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보일러 주인들은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매년 난방연료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웃들은 생각이 다르다. 아이들이 동네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없을 뿐 아니라 나무보일러에서 나오는 연기가 이웃집에 스며들어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저 연기만 문제가 아니다. 연기에 민감한 주민들은 눈이 맵고 기침이 나며 메케한 냄새에 짜증이 난다. 나무보일러를 둘러싼 공방은 급기야 법적 투쟁으로 치달았고 해당 지방정부들은 이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뉴욕 주 법무장관실에 따르면 나무보일러에서 시간 당 뿜어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의 양이 자동차 45대 또는 대형 디젤 트럭 2대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석유 의존 줄이자” 대체에너지로 관심
난방비 절약 쏠쏠… 지난 2년새 보급 2배 늘어
자동차 배기개스 수준 오염물질 방출 부작용
아이들 “눈 따갑다”호소… 일부 주 사용제한도
<뉴욕주 스토니 포인트에 사는 피터 뮬러가 자신의 보일러 옆에 앉아서 “나는 재생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웃들이 불평을 한다”고 했다.>
나무보일러는 원래 농가에서 난방용으로 사용됐었다. 그런데 이젠 교외지역 주택에서도 난방용 대체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쪽에선 효율적인 대체에너지라고 부르지만 다른 쪽에선 ‘교외지역의 재앙’이라고 비난한다.
과학자들은 지난 2년간 나무보일러 사용자가 2배로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미 전국적으로 15만가구가 나무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무보일러의 급증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과학자와 환경단체들도 부쩍 늘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나무보일러가 발암물질을 대기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연기가 폐를 나쁘게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나무보일러 사용을 제한하자는 캠페인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돼버렸다.
연방정부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조만간 나무보일러 사용에 대한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서추세츠주 치코피에 사는 에드워드 노왁은 이웃집이 나무보일러를 때면서 고통이 심해 소송을 제기했다. 노왁은 “이웃이 뒤뜰에 에너지 절약용 나무보일러를 사들여놓았을 때 그럴듯하게 여겼지만 연기 등으로 이웃의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소송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노왁은 “나는 집 창문을 비닐로 막았다.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은퇴한 노왁은 끊임없이 연기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살 수가 없어 이사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주 및 연방정부 관계자들에게 전화통이 불나도록 민원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들이 연기 때문에 병에 걸리고 냄새를 참을 수 없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나무보일러 주인들은 이웃의 불평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뉴욕주 스토니 포인트에서 조경업에 종사하는 피터 뮬러는 일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쓰고 있다.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시즌에는 한 달에 400-600달러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뮬러는 “TV 뉴스에서는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석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자고 귀가 따갑게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나무보일러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젠 이웃 주민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뉴욕주에서는 2001년 이래 적어도 50개의 시와 카운티가 나무보일러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했다. 일례로 소폭 카운티는 지난해 11월 다른 집이나 학교에서 1,000피트 떨어져야 나무보일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버몬트주는 1990년대, 코네티컷주는 2005년에 각각 나무보일러 사용 장소를 지정하는 법을 만들어 규제했다. 워싱턴 주는 이를 전면 금지했으며 메인, 미시간, 위스콘신, 매서추세츠주는 주민들이 접수시킨 수많은 민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타당하다고 판단이 되면 적절한 법적 조치가 수반될 것이 자명하다.
나무보일러는 공간이 넓고 나무가 풍부한 농가 지역에서 사용되도록 고안됐다. 연장도구를 담은 큰 통처럼 생겼다. 윗부분에 붙은 굴뚝의 높이가 12피트 정도 된다. 여기에서 연기가 마구 뿜어 나온다. 나무보일러 하나 설치하는 데 약 5,000달러가 든다. 나무보일러는 나무를 태워 열을 만든 뒤 지하에 묻힌 난방시스템 등 각종 파이프의 물을 데운다.
<매사추세츠주 치코피에 거주하는 조셉 터미다예비츠가 이웃집 보일러 사진을 보고 있다. 치코피는 “이 보일러 때문에 얼굴이 금방 더러워진다”고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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