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코리야·킹스캐년
‘나홀로’3박4일
1년 만에 맞는 일주일 이상의 ‘긴’ 휴가.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당초 애리조나 또는 유타 등 타주로의 여행을 고려했다. 이런 곳들은 주말을 이용해서는 다녀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목적지는 고민 끝에 세코이아 킹스캐년으로 결정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마음속으로부터 그냥 ‘세코이아가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졌을 뿐이다. 살다보면 많은 경우 논리보다 무의식으로부터 떠오르는 생각이 더 정확한 답을 줄 때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신앙일 수도 있고 그냥 ‘감’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싱글이기 때문에 마음 내킬 때 떠나고 발 가는 대로 돌아볼 수 있는 자유로운 일정. 지난달 2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온 세코이야-킹스캐년, 더불어 허스트 캐슬까지 구경하고 돌아온‘나 홀로 여행기’를 정리했다.
인적끊긴 캠핑장… 발길돌려 랏지로
< 흄 레이크 주면을 산책하다 보면 여러 개의 통나무 집(Cabin)을 볼 수 있다. 각각에는 번호가 붙어 있으며 여름에는 관광객들의 숙소로 사용된다. 19세기말까지는 세코이아 나무 벌목공들의 집으로 사용되던 곳들이다>
▲출발 하루 전(11월28일)
거의 하루 종일을 세코이아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주력했다. 우선 연방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공원 웹사이트(www.nps.gov/seki)에 들어가 세코이아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여행지가 어디이며, 숙소는 어떤 곳이 있는지 대강의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영어로 된 웹사이트가 쉽게 와 닿지 않아 한글로 된 여행 책자를 이용해, 세코이아에 대한 정보를 얻기로 했다. 하루 가까운 공부를 통해 캠핑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첫째 날은 공원 입구에 마련된 ‘포트위샤’(Potwisha) 캠핑장에서, 둘째 날은 해발 6,000피트(2,000미터) 높이 위치한 ‘라지폴’(Lodgepole)에서 묵기로 했다. 이 두 곳은 겨울에도 캠핑장을 개방한다.
그리고 마음이 내키면 하루나 이틀을 더 머물기로 여유시간을 두었다.
▲첫날(29일)
출발 당일. 오전에 빅파이브와 마켓을 들러, 캠핑에 필요한 장비와 음식 등을 장만했다. 스포츠용품점에 들러 랜턴과 텐트 아래에 깔 방수포를 구입했고 마켓에서는 고기와 찌개거리를 장만했다. 운전 도중 먹을 과자와 오징어포도 샀다.
구색을 갖추고 출발한 게 오후 2시. 목적지인 세코이아까지는 225마일. 차만 막히지 않으면 4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쉬지 않고 달려 공원 입구에 도착한 것이 정확히 6시.
해는 이미 지고 어두워진 뒤였다. 공원 입구의 레인저도 퇴근해 ‘입장료는 나갈 때 내세요’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제너럴 셔먼 트리는 부피로는 세계에서 최대 규모다. 나무 둘레는 성인 남자 20명이 둘러싸도 부족할 정도다>
입구에 들어서자 눈앞에 막아선 게 사슴들.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치자 한참이나 쳐다본다. 사람들이 무섭지 않은 듯했다.
입구를 지나 4마일 정도 들어가 첫날 숙소인 포트위샤 캠핑장에 도착하니 캠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RV 차량 한대가 덩그러니 있었지만 캠핑할 분위기가 영 ‘아니올시다’였다. 캠핑장을 한 바퀴 돈 뒤 둘째 날 숙소로 찜해 두었던 라지폴로 가기로 결정했다. 라지폴은 가장 인기 있는 캠핑장이어서 거기에는 캠핑족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서.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산길을 25마일 가량 올라갔다. 하지만 이 곳도 캠핑하는 사람은 없었다. 겨울철 평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캠핑할 분위기가 나지 않아 라지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2마일 정도 내려오자 ‘우크사치 라지’(Wuksachi Lodge)가 나타났다.
겨울에는 숙소 비용이 79달러로 떨어져 부담이 없었다. 객실 안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다음날 여행 일정을 확인 뒤 취침했다.
< 첫날 숙소였던 우크사치 라지의 전경. 아침에 일어나면 눈 쌓인 세코이아의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둘째 날(30일)
아침 식사로 라지 로비 내에 설치된 식당을 이용했다. 메뉴는 평이하지만 세코이아 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이 환상적이다. 손님이 많지 않아 직원들도 친절했다.
식사 후 2마일 가량 떨어진 ‘자이언트 포레스트’(Giant Forest)를 둘러봤다. 자이언트 포레스트에는 세계 최대 부피의 ‘제너럴 셔먼 트리’(General Sherman Tree)를 비롯해 성인 남자 20명이 동원돼야 안을 수 있다는 거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제너럴 셔먼 트리를 향하는 코스에 있는 2마일짜리 ‘콘그레스 트레일’(Congress Trail)도 둘러볼 만하다. 트레일 중간에서 사슴 가족을 만나도 놀라지 않을 준비를 할 것.
오후 3시 뮤지엄을 방문했다. 일반적으로 이 곳 뮤지엄을 여행 출발점으로 삼는다. 뮤지엄에서는 자이언트 포레스트의 역사와 생태환경 등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뮤지엄 옆에는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로락’(Moro Rock)과 자동차가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터널 로그’(Tunnel Log) 등이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가는 길이 경사져 겨울철 운행에는 위험이 따른다.
