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제는 신흥 아이비리그 즉 명문 사립에 버금가는 소규모 사립대학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요즘 부모와 학생들이 달라진 대학 정책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 소규모 사립대학은 훌륭한 교수진과 커리큘럼을 통해 많은 학생들을 명문 대학원에 진학 시키고 있어 충분히 학생들과 부모들에게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기 입학제의 폐지로 대학 입학의 문을 넓혀서 더 많은 저소득층이나 소수계 학생들의 입학을 허용하겠다는 대학의 의지와는 달리 여전히 그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명문 사립대학을 목표로 오랫동안 준비를 한 학생들이지 무조건 학교 성적과 SAT 성적으로 혹시 그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위험천만이 아닐 수 없다.
그 뿐 아니라 날로 치솟고 있는 사립대학의 학비는 서민 가정의 자녀들이 마음 놓고 사립대학을 선택하기를 주저하게 하고 있으며 자유 경쟁 사회로의 첫발을 주눅 들게 만들고 있다. 연 5만달러 이상의 학비를 4년 동안 감당한다는 것이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기 때문에 우수한 한인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소규모 사립대학 선택에 조금만 신중을 기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 ‘공부만 잘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말이 부모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만큼 미국 교육 제도에 대한 홍보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져서 예전처럼 무작정 명문에 걸던 기대가 낮아졌고 명문대 졸업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회 인식이 높아져 이제는 부모들도 무조건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무모함이 적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명문 사립대학에 버금가는 소규모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질 좋은 교육을 받겠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런 부모들의 바람과는 달리 학생들의 사립대학 입학에 대한 준비가 너무 소홀해서 마지막 대학 입학허가서를 받아들고는 만만한 주립 대학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어 그 대책 마련에 비상을 걸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 입학 요구 사항은 먼저 학교 성적(GPA), SAT/ACT I과 SAT II 3과목 이상의 시험 점수, 에세이, 추천서, 인터뷰, 그리고 과외활동과 커뮤니티 봉사 등 학생이 고교 4년 동안 대학 준비를 하며 활동한 내역으로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지원 방법에 대한 좀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몇 년 전 동부의 명문대에 입학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교내 과학 클럽에서 꾸준하게 활동했으며 자신이 전공할 분야에서 성실하게 봉사 활동을 했다. SAT 성적은 그리 높진 않았지만 10학년과 11학년 전 과목에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많은 과목을 택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또한 과목 교사들의 인상 깊은 추천서와 에세이를 통해 학생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려 주었고 일일이 대학에서 원하는 서류를 꼼꼼히 챙기며 최선을 다한 결과 동부의 명문이라는 높은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동부의 소규모 사립 대학원에 전액 장학금으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나는 사립대학에서 내세우는 입학 조건에도 원칙은 있으되 학생 자신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그들이 원하는 수많은 요구 조건은 그저 조건일 뿐 학생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든 우수한 학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대학의 노력에 따라 입학 기준에는 항상 유동성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지난 몇 년간 소규모 사립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명문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는 몇몇 제자들을 보면 부모들의 극성보다는 학생 스스로가 사회에 대한 꿈과 이상을 가슴에 품고 어려움을 극복한 학생들이었다. 이제는 주위의 대학 입학에 대한 부담스런 관심보다는 한인 학생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한인 사회가 나서서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마련해 주고 주류 사회와의 자연스런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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