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해야 했던‘척추관 협착증’
LA 거주 김모씨(71)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심해 걷는 것까지 힘들었다.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에, 진통제까지 복용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다가 최근 정밀검사 끝에 ‘척추관 협착증‘(Lumber Spinal Stenosis)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고 ‘X-STOP’ 시술을 받은 후 증세가 호전됐다.
김씨처럼 나이가 들면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한인 노인들이 많다. 이들은 다리 뒤쪽이 땅긴다거나 허리가 아파서 잘 걷거나 오래 서 있지 못하겠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이런 증상의 한인 노인들은 “이제 걷지도 못하는구나. 몸은 갈 데까지 갔다”고 낙심하며 제대로 치료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노인 허리질환인 ‘척추관 협착증’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최근 한인 의료계에서도 가능해진 새로운 치료법 ‘X-STOP’에 관해 할리웃 차병원의 제임스 하마다 척추수술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본다.
척추신경관 노화로 좁아지는 병
허리아파 걷거나 오래 서있지 못해
티타늄 재질 임플란트 척추에 이식
최소 부위 절개 40분-1시간내 수술
■척추관 협착증이란?
간단히 말해 척추부위에서 신경이 지나는 구멍(척추관)이 노화로 좁아지는 질환이다. 척추 뼈마디가 굵어지거나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을 좁아지게 하고 그 결과 척추와 척추를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하거나 조임으로써 다리 저림,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미국 내 약 200만명이 환자로 추정되고 있으며 노년 인구가 늘어갈수록 척추관 협착증 질환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주로 50대 이후 발병하는 전형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압박되는 신경이 어디인가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할리웃 차병원의 제임스 하마다 전문의가 척추 뼈의 돌기 사이에 임플란트를 집어넣는 X-STOP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대표적인 증상과 원인
척추관 협착증은 다리나, 허리, 목, 어깨, 심지어는 팔까지 통증이나 저림 증세, 마비가 오는 듯 꽉 죄는 듯한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심하게는 장이나 방광 기능에 이상이 오기도 한다. 팔다리에 감각이 둔해지거나 다리가 허약해지고 심한 경련 또는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장시간 서 있거나 걸을 때 더 악화되기도 하며 앉거나 눕거나 또는 앞으로 기댈 때 증상이 나아지기도 하나 다시 제대로 서면 또다시 증상이 계속된다. 또 신경 압박으로 다리 혈관의 혈액순환이 방해 받기도 하며 혈관이 좁아지기도 한다. 평행감각을 조절하는 신경이 압박되면 균형감을 상실하기도 한다.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척추의 퇴행성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또한 드물게 선천성 요인으로 척추관이 좁게 태어난 경우 30~40대에 발병하기도 한다.
<척추에 이식하는 티타늄 재질의 X-STOP 임플란트>
‘X-STOP’수술 부작용도 적어척추관 협착증, 디스크와 달리 방치하면 계속 악화
제임스 하마다 전문의는“환자가 심한 통증 때문에 화장실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날 때 제대로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기어서 겨우 일어나기도 하며 때로는 휠체어에 의지하기도 한다”며“서기도 힘들고 신경이 눌려 걷기도 힘들다면 수술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법
초기에 가벼운 증상일 때에는 진통제가 도움이 되기도 하며 물리치료나 코르셋 같은 보조기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수술이 권유되기도 하는데,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보존적인 치료법으로는 완치가 힘들다. 신경 압박이 심해져 중증 이상으로 나타날 때에는 수술 치료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존 척추관 협착증 수술은 시술 부위를 5~10cm 절개해 척추 뼈에 눌려 있는 신경다발을 풀고 압박 부위를 넓힌 다음 일부분을 절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예를 들면 손가락 마디가 굵어져 반지가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반지의 한쪽 부분을 잘라내 손가락의 조임을 풀어주는 식이었다. 이런 수술법은 절개 부위가 크기 때문에 주변의 미세 신경과 근육에 손상이 갈 경우 수술 후 요통을 일으킬 수도 있고, 뼈의 상당부분을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수술한 척추 뼈가 고정이 되지 않고 불안정해지는 ‘척추의 불안정증’이 생길 수도 있다.
