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줄 수 있어야 돌아올 수 있어
이성교제는 불가론보다 시기상조론
어떤 아들이 아직도 아버지가 멀쩡히 건재하고 계신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찾아가 자기 유산을 미리 달라고 요구했다. 놀라운 일은 그 아버지는 아들의 요구대로 재산을 나누어 주었고 그 아들은 먼 타국으로 떠나 허랑방탕한 삶을 살았다. 마침 그때 거하던 나라에 큰 흉년이 들어 생계는 끊어지고 목숨도 부지할 수 없도록 어려워졌다. 그래서 돼지우리를 치워주며 돼지먹이라도 뺏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자 그 때야 이 탕자는 떠나온 아버지집의 풍요로웠던 날들을 기억하며 크게 후회를 했다. “아, 내가 아버지에게 큰 죄를 지었구나!”라고. 그리고 그 아들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갈 것을 작정한다. 차라리 아버지 집에 돌아가 종노릇을 하는 것이 이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하며.
위에 얘기는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라는 얘기인데 집을 버리고 나갔던 아들을 지극과 정성으로 다시 받아주는 인자한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는 비유로 알려진 얘기이다. 그러나 자식을 키우면서 감동을 받는 부분은 다시 받아주는 아버지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집을 나가겠다고 우기는 그 아들에게 유산을 미리 떼어주어 내보내는 아버지의 결단이다. 재산을 다 호랑방탕 탕진해버린 아들을 받아드릴 수 있는 그 넓은 사랑은 그 좋은 아비의 곁을 떠나 인생의 쾌락으로 뛰어 들고자 하는 아들을 그렇게 해보라고 놓아 줄 수 있는 아버지의 결단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신문에 보기를 현대자동차가 어디엔가 자동차 시험장을 대규모로 지었다는 소식을 읽은 기억이 난다. 현대자동차가 이제야 말로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업자로서 면모를 갖추어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은 참된 자동차 제작은 잘 만들 수 있는 생산 능력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제품을 부서질 정도의 강도로 모든 지구력과 견고함을 시험을 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커스에 보면 양쪽에 그네가 있는데 그 그네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다니는 묘기가 있다. 이 묘기는 한쪽 그네에서 잘 구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후에는 반드시 탄 그네에서 손을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어서 놓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을 살면서도 이런 순간이 몇 번인가 도래하는데 이중 하나가 바로 대학으로의 진학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학은 단순히 좀 더 전문성을 갖추는 전문대적인 사명도 있지만 대학 교육의 또 하나의 사명은 인생을 좀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고등학교는 이런 도약에 필요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누누이 강조한 것은 너희가 장차 무엇이 되고 싶다하더라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다 잘 완벽하게 배워 두어야 한다고 것이다. 미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이나 과학을 등한시 하지 못하게 한 것은 그 정도는 누구라도 다 기본적으로 꼭 알아두어야 하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장차 무엇을 하건 이 세상에서 불편 없이 살려면 그 정도는 다 알아 두어야 하고 장차 대학에 가서 좌절하지 않고 인생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그 정도는 상식으로 꼭 갖추어 두어야 할 힘이라는 것이다.
한창 호기심이 많고 생동력이 넘치는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연애는 금물”이라고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 가면 그 때야 말로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연애도 해서 좋은 배우자를 찾아야 된다”라는 약속이었다. 불가론이 아니라 시기상조론이었던 것이다. 여행을 떠날 사람이 여행의 준비를 해야지 한 사람을 놓고 죽네 사네 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넓게 사귀고 배워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이번 방학 동안에 두 가지 의미 깊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대학에서 방학 동안에 집에 들른 아들놈이 아빠가 방에 있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엄마, 맥주 줘!”하고 떼를 쓴 것이다. 집에서는 요리용 술밖에는 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대학을 가서 술의 세계를 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뭐라고?”하며 놀란 엄마 말에 “그냥 장난해 본 거야”라고 얼버무렸지만 그 다음날 맥주를 한 케이스 사들고 들어오는 아빠를 보고 애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 그 맥주 왜 사왔어?”라고 묻는 딸에게 “술을 안마시기로 한 것은 나의 결심이었지만 너희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아서 미안했구나”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 후 며칠 후 그 맥주가 빈 깡통이 되어 재활용 수거통에 내버려진 것을 보고도 조금도 섭섭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던 것은 이제는 술을 마시고 안마시고 하는 것이 진정 그들 자신의 결정이 되었다는 기쁨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은 정신없이 집 근처까지 거의 다 왔는데 마침 횡단보도를 건너던 두 여학생이 놀란 듯이 급히 서는 것이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 것을 무시하고 직진하려던 것이 마음에 걸려 “아차”했는데 그 여학생 중 한 아이가 창문으로 다가와서 미국말로 “혹시 Paul 아빠 아니세요? Paul 아빠 맞죠!”하며 반갑게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난폭운전을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휴”하고 안심했지만 사실은 Paul이라는 아들놈이 4년 연속 학생회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세력”의 기반은 그 주위를 구름같이 쫓아다니던 여성군단 즉 “Paul’s Fan Club” 덕분이었던 것이 다시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인기는 대학으로 떠난 후 하급생 사이에도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어제는 이제 대학 3학년이 된 딸을 공항에 데려다 주고 오면서 혼자 미소를 지어보았다. 이번에는 스페인으로 향하는 딸을 보내며 걱정과 염려보다는 부러운 마음이 앞서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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