박물관을 둘러본 뒤 둘째 날 숙소인 킹스캐년 입구인 ‘그랜트 그로브’(Grant Grove)에 위치한 ‘존 뮤어 라지’(John Muir Lodge)로 향했다. 숙소 비용은 59달러로 비수기 덕을 톡톡히 봤다.
<자이언트 포레스트에는 잘려나간 나무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공원 측에서는 잘린 나무의 단면을 전시해 나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천개에 달하는 나이테가 촘촘히 새겨져 있음도 볼 수 있다>
▲셋째 날(12월1일)
아침 식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식당에서 콘티넨탈 스타일로 브런치 겸 해결하고 셋째 날 일정을 시작하다. 우선 차의 개스가 부족해 11마일 떨어진 ‘흄 레이크’(Hume Lake)로 향했다. 흄레이크는 여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호수.
하지만 겨울에는 물이 많이 빠져 물놀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호수 주변으로 형성된 올드타운과 트레일 코스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거리는 2~3마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겨울철에도 사람이 많이 찾는 크리스천 캠프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여행코스.
흄 레이크를 둘러본 뒤 ‘제너럴 그랜트 트리’(General Grant Tree)로 이동했다. 그랜트 트리는 부피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나무로 연말이면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된다. 제너럴 셔먼 트리 등 거인 나무들을 둘러본 뒤라 나무가 크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다.
나무를 둘러본 뒤 준비해간 음식으로 인근 캠핑장에서 점심 겸 저녁을 해결했다. 메뉴는 꽁치김치찌개. 식사 후 다음 숙소로 정해진 프레즈노로 향했다. 오후 9시 겸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했다. AAA 할인을 받으니 비용은 64달러 정도. 다음날 일정을 확인하고 잠들다.
<킹스캐년으로 들어가는 중간에 있는 인공 호수‘흄 레이크’(Hume Lake). 침엽수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LA인근의‘레이크 애로헤드’를 연상시킨다>
▲넷째 날(2일)
베스트 웨스턴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하고 9시30분 허스트캐슬로 출발했다. 오후 1시20분 쯤 허스트캐슬에 도착해 둘러봤다. 허스트캐슬을 만든 윌리엄 랜돌프 허슬러의 일대기를 다룬 40분짜리 기록 영화가 더 감동적이다.
투어를 마친 뒤 오후 3시30분, 가까운 거리의 ‘예술인들의 마을’ 캄브리아로 이동했다. 캄브리아를 둘러보고 오후 5시30분 피스모 비치로 출발. 오후 6시30분 피스모 비치에서 도착해 클램차우더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오후 7시20분 출발, 10시10분 LA 도착하면서 3박4일의 여행을 끝이 났다.
<20세기 초 신문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슬러는 소년시절 유럽을 여행하고 그리스-로마 문화 유적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허스트 캐슬 야외 수영장은 마치 고대 그리스의 건축물과 흡사하다>
<주의사항>
여행을 다녀 온 며칠 뒤 오리건에 사는 한인 스티브 김씨 가족이 폭설에 갇혔다는 뉴스를 접했다. 자칫하면 나에게도 닥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에는 한인 혼혈 제리 쿡이 실종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겨울철 세코이아에서 해가 지는 시간은 오후 4시30분~5시 사이. 가급적 이 전에 모든 여행을 끝내는 것이 좋다. 해가 지면 도시보다 훨씬 어둡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삼간다.
▲빙판길을 조심한다-공원 당국에서 제설차를 동원하고 모래를 뿌리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는 하지만 군데군데 미끄러운 곳이 남아있다. 절대 저속 운전하고 내리막길에서는 기어를 저속에 놓고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개스를 가득 채운다: 11월말부터 세코이아 공원 안에는 흄 레이크 한 곳에서만 개스를 주유할 수 있다. 공안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개스가 ⅔이상 남아있지 않으면 무조건 주유한다. 참고로, 공원 밖 주유소의 레귤러 개스가 갤런당 2.59달러였는데 휼 레이크에서는 갤런당 3.29달러였다(Grant Grove의 마켓에서는 ‘비상 개스’를 구입할 수 있는데 갤런당 5달러. 직원들도 가급적 팔려고 하지 않는다). 흄 레이크에서 그랜트 그로브까지는 11마일, 우크사치 빌리지에서는 약 40마일, 세코이아 입구에서는 약 65마일 거리다.
<세코이아는 어떤 곳>
세코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은 세코이아 국립공원과 킹스캐년 국립공원이 합쳐져 하나의 국립공원이 된 곳이다. 캘리포니아의 척추라 불리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위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아래로는 데스벨리 국립공원과 이웃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인 세코이아 국립공원은 세코이아 나무들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제너럴 셔먼 트리와 미국 국가나무로 지정된 그랜트 트리 등이 볼만하다.
킹스캐년 국립공원은 194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협곡이 유명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겨울철에는 대부분 구간이 폐쇄된다는 사실이다. 공원 입장료는 차량 한 대당 20달러. 7일 동안 출입할 수 있다.
웹사이트 www.nps.gov/seki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세코이아 입구로 갈 경우
5번 N를 타고 가다 베이커스필드를 지나 99번 N를 만나면 100마일 가량 올라간다. 비살리아를 지난 198번 E를 타고 42마일을 달리면 세코이아 공원 남쪽 입구에 도착한다. 약 225마일. 소요 시간 3시간45분~4시간15분.
▲LA 한인타운에서 킹스캐년으로 갈 경우
역시 5번 N를 타고 가다 99번을 만나면 북쪽을 달린다. 프레즈노에서 180번을 만나면 동쪽으로 갈아탄다. 약 245마일. 소요 시간 4시간30분~5시간.<지도 참조>
<글·사진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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