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찬씨는 조율에 대해 별로 가치를 두지않는 한인들의 인식이 싫었고 자신이 가진 기술을 제대로 펼쳐보고 싶어 USC에 자리를 잡았다고 밝혔다.
USC 음대 피아노 조율사 조성찬씨
“마흔에 정식공부 시작 내 천직이다 여겨
싸게 해주는 게 잘해주는 것 인식 버려야”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그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하든, 수입이 어느 정도이든지간에 프로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USC 음대의 유일한 한인 피아노 조율사(piano technician) 조성찬(51)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조씨는 매일 아침 캠퍼스 내 수영장 부근에 있는 음대 연습실(PIC) 60여대의 피아노를 학생들이 연습하기 좋도록 점검하고 수리한다.
보통 새벽 5시면 연습실에 도착하는데 학생들의 연습 스케줄이 오전 9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4시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9시부터는 좀 여유가 생기고 늦어도 오후 1시쯤이면 일이 끝난다.
“얼마 전까지는 교수들 방에 있는 피아노를 조율했어요. 최근에 연습실로 옮겼죠. 일장일단이 있는데 교수들은 요구사항이 많아 일하기가 까다로운데 여기는 좀 더 여유가 있어요.”
조씨는 2001년부터 USC 음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조씨도 다른 한인 조율사처럼 한인 피아노샵들을 배경으로 한인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싸게 해주는 것=잘해 주는 것’이라는 조율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이 싫었고 자신이 가진 기술을 제대로 펴보고 싶어 USC에 자리 잡았다.
“한인타운에 실력 있는 조율사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인들은 조율에 대해 별로 가치를 두지 않아요. 조율사에 대한 대우도 좋지 않고요. 피아노의 관리 상태를 설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얘기해 주면 ‘이 사람이 속여서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구나’하고 색안경을 끼고 봐요. 반면 미국인들은 피아노에 어떤 문제가 있으니 어떻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합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말이죠.”
한인사회의 조율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번은 신문 광고를 보니까 조율에서부터 조정, 정음까지를 70달러에 해준다는 내용이 나왔어요. 말이 안 되죠. 제대로 해주면 한 번에 될 수가 없어요. 비용도 1,000달러는 족히 듭니다. 대충해주겠다는 거지요.”
조씨가 이렇게 한인타운 조율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자신이 피아노샵을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익에 자유로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런 조씨의 모습이 ‘건방져’ 보이지 않는 것도 일에 대한 자부심 덕분이다.
조씨는 마흔 되던 1995년, “조율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으로 조율을 정식으로 공부했다. 그 전까지는 직원을 고용해 조경 일도 병행했지만 이때부터 조율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아이오와에 ‘웨스턴 아이오와 공대’에 입학, 2년 동안 정식으로 피아노 공학을 공부했다. 1998년에는 일본 도쿄에 있는 야마하 피아노 기술 아카데미에서 한 달 동안 연수받을 기회도 가졌다. 피아니스트 이윤수와의 인연인 계기가 됐다. (조씨는 이윤수가 피아노를 가장 잘 친다고 추켜세웠다.)
“어릴 때부터 윤수 피아노를 조율해 주었는데 1999년 부조니 콩쿠르에 나갈 때 전화가 왔어요. 무슨 피아노를 쓰냐고요. 야마하를 쓰라고 그랬죠. 윤수가 그해 1등 없는 2등에 입상했는데 그 후 야마하에서 자사 피아노로 연주해 입상한 윤수에게 연주용 피아노를 후원했고 피아노가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담 조율사인 나를 교육시키는 열성을 보였어요.”
한달 동안 일본에서 교육받은 조씨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일본은 제대로 하더라고요. 뭘 하나를 해도 대충 대충하는 게 없어요. 조율도 장인정신을 갖고 해요. 당시 같이 연수받던 야마하 직원에게 ‘너희 가게에 조율사가 몇 명 있느냐’고 물었더니 82명이래요. 입이 벌어지더군요. 한인 피아노샵에는 보통 한명씩 두고 있거든요.”
학위를 받고 일본 연수를 한 뒤부터 미국인들도 조씨의 실력을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1999년 콜로라도의 애스펀 여름 음악페스티벌과 LA의 사우스웨스턴 유스 음악 페스티벌(SYMF)에 초청받아 연주용 피아노를 조율했다. 2004년부터는 해마다 스타인웨이 계열사 기술 연수과정을 받고 있다.
조씨는 3년 전부터는 학교 일 외에 ‘댐프-체이서’(Damp-Chaser)사에서 나오는 피아노 자동습도 조절기 한국총판도 맡고 있다. 피아노 재질의 대부분은 나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습도에 민감하다. 이런 이유로 습도만 잘 조정하면 피아노 수명을 두배 이상 늘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60년 전부터 이런 조절장치를 사용했어요. 근데 한국에는 이런 게 있는 것조차 잘 몰라요.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제 한국 사람들도 피아노 관리를 제대로 했으며 하는 마음이 더 커요.”
인터뷰 중간 사업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지만 조씨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 보이는 영락없는 장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성찬씨가 소개하는 피아노 관리법
“습도 조절기 설치하고
연 2~3회 조율 받도록”
피아노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3단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조율’(tuning) 단계. 피아노는 연주자가 건반을 치면 해머가 ‘현’(string)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데 220개가 넘는 현이 정확한 피치와 진동수에 맞도록 장력을 조정하는 조율이다. 조율은 옥타브나 코드 등 음정을 형성해 하모니를 이루도록 해준다.
두 번째는 ‘조정’(regulating). 건반을 쳤을 때 해머까지 힘이 전달될 때, 그랜드 피아노는 30단계, 업라이트는 20단계를 거친다. 이런 힘 전달 과정을 점검해서 건반의 터치가 해머까지 잘 전달되도록 하는 과정이 조정이다. 조정은 연주자 손끝의 뉘앙스가 현까지 민감하게 전달되도록 정밀함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은 ‘정음’(voicing). 음질을 수정하는 단계다. 사람의 목소리가 성악을 배우고 나면 발성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정음과정을 거치며 소리가 제대로 살아난다.
1. 좋은 피아노는 좋은 관리를 필요로 한다
500달러짜리 피아노를 관리하는 데 500달러를 투자하면 5,000달러 피아노를 관리하지 않을 때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2. 정기적으로 조율하라
조율은 조정이나 정음보다 더 자주 해야 한다. 1년에 2~3번은 조율 받는다.
3. 습도조절기를 설치하라
피아노의 재질은 상당부분이 목재다. 나무는 습도에 따라 길이가 변화되는데 습도조절기를 설치하면 길이 변화를 방지할 수 있다.
4. 처음부터 비싼 피아노를 사지 마라
10명이 피아노를 배우면 이 중 소질을 보이는 아이는 1~2명에 불과하다. 아이가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때 비싼 피아노를 사도 늦지 않다.
5. 자신의 피아노 관리 상태를 주지하고 있어라.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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