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丁亥年) 새해를 맞이한 서울 시민들은 하나 같이 소망과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황금돼지띠에 살고 있다는 현실에 마음이 뜨겁다.
한해 시작이 월요일인 것은 매 6백년마다 한번 돼지해에 찾아와 태어나는 아기는 나라를 위해 큰 재목감이 된다는 옛말에 지난해 쌍춘년에 결혼한 젊은 부부들은 아기의 탄생을 소망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올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운명적인 해라는 긴박감이다.
올 12월에 치를 대선에서는 보수 대(對) 진보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짝퉁을 몰아내는 한반도 대접전을 벌리게 된다. 10년째 지속된 현 정권은 한번 더 이기면 영구히 민주세력(?)의 집권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무능하고 반미적인 정권을 더 이상 연장시킬 수 없다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하는 보수의 결집도 심상치 않다.
현 참여정부의 지지도가 겨우 10% 내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집권 세력은 작년 말부터 무너져 내리는 난파선에서 서로 먼저 탈출하려는 절대절명(絶對絶命)의 변신이 측은할 정도로 힘겹고 애처롭다.
과거 I.M.F 환난 시절의 김영삼 정부보다 더 인기가 낮다고 하니 서울 시민이 아닌 어느 해외 동포라도 현 정권의 위치는 대강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러면 왜 이 정부가 이렇게 나락(奈落)으로 떨어졌는가? 참여정부는 보수 언론과 충돌하면서 출발부터 실패를 예측했다. 언론이 부패하고 권력화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권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지만 당근과 채찍을 병용하면서 함께 공존해 왔다. 비록 보수 언론의 족벌화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국정의 감시자로서, 최후의 비판자로서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어느 정권도 현 정부처럼 출발부터 언론을 만인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다. 언론과의 충돌로 결국 자신의 업적조차 알릴 기회 상실은 물론 국론만 분열시키고 보수 언론의 저항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서로의 힘을 지루하게 겨루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의 골만 깊이 남겼다. 이런 충돌 사이에서 국민들의 삶은 하루 하루 더 피곤해진 것이다. 서울의 시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이젠 신문도 안 읽고, 텔레비전도 안 본다고 한다.
지난 4년 동안 권력과 언론은 정책의 시비는 뒤에 밀어 놓고 시간만 나면 서로의 말꼬리를 짤라 헐뜯기 때문에 아예 관심조차 끊어 버렸다.
누구의 잘, 잘못을 떠나 말의 상처받지 않고 조용히 살겠다는 것이다. 막말 정쟁(政爭)으로 인해 피곤하기 싫다는 개인주의와도 상통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국민보다 언어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또 하나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의 하나는 국가 경제를 너무 제멋대로 왜곡시켰다는 점이다. 국부론을 쓴 영국의 아담 스미스는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움직인다고 일찍이 강조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무엇인가? 바로 자유와 자율이 아닌가.
경제를 아무리 계획적으로 또는 인원적으로 운영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런 정책이 자유 시장경제의 틀 안에 들어 오면 부작용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즉 시장은 인위적인 경제정책을 아주 냉정하게 거부한다. 그 좋은 예가 지금 여당이 인기주의에 영합해 “민간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자”는 억지 외침이다. 무(無) 주택자의 불만을 표로 연결시켜 자본주의의 기본을 싹 뭉개자는 얄팍한 꼼수와 다르지 않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익을 남기고 싶은 기업의 장부를 정부나 시민단체가 보겠다는 뜻이다. 즉 사유재산을 국가가 공유하자는 제안과 거의 같은 말이다. 이런 발상은 결국 국민 소수의 이익을 빙자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유재산을 부인하게 된다.
앞서 가는 사람은 뒤로 끌어 당기고 쫓아 오는 사람은 뒷발로 차고 옆사람은 밀어 버린 것이 누구냐고 자조적 평가를 내리는 시민도 있다. 지난 4년 동안 국민을 분열시킨 현 정부의 공과가 올해 12월에 있을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신년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현 정권의 실패로 야당 대선 후보들이 힘도 안들이고 고스란히 앉아서 받아 먹고 반면 한자리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 여당은 대선 막판 뒤집기의 돌출 변수를 기대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상식적인 선택은 찾기 힘들고 광적인 변수가 국민을 세뇌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불기 시작한 아파트 광풍도 결국 지나고 보니 정부 불신과 예측 불허의 변수가 경제 상식을 넘어뜨리고 승리한 것이다.
변수가 많을수록 정치와 경제의 중심은 허약해지고 결국은 경제적인 약자만 희생하게 되어 있다. 한국 내 중산층은 무서울 정도로 너무나 조용히 새해를 지켜 보고 있다. 이처럼 어지러운 신년에 한 해를 설계하고 지난 4년을 보상받고 싶어 하는 그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방부 시계가 결코 멈추지 않듯이 올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심의 추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해 초부터 이미 뜨거워진 대선 열기가 벌써 서울 시민의 체감 추위를 잊게 한다.
새해 동포사회는 보다 자유를 즐기고 복을 많이 받기보다 복을 더 베푸는 사회로 변화되면 좋겠다. 돈으로, 학력으로,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대신 새해 목표를 세운 사람과 못 세운 사람으로만 구분하면 어떨까?
또한 꿈이 없는 사람에게는 꿈을 만들어 주는 새해가 우리의 소박한 꿈이 되었으면 하는 고민도 보고 싶다.
(서울에서 dyk47@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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