■X-STOP 수술은?
< X-STOP은 좁아진 척추관을 확장시켜 증세를 완화시킨다>
그동안 노인층의 척추수술은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노인 척추수술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간편한 수술이 등장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인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X-STOP’ 수술법은 지난 2005년 11월 FDA의 승인을 받은 최신 치료법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제임스 주커먼 박사가 고안했다.
‘X-STOP’은 나사못처럼 생긴 티타늄 재질의 임플란트로 척추 뼈의 돌출된 뼈(척추 뼈의 가시돌기)의 위아래 사이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 ‘X-STOP’ 수술법은 ‘X-STOP’ 임플란트를 척추 뼈의 돌기 사이에 집어넣게 되면 척추관을 좁게 하는 척추의 확장을 제한하고 척추관을 약간 넓게 해 협착증상을 완화시킨다. 특히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하며 약 3 인치가량 최소부위를 절개해 간단히는 40분~1시간 이내 수술이 가능하다.
하마다 전문의는 “최신 기술로 신속하게 수술을 집도할 수 있으며 안전한 것이 장점”이라며 “회복도 대체로 빠른 편이며 환자가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수술이 대수술이라 회복기간도 길고 척추 뼈가 약해질 수도 있으며 흉터도 남는 것과 달리 ‘X-STOP’ 수술법은 수혈이 필요 없고 척추관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지 않으며 척추 신경장애 위험을 최소화하는 시술로 각광받고 있다. 하마다 전문의는 “기존 수술은 신경을 누르는 뼈를 부분 절개하거나 척추가 안정될 수 있게 조인트를 제거하기도 했지만 ‘X-STOP’수술법은 기존 척추 뼈를 희생시키지 않고 간단한 수술로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2001년에 실시된 FDA 임상실험에 따르면 비교 그룹과 ‘X-STOP’ 시술을 한 그룹을 6개월, 12개월, 18개월 그리고 2년 후를 검사한 결과 기존 치료법으로 쉬거나 진통제, 물리치료를 받은 그룹은 13~15% 정도 효과를 보인 반면, ‘X-STOP’ 시술을 받은 그룹은 70%나 효과가 월등했으며 수술 받은 환자 모두 증세가 더 나빠지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더구나 비교 그룹은 20%나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했다.
X-STOP은 할리웃 차병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인 이래 많은 노인층 한인 환자들이 시술을 받았는데 호응이나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병원측은 전한다. 또한 환자의 건강보험이나 메디케어로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회복기간은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 후 다음날 퇴원이 가능하며 대개 1~2주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편. 차병원에는 한인 병동이 마련돼 있어 노인 한인 환자들의 한국식 병원 식사, 한국어 통역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
■척추관 협착증과 디스크의 차이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은 언뜻 보면 디스크와 비슷하지만 치료는 디스크처럼 간단하지 않다. 디스크의 경우 그냥 둬도 신경을 압박하던 디스크의 점진적인 흡수 현상이 일어나 통증이 한결 나아지는 등 자연스런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방치하면 대부분 계속 악화되는 점이 다르다. 또한 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굽히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앞으로 굽히면 오히려 좀 나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앉아 있을 때는 비교적 괜찮다가도 일어서거나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이다.
‘척추수술 권위’하마다 전문의
서글서글한 인상의 하마다 전문의는 일본 이민 3세로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척추수술의 권위자로 통한다. 특히 지난 2002~2006년 미국 소비자 조사 심의회 미국 최우수 외과의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UC버클리를 나와 신시내티 대학 의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USC 메디칼 센터 인턴과정, UCLA 정형외과 프로그램을 마쳤다. 현재 정형외과협회 전문의이자 척추의학협회 전문의, 척추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또한 미 척추수술학회 보드 시험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할리웃 차병원에서 ‘X-STOP’ 척추수술을 주로 집도하고 있다.
하마다 전문의는 “X-STOP 수술은 굉장히 안전하며 간단한 수술”이라며 “수술 받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한인 환자들을 대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임스 하마다 전문의가 척추관 협착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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