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거품으로 유혹하는‘황금빛 귀족’
축포를 쏘자. 4일 후면 열릴 대망의 2007년 새해를 위해서…. 무엇으로 축포를 쏠까. 폭죽놀이라도 할까? 아니다. 샴페인을 터뜨리자. 사랑하는 연인과 또는 부인, 남편과 마주앉아 샴페인 잔을 부딪치자. 줄지어 솟아나는 작은 공기방울 속에 시름을 털고 새해의 소망을 마음껏 그려보자. “승리했느냐, 샴페인을 마셔라. 패했느냐, 샴페인이 필요하다” 나폴레옹의 샴페인 애찬사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 샹파뉴(Champagne) 지방의 영어식 발음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만 붙는 이름이다. 그래서 나라별로 이름이 모두 다르다. 여타 지방은 ‘무세’(Mousseux)나 ‘크레망’(Crement), 이탈리아는 ‘수프망태’(Spumante), 스페인은 ‘카바’(Cava), 독일은 ‘젝트’(Sekt), 미국은 ‘스파클링’(Sparkling)으로 부른다. 그러니 미국산을 샴페인이라 부르면 무식하다는 소리 듣는다. 미국산은 스파클링 와인(Sparking Wine)이다. 리처드 닉슨이 1972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슈램스버그’(Schramsburge)를 가져가면서 역사가 짧은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이 세계의 이목을 받기 시작했다.
와인에 이스트·설탕 넣고 발효시켜 만들어
가주산 25달러대 적당… 차게 마셔야 제 맛
<가늘고 길게 뻗은 플룻형 클래스 속을 줄지어 올라가는 작은 기포들이 샴페인의 매력이다>
▲잔 따르기
샴페인은 병마개를 조심스레 돌려 따서 마시는 술이다. 싸구려를 샀다면 몰라도 결코 ‘펑’ 소리를 내고 거품을 쏟아내며 마시는 와인이 아니다. 샴페인을 잔에 따르면 거품이 올라온다. 잠시 거품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3분의2 가량 채운다.
품질이 좋을수록 수정 같이 맑은 액체 속에 ‘사~~’하게 올라오는 작은 기포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샴페인으로 여인을 유혹했다. 섹시한 플룻형 글래스를 줄지어 타고 오르는 작은 기포들의 행렬로 여인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톡 쏘며 싸하게 퍼져가는 드라이한 맛 속에 여인의 마음을 스르르 녹여버렸다.
▲샴페인(스파클링 와인)
샴페인 하면 모엣 샹동 양조장의 ‘동 페리뇽’(Dom Perignon)이 대명사다. 17세기께 샹파뉴 지방 오빌레이 사원의 와인제조 책임자였던 동 페리뇽 수도사가 제조법을 정립한 것으로 전해진다(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샹파뉴 지방은 프랑스 파리 북쪽으로 90마일 가량 떨어져 있다. 날씨가 추워 와인의 북방 한계선으로 불리는 지방이다. 가을에 포도를 수확해 발효시켜도 날씨가 금방 추워져 발효가 중단되기 일쑤다.
이를 모른 채 와인을 병에 담아 두면 이듬해 날씨가 풀려 재발효되면서 효모균들이 뿜어내는 탄산개스의 압력으로 뚜껑이 날아가고 병이 깨지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동 페리뇽은 지금의 코르크 마개와 깨지지 않는 병을 만들어 담았다.
요즘의 샴페인은 완성된 와인으로 만든다. 발효가 끝난 와인에 이스트와 설탕을 넣어 각각 병에 담아두고 발효시킨다. 보통 3~4개월이면 발효가 끝나지만 서늘한 곳에 두면 수년이 소요된다(물론 비싸다).
이 병을 거꾸로 세워 이스트 찌꺼기들이 병목에 모이도록 한다. 그리고는 병목 부분만 급속 냉동시켜 뚜껑을 열고 병속의 탄산개스의 압력으로 밀려나오는 얼어붙은 찌꺼기를 재빨리 제거한 후 그 양만큼 다른 샴페인을 채워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막고 철사로 고정한다.
이같이 한 병, 한 병 따로 발효시키는 방법을 ‘샴페인 방식’(Methode Champenoise)이라고 하는데 값이 비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종류
2차 발효 때 첨가되는 설탕물에 따라 단맛이 없는 것부터 아주 단것까지 여러 가지 타입을 만든다. 단맛이 거의 없는 것을 ‘브륏’(Brut), 약간 있으면 ‘섹’(Sec), ‘드미 섹’(Demi sec), 아주 달면 ‘두우’(Doux)라고 표시해 놓는다. 보통 식사 전에는 브륏, 식후에는 섹이나 드미 섹을 선택하며, 두우는 웨딩 케익에 어울린다.
▲포도품종
청포도 샤도네(Chardonay)와 적포도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무네어(Pinot Munier) 세종류가 주로 사용되는데 요즘은 호주산 시라 제품도 나온다.
보통 90%는 세 가지의 포도품종을 섞거나 연도가 다른 제품을 섞어 만든다. 한 가지 포도품종만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블랑 드 블랑’(샤도네), ‘블랑 드 누아’(피노 누아), ‘로제’ 등 세 가지의 특별한 샴페인이 시판된다.
샴페인은 차게 해서 즐겨라 물과 얼음을 채운 통에 30분 이상 담가두어 차갑게 한 후 마시는 게 좋다.
▲샴페인(프랑스)과 스파클링 와인(미국)의 차이
일반적 샴페인은 발효균인 이스트 냄새가 나며 미네럴이 풍부하고 레몬과 여타 오렌지계 과일의 농익은 맛과 향기가 기포에 어울려 잘 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미국산은 조화가 다소 부족해 기포가 와인을 압도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25달러 정도에도 좋은 스파클링 와인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대부분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와인 생산업체들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로 진출해 샴페인 방식으로 제조하므로 프랑스 것에 뒤지지 않는다.
제품이 워낙 다양해 자신에 맞는 주머니 사정에 따라 적당한 가격으로 선별해 구입하기를 권한다. 가격대는 다양한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0달러대 코벨, 35달러 선의 모엣 샹동 등 다양하다.
<샴페인의 본고장 샹파뉴의 양조장 모엣 샹동의 샴페인. 남가주 각 마켓등에서 넌빈티지가 35~40달러선에 팔린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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