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적만으로 사회 성공 부족
타문화 아이들과 협력하는 스킬
며칠 전에는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여동생이 중국 사람과 결혼을 했기 때문에 신부측 가족들만 해도 국제적인 데다가 신랑측이 아일랜드 계통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국제적이었다. 벌써 십여년 전 형의 딸이 처음 키가 장대 같이 큰 아일랜드 계통의 신랑을 데리고 왔을 때는 다소 눈에 서툴고 어색했었지만 그 이후로 결혼한 조카사위들 중 아일랜드계가 두 명, 중국계가 한 명, 스웨덴계가 한 명이고 정통 한국인 사위는 단 한명 밖에 되지 않으니까 이제는 익숙해져서 오히려 어느 한 나라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는 면에서 더욱 자유스럽고 창의적인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미국이라도 50년 전까지만 해도 인종이 다른 상대끼리의 결혼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던 주가 많았고 우리 부모님들도 방학 때 부모님 집에 올 때마다 혹시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며느리를 데리고 올까 봐 은근히 걱정하시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미국도 많이 바뀌고 우리도 많이 바뀐 것이다.
신랑의 모친이 바이얼린을 하는 분으로 영화에 배경으로 들어가는 음악을 위해 주로 연주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교회에서 올린 결혼식부터 피로연까지 상당히 수준이 높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해주었다. 트럼핏은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마치고 막 도착했을 정도로 아주 세련되었었다. 또 피로연에는 무도용 빅밴드와 젊은이들을 위한 9인조 록밴드까지 동원되었으니 이것이 결혼식인지 음악회인지 혼동이 될 정도로 아주 특이하게 화려한 결혼식이었다.
결혼식 하면 상다리가 부러져라하고 음식에 많이 신경을 쓰는 우리 식과는 달리 음식은 미리 몇 달 전에 쇠고기, 닭고기, 생선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해서 식사는 웨이터들이 차례차례로 조용히 식탁으로 날라다 주었고 전반적으로 간단하고 낭비가 없이, 그러나 아주 맛있고 고급스러운 음식들이었다. 그런데 음료에는 지극히 신경을 써서 빨간 포도주, 흰 포도주, 샴페인, 냉수, 커피 등 잔만 다섯 가지가 놓여 있었고 조금이라도 잔을 비우는 대로 곧 웨이터들이 와서 다시 채워주었다.
그래서 잔은 늘 차 있었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친척친지들이 신나게 얘기하다가 자칫 실수로 잔을 손으로 쳐서 엎지르는 사태가 여기저기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어느 한 나라의 격식과 전통에 묶여지지 않는 부담 안가는 분위기였다.
당사자들의 요망에 의해서 마음대로 정한 자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였기에 화려한 음악을 배경으로 사이사이에 격식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나와서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결혼식이었다.
축하객의 배경도 다양해서 의사, 변호사, 은행가, 사업가들도 많았지만 고속도로 순찰경찰, 목사, CPA, 회사원, 교수, 보험 판촉원, 음악가, 미술가 등등 인종적 다양함뿐만 아니라 배경도 다양했고 백인, 혹인, 동양인들의 배합이 마치 잘 섞인 야채 샐러드와 같이 다른 사람들의 특징을 존중하는 한도 내에서 각자의 특징을 마음껏 발휘하며 마음껏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는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런 여러 가지 색다름 속에서 한 젊은 신혼부부의 특이한 결혼을 보면서 아 세상은 변해 가는구나 하며 서로 더 한층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무상이 엇갈리는 장면이었다.
신부 자신은 전공이 교육학이었기에 지금은 K타운에서 고등학교의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신랑은 음악을 전공한 첼리스트로 아직 직장은 찾지 못하고 있어서 다소 염려는 되었지만 그래도 바이얼리니스트인 엄마가 여느 유명한 오케스트라에 발탁되지도 않았으면서도 이렇게 멋있는 결혼식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공연한 걱정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직 한국이 그렇게 국제화 되지 않았을 때에 미국에 이민을 왔고 원래 의도와는 달리 자연적으로 혼혈이 되어가고 있는데 최근 오신 분들은 한국인들의 경제권과 국제사회 안에서의 위상이 향상된 덕인지 보다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동양인이라고는 근처에 전혀 없는 미국의 시골 한구석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오직 동아사전만 의지하고 눈치반 실력반으로 어림짐작을 해가며 미국문화에 빨려 들어간 우리와는 달리 정 원하지 않는다면 영어를 전혀 안배우고도 살 수 있는 K-타운 지역의 일부 교민들은 완전히 한국보다도 더 한국적인 생활을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일 현지 영자신문보다는 한국 신문을 구독해 가며 케이블로 한국방송을 청취하기 때문에 자기 관할구의 하원의원이나 시장의 이름은 몰라도 한국의 정치가들, 연예인들은 아주 익히 잘 알고 있는 분들도 많다.
따라서 그런 부모님을 가진 미국 태생의 2세 학생들 중에는 초등학교 때 ESL 클래스 일년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도 대다수 있고 그 중 공부를 잘해서 가주 주립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들 중에도 첫 학기에는 remedial ESL(교정용 외국인대상 영어시간)을 연수해야 되는 아이들이 상당 수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부모일수록 옛날 우리 부모처럼 혹 자녀들이 외국인들, 특히 유색인종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올 때는 잔뜩 긴장을 하는 것을 본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요즘 교육방법이 주입식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개발해 주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따라서 학교 수업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수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룹으로 팀을 이루고 서로 힘을 합해서 프로젝트를 감당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이 말은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아이들하고도 같이 잘 어울려서 협조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알아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대부분이 그렇듯이 학교가 남녀공학이라면 이성과 어떻게 잘 어울리면서 또 지킬 것은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관건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집중적으로 나누고자 한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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