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뭣꼬? 이뭣꼬? 이뭣꼬?
북가주 참선모임 수선회(修禪會) 탐방기(하-엿듣기)
아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그곳에서 시간만은 시간만의 속도로 흐르고 있다니, 시간이 흐르다니…. 시작없는 옛적부터 끝없는 훗날까지 시간은 늘 그대로인데, 인간들이 저들 편의대로 이리저리 금쳐놓고 조각조각 쪼개놓고 죽자사자 매달리는 게 시간 아니던가.
저녁나절 한참동안 기세 부리다 깊은 밤 이슬 맞으면 목숨 다하는 하루살이가 오늘 진 해 내일 뜬다는 걸 어찌 알랴. 늦여름-초가을, 제 세상 만난 듯 목돋워 노래하는 한철 귀뚜라미가 겨울 가고 봄 오는 제 세상 너머 계절바뀜을 어찌 알랴. 알 필요가 있으랴.
탁.
박선흠 박사가 친 죽비소리에 고체처럼 엉켜있던 찬 공기덩이가 와장창 부서졌다. 그 무거운 침묵, 그 고요한 적막도 쫘악 갈라졌다. 바싹 조여졌던 ‘법당의 잠입꾼’ 겸 ‘복도의 구경꾼’ 신경줄도 팍 느슨해졌다, 혼자서 조심조심 낸 겨드랑이 옷자락 스치는 소리에 그토록 조마조마했으면서도 열두명이 한꺼번에 낸 부시럭 소리를 들었나 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삼배.
8시쯤, 토요일 아침 2시간 참선은 비로소 끝이 났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졌다. 목이며 어깨며 허리를 가볍게 두드리거나 빙글빙글 돌려보거나 무릎이 풀리도록 헛걸음을 걸어보거나 어깨를 뒤로 젖히며 가슴을 으쓱으쓱 펼쳐보거나, 열두 회원들은 저마다 뻐근해진 곳을 단속하면서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참선수행 뒤 참선토론.
…이들은 배운 지식과 총명한 생각 때문에 ‘깨달음이란 이런 것이며 화두란 이런 것이다’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견주고 헤아려서 깨달음을 구하려 할 뿐, 지식과 생각을 내려놓고 쉬는 곳에서 본래면목이 바로 드러남을 알지 못한다. 본래면목은 언제 어디서나 빛을 발하며 처음부터 한번도 어두워본 적이 없는데도, 본래면목을 찾는다는 생각에 가로막혀서 바로 그 찾는 생각 속의 본래면목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수미산(須彌山)
방하착(放下着)이야말로 조사가 전한 진실한 말씀이라고 생각하면서도…생각에 의지하여 보면 시비분별도 생각이요 공(空)도 생각이며 수미산도 생각이요 방하착도 생각이지만, 본래면목에서 보면 시비분별도 본래면목이요 공도 본래면목이며 수미산도 본래면목이요 방하착도 본래면목이다. 깨닫고자 하는 생각을 앞에 두어서 스스로 장애를 만들지만 않는다면 모두가 본래면목일 뿐 다른 일은 없다. 그러므로…
발제자인 이종호 변호사가 사실 저는 멍석만 깔려고 했는데…라며 불붙인 이날(9일) 참선토론은 송나라 때 대혜종고 스님의 서간문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일명 書狀)에 나오는 증시랑(曾侍郞)의 질문에 대한 답서 중 일부. 올바른 참선법을 일깨우는 내용이었다. 올바른 발심이 곧 공부를 좌우한다는 것이 큰스님의 가르침, 그러므로 이
변호사의 발제는 멍석만 까는 게 아니라 갈팡질팡 시행착오 없이 참선수행(방법)의 진액즙을 곧바로 들이키는 것이라 해도 무방했다. 이날 나눠준, 무관심층에겐 도무지 뜬구름 잡는 듯한 한자투 참선문답은 A4용지에 가득 무려 14장. 토요일 그 시간에 그곳에 모여 이뭣꼬?에 파고드는 사람들인 만큼 토론은 장식용이 아니었다.
항아리 속 원숭이가 손에 쥔 바나나만 놔버리면 도망칠 수 있을텐데 바나나 때문에 못빠져나가고 결국 붙잡히는 것과 같이 사람이 자기집착에 빠져서 해탈을 못하고…
세속의 공부는 하나하나 자꾸 쌓아나가는 것인데, 마음공부(참선)는 자꾸 버리라 그런단 말입니다. 버리라는 의미가 뭔가, 온갖 분별망상을 버리라는 것이지요. 성경에도 ‘주여 저의 잔이 넘치나이다’ 이런 말이 있는데…
그것도 생각이거든요.
생각이지만 방편이지요.
생각과 깨어있음을 구별하라는 것 같아요. 생각을 멈춰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뭐든 열성으로 하게 되면 스스로 길이 열리게 돼요…머리 좋은 사람들이 자꾸 따지게 되면 불교박사는 될지 몰라도 깨치는 것은 자꾸 늦춰진다고.
토론은 예정(30분)보다 훨씬 길어져 9시15분쯤에야 (대혜종고 스님의 가르침은)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 방편에 머물지 말라는 것을 1,000년 시공을 초월해서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는 결론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다음주
그 다음주 다음달 다음해 또 그 다음해 계속될 것이기에 그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야 마땅했다. 끝내는 마침표를 찍기 위한 쉼표라야….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수선회는…
IT전문가인 박선흠 박사 등 북가주 참선수련인 모임이다. 산타클라라 대승사(주지 정윤 스님)에서 지난 2월10일(토) 박 박사를 비롯, 주운정 김춘분 문수화 최정일 이창석 이종호 김형찬 최인성 거사·보살들이 처음 참선법회를 가졌다. 그 사이 회원이 20여명으로 늘었다. 변호사 엔지니어 학자 사업가 주부 학생 등 회원들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문호가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다.
참선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부터 50분동안 좌선, 10분동안 걷기참선, 7시부터 50분동안 좌선, 10분동안 요가(각자 몸풀기)를 한 뒤 8시부터 30분 내지 한시간가량 토론식 그룹스터디로 마무리된다. 첫째 둘째 셋째주 토요일에는 산타클라라 대승사에서, 넷째주 토요일에는 카멜 삼보사(주지 연관 스님)에서 실시한다. 삼보사 원정참선은 오전 8시에 시작해 10시쯤 끝난다.
화두는 널리 알려진 이뭣꼬?(내 몸뚱이를 끌고 가고 오고 말하는, 그러나 알 듯 알 수 없는 듯한 이것은 무엇인가?)
리더인 박선흠 박사는 이 화두를 목전에 두고 자나깨나 틈날 때 항상 집중하며, 대분발심을 내서 하지만 힘을 풀고 바른 자세와 호흡을 갖고 한다며 참선이야말로
불멸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는 신심을 갖고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또 참선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안정시킬 수 있는 정신수련법이라며 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하듯 수억개의 인체세포에 우주의 기를 잘 불어넣어주는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참선이 단지 개인 차원의 마음안정을 이끌고 깨닫는 방법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환원, 즉 보시의 차원에서 과학과 의학, 심리치료, 학문적 영역까지 적극적으로 응용되어가고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저희 모임의 장기적인 연구과제로 삼고자 한다는 꿈도 펼쳐보인다. 가입문의 : 박선흠 박사(408-891-0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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