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광고에 미인이 나온다. 화장품 광고에서 예쁜 여자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테면 자동차 타이어 선전에까지 미인이 나오는 것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말 제공해 주느냐는 의문이 있다. 영국 작가 G. K. 체스터톤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브로드웨이가 타임스퀘어에서 네온사인 홍수를 보고‘글을 못 읽는 사람한테는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라고 촌평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광고를 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어둠 속에서 여자에게 윙크’하는 셈 이다.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만 상대방 여자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물론 광고(advertising)는 인간의 행위 중에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할 것이다. 선사시대의 동굴벽화가 그런 것이지만 근대적 형식은 인쇄술, 미디아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처음에는 제약, 코카콜라, 차(茶) 등이 주요 광고 대상이었으나 식품과 담배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사실 “Coca-Cola. Real” 같은 광고에서소비자들이 어떤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단지 소비자는 코카콜라사가 많은 돈을 들여 그 광고를 한다는 사실은 안다. 사실 이것이 소비자에게 주는 유일한 직접 메시지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이런 값비싼 광고를 보고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이렇게 비싼 광고를 하는 회사는 그 광고하는 제품에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출연료가 고액인 예쁜 여배우가 그 광고에 나타나면 더 더욱 그런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준다.‘저렇게 많은 돈을 광고에 쏟는데 하물며 만드는 제품에는?’
그 결과 광고하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Coca-Cola. Real” 광고 자체는 아무런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주는 것이 없지만, 그런 비싼 광고를 하는 회사는 자사 제품 코카콜라의 질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광고는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심어 주는 것이다.
편의상 제품이 질이 떨어지는’개살구(lemon)’와 질이 좋은‘살구(peach)’ 두 종류가 있다고 해 보자. 개살구를 팔든 좋은 살구를 팔든 팔 때는 다 살구를 판다고 말할 수 있다. 말하는 것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고 별로 힘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정직하게 개살구를 판다고 하면서 개살구를 팔거나 아니면 아무 말이 없이 개살구를 팔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경우에는 개살구를 팔면서 살구를 판다고 하는 일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일부러 돈을 들여 거짓을 선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우는 좋은 살구를 판다고 하면서 실제로 좋은 살구를 파는 것이다.
보통 은행 건물은 고딕형 등 장중하다. 돈을 맡기는 예금자에게 안도감 을 주기 위해서이다. 일종의‘광고’를 은행은 건물을 통하여 하고 있는 것이다.‘최대의 기업’혹은‘최초의 기업’식의 소위 기관광고(institutional advertising)도 고객에게 신뢰도를 심기 위한 것이다.
기업이 고액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경우 소비자뿐만 아니라 그 경쟁업체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소비자에게도 그렇지만 경쟁업체에게 그 광고 제품에 대한 회사의 공약이다. 그만큼 이 제품에 우리 회사가 몰두하니 경쟁업체 는 우리와 경쟁하려면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이다. 아예 자신이 없으면 우리에게 길을 비켜 주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이다. 광고업계에게 흔히 광고의 반은 낭비되는데 어느 쪽 반인 줄 모른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든 낭비되는 반은 경쟁업체에게 메시지를 전하는데 사용되는 셈이다.
껌의 왕 윌리엄 위글리에게 굳이 이제 계속 광고를 할 필요가 있냐고 누가 물어 봤다. 이에 위글리는 마침 지나가는 기차를 가리키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잘 달리는 기차를 끊어놓을 필요가 있냐고. 껌 소비자가, 껌 판매 경쟁업체가 잘못 받아드릴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다는 대답일 것이다. 이리하여 기업은 호경기에는 광고를 원하여서 하고, 불경기에는 별 수 없이 광고를 하게 된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