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알면 비즈니스가 보인다.”복돼지의 해, 정해년을 여는 화두로 삼아라. 온 세상에 와인의 붉은빛이 감도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와인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맛이 섬세하고 오묘, 변화무쌍해 와인이 곧잘 연인들이 나누는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와인의 기원이 기원전 9,000여년으로 추정될 만큼 역사가 길고 깊다. 1만년 넘게 내려오며 오만해질 대로 오만해진 와인을 인간의 힘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와인을 모르고서야 요즘 같이 와인 붐 시대에 성공을 논할 수야 없지 않은가. 몰라도 아는 체해야 되는 것을…. 19세기 공산주의 선언으로 유명한 칼 마르크스는“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믿을 때는 조심하라”고 했다. 공산주의자를 믿으라는 말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겁먹지 말라. 쉽지는 않지만 결코 난공불락은 아니다. 복돼지 해의 칼럼 화두도‘와인을 쉽게 알리자’로 정했다. 어렵게 설명해 봐야 와인과의 인연만 멀어질 테니까.
▲바디
맛의 진한 정도에 따라
풀-미디엄-라이트로 구분
▲여인의 몸매와 같은 와인의 ‘바디’(body)
‘바디’(body)를 알면 와인의 절반은 이해 할 수 있다.
와인은 포도의 종류와 토양, 양조장에 따라 신맛, 단맛, 떫은맛, 알콜, 향기, 심지어는 발효용 곰팡이와 땅심의 내음까지 다양하고 복잡하다. 현재 세상에 나와 있는 6,000여 제품들을 혀와 코로 느끼며 구별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웬만한 경험을 가지고서야 근처에도 못갈 것이다.
와인은 여인의 몸매(바디·body)와도 같다. 한모금 입에 넣어 진한 우유를 먹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면 ‘풀바디’(full body), 탈지방 우유 같으면 ‘미디엄’(medium), 물처럼 연하면 ‘라이트’(light) 바디다.
몸매가 그래머 스타일이라면 풀바디 할 것이고 말랐다면 라이트 바디, 중간형이면 미디엄 바디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취향에 따라 그래머와 마른형등 선호도가 다를 것이다. 와인도 개개인의 입맛에 따라 바디 선호도가 다르다.
▲밸런스
알콜 함량·태닌·단맛 등
잘 조화돼야 제대로 된 맛
▲밸런스(balance)
그래머라고 다 좋을까. 키도 크고 왕가슴 인데 허리, 히프등 전반적인 조화가 맞지 않고 탄력도 없어 보이며 피부도 거칠다면 주변의 시선을 끌지 못할 것이다. 와인도 같다.
와인의 바디는 알콜 함량, 떫은맛을 내는 태닌(장기 숙성에 필수), 글리세린의 양, 단맛의 정도 등 크게 4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알콜과 단맛이 높을수록, 태닌과 글리세린이 많을수록 풀바디에 접근한다. 물론 이 4가지 요인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밸런스가 잘 맞는 와인은 초보라도 금방 알 수있다. 향이나 혀끝에 다다르는 감각, 입안에 차는 느낌, 목을 타고 내려갈 때의 맛등이 잘 어울리는 ‘복합미’(complexity)가 좋을 것이다. 아주 좋은 와인에 주로 사용되는 단어다. 균형이 잘 잡히면 부드럽고 섬세(fine)하며 목을 넘긴 후 입안에 남는 여운(finish)이 좋다.
▲ 바디에 따른 와인의 선택
생선과 잘 어울린다는 화이트 와인은 당도나 신맛이 좋지만 장기 숙성에 필수인 태닌 성분이 부족해 육류에 어울리는 레드 와인에 비해 라이트하다.
음식이 부드럽고 양념이 연하면 라이트 바디의 와인이 좋다. 육질이 강하고 짙으며 양념이 강하다면 풀 바디와 어울린다.
식당에 가서 소스가 짙은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웨이터에게 풀바디 와인을 골라달라고 부탁해 보라. 아마도 ‘카버네 쇼비뇽’ 와인을 추천해 줄 것이다.
포도 품종 ‘카버네 쇼비뇽’은 와인의 뼈대를 만들어 주는 태닌성분이 강하다. 태닌은 오랫동안 숙성시켜 더욱 밸런스 풍부한 와인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카버네 쇼비뇽을 남성적인 와인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 포도 품종의 경우, 햇포도주를 담은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의 원료 가메, 피노누아, 멀로, 카버네 쇼비뇽, 시라 순으로 바디가 강하다. 물론 바디를 느끼는 감각은 각자의 입맛에 따라 다를르다.
대체로 레드와인은 프랑스 보졸레, 호주, 캘리포니아산 저가 와인들이 라이트 바디에 가깝고 중간 가격대의 프랑스 보르도, 이태리 키안티, 멀로 와인이 미디엄 와인들이다. 풀바디는 최상급 보르도 와인과 캘리포니아 카버네 쇼비뇽, 이탈리아 바롤로 등으로 꼽을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리슬링이 주도하는 독일산 와인들이 미디움 바디고 보르도 캘리포니아 산 샤도네 등이 풀바디에 가깝다. 프랑스 브로고뉴산 화이트 와인들은 대개 라이트 바디로 보면 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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