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잭슨 목사이래,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이 16일 대통령선거에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후, 힐러리 클린턴 의원도 20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준비 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계획은 2월 10일 시카고에서 밝힐 것이라는 오바마는 “1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위치에 오게될지 미처 몰랐다. 나는 국민이 지금과는 다른 정치를 갈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는 요지의 진보적인 발언을 띄웠다. 힐러리는 “나는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I’m in to win). 만일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라크전쟁의 올바른 종결과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축소, 그리고 의료보험 개혁에 힘 쓸 것이다.”라고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그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요즈음 부시 대통령보다도 더 각광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힐러리와 오바마 두 사람이다. 이들은 시카고가 낳은 거물 정치가로 성장했으며, 2008년 대선의 운명적 라이벌이 되었다. 이번 대선의 핵심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성’과 ‘인종’의 만만치 않은 대결이 예상된다.
타임잡지 최신호 여론조사에 의하면, 힐러리 의원이 40%라는 압도적 지지로 돌풍을 일으키며 달리고, 배럭 오바마가 21%, 지난 대선 때 부통령 후보자 존 에드워즈가 11%의 지지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는 존 매케인이 30%,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26%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민주당과 공화당의 가상 대결 시, 힐러리 47%, 매케인 47%로 막상막하의 접전을 예상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은, 앞으로 양당에서 누가 더 출마하느냐? 에 따라 현재구도가 크게 변한다는 것이다. 즉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뛰어 들면 지지율이 힐러리 28%, 오바마 22%, 고어 17%, 에드워즈 15%로 바뀐다. 그리고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요인은 주자별 인지도는 힐러리가 높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의 후보별 지지율은 오바마가 70%로 힐러리의 58%를 크게 앞섰다는 점과, 의외로 흑인의 힐러리 지지율은 60%인데 비해 오바마는 겨우 20%로 3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또 전국적으로 힐러리는 여성의 60%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3대 요소는 본선에 앞서 민주당 후보로 누가 뽑히느냐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한국의 대선은 올 12월에 실시하며, 미국의 대선은 내년 11월에 열리지만, 여야 정당별 후보자를 가리는 예비 선거는 내년 1월 아이오와주를 선두로 막을 올리기 때문에, 미국도 올해 한국 못지 않게 대선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래서 힐러리 의원은 선거의 기선을 잡기 위해, 지난 27일과 28일 4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오와주를 방문했다. 아이오와주는 전통적으로 대선의 향방을 좌우 할 첫 코커스(caucus;당원대회)가 열리는 전략적인 주이며, 뉴햄프셔주 역시 첫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가 열리는 대선 향방의 바로미터 주이다. 힐러리는 27일 드모인에서 민주당 간부와 당원 및 유권자들과 만나는 등 본격적인 유세에 돌입했다. 28일에는 데븐포트에 들러 타운 홀 미팅에서 연설을 했다. 그녀는 선두주자답게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에서 인기와 민주당 대회에서 승리는 별개의 싸움이다. 실지로 민주당 코커스가 열리는 아이오와에서 현재 1등은 에드워즈 이며, 힐러리는 4등이다. 그리고 프라이머리 출발점인 뉴햄프셔서 배럭 오바마가 23%로 1위, 힐러리는 에드워즈와 함께 각각 19%로 공동 2위에 처져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터프 우먼’ 힐러리가 과연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을까? 초미의 관심거리다. 최근 체니 부통령은 “힐러리는 대통령의 자질이 없어 당선 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그녀를 깎아 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서 물의를 빚었다. 체니가 지적한 ‘자질‘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100등 안에 드는 유명한 변호사, 8년 간 백악관의 막강한 안방 주인, 재선의 상원의원, 이 정도의 경험과 능력이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 더구나 정치적 식견과 감각 면에서 결코 남편에 뒤지지 않는 다는 평까지 받는다. 그러나, 그 자질이 힐러리의 인품이나 도덕성, 정직성을 거론 한 것이라면, 힐러리에게는 이것이 바로 대선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나의 집사람은 힐러리를 무척 좋아한다. 야망과 능력이 있으면 여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시카고 캠프에서 선거 운동원으로 활동도 불사하겠다는 자세이다. 나는 엘 고어를 선호한다. 공화당인 우리 아들은 매케인을 지지하며, 힐러리라면 아주 질색이다. 한 마디로 머니퓰레이션(조작)이 많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학교 때부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좋은 점수를 받아 1등을 해야하며, 어떤 경쟁에서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강철같은 여성이다. 힐러리는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고, ‘야누스의 두 얼굴’을 끊임없이 보여준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힐러리에게는 ‘안티 힐러리’ 집단이 어느 후보보다 많다. 어쩌면 이번 싸움은 케네디 스타일의 이상주의자와, 닉슨 스타일의 현실주의자를 선택해야하는 60년대처럼, 유권자들은 대 전환기의 고민을 해야 할 듯하다.
육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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