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전 뉴욕코리안 편집인)
지난 해부터 매년 1월 13일을 ‘미주한인의 날 Korean-American Day’로 제정해서 미주지역 전체 한인들이 기념하고 있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에 도착한 102명의 첫 한인이민을 기리고 지난 100여년간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의 경제, 문화, 과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는 쾌거였
다. 일년 중 하루를 특정 소수민족을 위해서 기념일로 미연방의회에서 인준하고 선포한 것은 매우 이례적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두번째 한인의 날을 맞아서 미국전역 한인사회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행사가 공식적으로 열렸다. 뉴욕 뉴저지 지역 한인회에서도 행사를 가졌다. 뉴욕한인회에서는 지난해 첫번째 한인의 날에 아무런 행사도 치루지 않고 보낸 것에 비해서 올해는 12일간의 행사일정을 잡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그런데, 역사적인 공식기록이 되는 올해 행사 팜플렛에 오류가 있다. ‘지난 해 제 1회 한인의 날이 하루 전인 12일날 제정되어서 경황없이 당일 아무런 행사도 못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역사기록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제 2회’를 ‘제 1주년’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1회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까닭인가? 그동안 선배들이 매년 수십년 이어온 ‘뉴욕한인의 밤’ 행사를 같이 하는 것이므로 ‘제 47회 뉴욕한인의 밤’도 같이 강조되어야 했다.
‘미주한인의 날’ 제정은 하원 결의에 이어 2005년 12월 14일 상원에서 버지니아주 출신 의원의 상정된 안건으로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이 법안을 통과하기 위해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동포 사업가(윌셔은행 대주주)인 고석화씨가 물심양면으로 수고한 것에 대한 공로로 지난 17일 본국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고 한다.12월 14일날 제정되어 내외 언론에 보도되고, 한달간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뉴욕한인회에서는 2006년 역사적인 제 1회 ‘한인의 날’에 아무런 특별행사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궁색한 변명을 하기 위해서 ‘차수-일자’를 변경하면서 공식문서에 역사적 사실을 거짓 기록해서는 안된다.
제 1회 미주한인의 날 직전 이경로 뉴욕한인회장은 한주간 한국을 방문하고 하루 전에 돌아왔고 결국 뉴욕의 제 1회 미주한인의 날 행사는 50여명이 모인 조촐한 기념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날 워싱턴한인회에서는 기념식과 한국문화축제를 열고 LA한인회 등에서는 한국 정자 ‘다울정’을 준공하는 등 각종 기념행사를 가졌다.
2005년 12월 말에 뉴욕한인회 ‘행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본인이 위원회의 일원으로 위촉되어서 제 1회 미주한인의 날을 그냥 보내서는 안된다고 기념식과 더불어 음악회를 열자고 뛰어다녔다. 그러나 집행부의 무관심으로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것은 부끄러운 기억이다.
그런데 올해 2회 한인의 날은 두달 전부터 신문, 라디오에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등 행사 준비를 거창하게 했다. 한인의 날은 앞으로도 미주한인동포들에게는 가장 의미있는 날로 이 날을 중심으로 많은 행사들이 치루어져서 한인 1세, 2세들이 참여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행사가 지난해와 달리 한인의 날 행사를 두달 이상 대대적인 광고와 가두 캠페인을 하고, 2주간 일정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예의 ‘행사위원회’는 용도폐기되고 ‘축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서 이경로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것도 관례가 아니다. 이회장의 한인사회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서일까? 올 4월에 있을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재출마를 의식한 것일까?
이번에 두번째 맞이한 ‘미주한인의 날’ 행사 전반을 보고 씁쓸한 유감이 드는 것은 ‘한인회와 한인회 행사가 누구를 위해서 있는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많은 동포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하겠다. 또한 동포사회 어느 조직도, 한인사회의 어느 행사나 사업도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어느 한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일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무슨 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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