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말과 바른 행동을 쫓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양심의 소리다. 이 소리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터져 나오는 절규이기에 듣는 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거대한 세력에 맞서는 신념어린 경종이기에 굽은 시대를 곧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의 출처다.
지난 가을 뉴욕에서 열린 61차 유엔총회에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한 발언이 한 예이다. 190여개 국가 대표들 앞에서 그는 “어제 악마가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세계안보의 책임자인 것처럼, 마치 전 지구가 자기 소유처럼 착각하고 연설한 미국 대통령이 바로 그 자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차베스의 주장은 MIT 대학 원로교수인 노암 촘스키의 책 ‘패권인가, 생존인가-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의 내용 즉, 미국의 외교정책을 예리하게 파헤친 자료들이 그 뒷받침이었다. 그 동안 미국정부가 중남미의 개발국들을 상대로 벌였던 첩보활동과 제국정책은 양의 탈을 쓴 이리의 행위라고 적나라하게 비판한 것이다.
또 다른 예 하나는 패사디나 만인 성도 교회, 조지 리가스목사의 언사다. 그는 2004년 11월 대통령선거 사흘 전 “만약 예수님이 케리 상원의원과 부시 대통령과 함께 토론회를 가졌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주일 설교를 했었다. 예수님이 천주교신자인 민주당 후보 케리와 감리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과 논쟁을 벌이는 가상적 내용이었다.
예수님이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당신이 이라크 정부를 상대로 한 전쟁 중 근본적인 죄목은 미국인들 생명이 타민족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그 믿음이오. 어떻게 밖으론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며 안에서는 핵폭탄을 만들어 전쟁을 주도할 수 있단 말이오. 당신의 우월주의 행위는 완전 정신 이상자의 처사나 다름없소.”
리가스 목사는 설교를 통해 미국 정부가 전쟁에 쏟는 물자와 인력을 극빈자문제 해결과 AIDS 퇴치에 쏟기를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양심의 소리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엄청나다. 차베스의 UN 연설이후 미국 정부는 차베스의 대통령 재선을 막는 각종 비난과 방해공작을 주도했었다. 결국 12월4일 차베스가 차기 대통령으로 재선되었지만 그가 치른 곤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리가스 목사의 전쟁 반대 설교로 인해 지난 2년간 그 교회는 몸살을 앓았다. 결국 지난 9월 중순 국세청으로부터 2004년에 교회 사업을 벌인 각종 재정 서류와 인터넷 메일 기록들에 관한 제출통보를 받은 것이다.
리가스 목사의 설교가 연방 세금 법에 어긋났다고 내린 조치였다. 정치성을 띤 온갖 근거를 찾아내 3500명 멤버인 그 교회에 허용되는 세금 감면 혜택을 금지한다는 위협이었다. 비록 양심의 소리를 낸 주인공들은 뼈를 깎는 대가를 지불하지만 결국 그 소리의 위력으로 새로운 시대는 오고야만다.
크리스마스 스토리의 등장인물 중 양심의 소리 주인공은 동방박사들이다. 천문학자 혹은 점성가라고도, 열방의 왕들 혹은 종교 철학자라고도 알려진 그들은 별무리 중 큰 별을 따라 긴 여정을 떠난다. 이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르렀을 때 그 곳의 통치자 헤롯왕의 초대를 받게 된다. 그들은 버젓이 유대 땅을 통치하는 왕 앞에서 진짜 유대 왕이 태어났음을 알린다.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그 왕을 찾아 경배를 드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그 양심의 소리로 인해 베들레헴과 그 주변에 태어난 2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이 참사를 당하고 만다. 그러나 동방박사가 간파한 사실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류사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세상사가 어떤 특정 그룹의 권력과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를 벗어나 이루어 질 수 있는 점, 우주안의 기이한 현상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펼쳐질 수 있는 섭리, 살아계신 구주예수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이다.
양심의 소리는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한 줄기 빛과 같다.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이 계절, 우리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양심의 소리야 말로 기쁜 소식의 출처임을 명심해본다.
<손 성> 목사·사우스 패사디나 태평양 연합 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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