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한 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고 한다. 유대인들의 격언가운데는 사람은 금전을 시간보다 중히 여기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린 시간은 금전으론 살 수 없다고 하는 말이 있다.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 미국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국의 최규하 전 대통령도 별세를 하였다. 그 외에도 많은 저명한 인사들과 사랑받던 사람들, 부모, 형제, 친구, 친지들 가운데 정말로 귀하고, 소중하신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이 일들은 올 해에만 있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 세상이 마치는 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가오는 시간의 장군 앞에 언제나 머리를 숙여 복종해야 할 뿐 만 아니라 오늘의 주어진 시간을 머물게 하도록 시간과 싸워야 하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늘 입에 오르내리는 말 가운데 ‘송년(送年)’과 ‘망년(忘年)’이 있다. 대부분 아무런 생각 없이 송년이든 망년이든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그래서 송년회라고 하든지 망년회라고 하든지 구별 없이 사용한다. 그러나 송년과 망년은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 뜻을 보면 서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한 해가 우리 앞에서 흘러간다는 의미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잊어버리는 망년(忘年)보다는 보내는 송년(送年)이 보다 더 적극적이고, 책임적인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어느 신앙인의 기도처럼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한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될 때에 망년보다는 송년의 의미가 더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게 될 때 아름답고, 행복하고, 따뜻하고, 웃는 인생이 되는 것이다.
일본인 다하라 요네꼬 여사가 쓴 자신의 신앙 자서전 ‘산다는 것이 황홀하다’라는 책이 있다. 꿈 많고 감수성이 예민했던 여고 시절에,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다하라 요네꼬는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방황을 하다가 결국 고3 때 달려오는 기차에 뛰어들게 되어 왼손과 양발을 잃는 삼지 절단의 장애인이 되고 만다. 만일 어느 누구가 이렇게 정신적 육체적인 상처를 입고 한 해를 살았다면 분명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망년(忘年)’일 것입니다. 하나라도 기억하지 말고, 모두 잊어버리자 라고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서 부정하며, 자신을 비하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겪고 난지 50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나이 70세가 되어서 ‘내 인생은 황홀한 인생입니다’라고 고백을 하고 있다. 기차에 뛰어들어 사고를 낸 다하라 요네꼬는 자신의 장애를 비관하여 절망과 좌절 속에서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선교사 지망생인 아끼도시라는 청년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고 하나님께서 당신을 위한 계획이 있으니 예수님을 믿으세요”라는 복음의 메시지를 듣게 된다. 그 성경을 읽다가 고린도후서 5:17의 ‘새로운 피조물’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요네꼬의 인생은 변화된다. ‘아, 아직도 나에게는 오른팔이 남아 있고 엄지, 검지, 중지 세 개의 손가락이 남아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송년(送年)의 마음일 것이다. 한 순간도 결코 슬퍼하거나 비관할 수 없이 의미 있고, 행복한 날들이었다고 말할 때 아쉬운 작별의 송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에베소서5:16-17)
한 해를 보내면서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었다고 해도 결코 절망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행하거나 운이 없다고 비관하는 그런 망년(忘年)의 자세보다는 감사하고 기뻐하면 다가오는 시간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갖는 송년(送年)의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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