친구 그리고 교회 등의 사회단체를 통한 강한 결속력을 드러냈다. 이들은 결국 주류문화로부터 고립된 섬에 살고 있다. 저자는 미국 내 한인들의 사회적 동화는 그들의 자손들과 유럽계 이민자들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민자들의 차세대: 저자는 73%의 1세대 한국 이민자들이 미국내의 출생이 아님 점을 지적하며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1.5세대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의 문화적 형태에 주목한다. 부모들 세대와는 달리 문화적응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미국문화에 더욱 익숙한 100% 미국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들은 문화적으로는 완벽(culturally perfect)하지만 인종적으로는 주류사회의 구성원과는 다르며(racially different) 이점이 미국 주류사회로의 이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동화에 회의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부모들의 압력, 소수인종에 대한 백인들의 거리감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친한 친구, 데이트 상대, 배우자 감으로 같은 민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두 문화사이에서 실존적인 양면가치 (existential ambivalence) 와 정체성의 문제로 고민한다.
정리하면,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타국으로 이주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고향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 한다. 이와 함께 자아 분열적이고 단편화 되는 자신을 바로 이 탈 영토화의 이방에서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개의 욕구의 충동이 존재한다. 타자에 순응하려는 문화적 동질화의 욕구와 동시에 이국적인 것을 거부하려는 이질화의 긴장. 이는 구체적으로, 정체성의 혼란과 상실, 실향의 정서, 세대간의 언어적, 문화적 단절과 이에 따르는 갈등 등으로 표출 된다.
탈 민족적 공간에서의 생존전략은 다양성과 다차원성에 길들어 지기, 본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의 거부, 상대성과 새로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다. 레이 초우가 그의 저서, “Writing Diaspora” 에서 “진정한 사람들은 국가간에 하이픈으로 연결된 사람 (Real people are hyphenated people)”이라는 한 미국인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문화적 단층을 경험하는 미국 내 한인들은 이제 한국과 미국의 두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 연결함과 동시에 변증법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한 하이픈으로 연결된 Korean-American을 지양하고 거친 세계화의 파고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간의 이상적인 모델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결국, 고향과 고국을 떠난다는 것은 상실의 고통과 창조에 따르는 환희의 이중주를 연주해야 하는 운명을 부여 받는 것이다.
끝으로, 평생을 망명자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사이드가 좋아하며 인용한 어느 성직자의 말을 다시 인용해 본다.
“자신의 고향에서만 달콤함을 느끼는 사람은 미숙한 초보자이다. 모든 땅을 자신의 고향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이미 강하다. 그렇지만 전 세계를 하나의 타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완벽하다. 완전한 사람은 자신의 고향을 소멸시킨다.”
<이종덕 객원기자>jdlco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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