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콜라이… 트랜스 팻… 마음 놓고 먹을 것 없었다
2006년도 이제 2주 남짓 남았다. 올 한해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의학계는 새로운 연구, 건강관련 뉴스들이 쏟아진 한 해였다.
올 초 미주 한인들에게까지 충격을 안겨 주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란을 비롯해 건강관련으로 가깝게는 얼마 전 병원성 대장균 ‘e-coli 박테리아’ 시금치 파동, 뇌수막염 감염 위험, 곰팡이 각막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리콜 조치가 취해진 바슈&롬 렌즈 세척액 등은 한인들 피부에 직접 와닿은 건강 관련 뉴스들이었다.
특히 유방 실리콘젤 보형물 재승인, 새로운 유방암 검진 방법, 사후피임약인 ‘플랜 B’ 18세 이상 처방전 없이 구입, HPV 바이러스 예방백신 시판 등 여성 건강과 관련된 새로운 뉴스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올해 새로웠던 건강 관련 뉴스들을 간략하게 종합해본다.
남가주 시금치·타코벨 파 등서 대장균 검출
뉴욕시 비만 주범‘트랜스 팻’사용금지 조치
라카냐다서 뇌수막염 환자 발생 백신‘불티’
<이제 미국에서는 비만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나 비만을 하나의 병으로 인식하는 추세다(큰 사진). 트랜스 팻이 많이 들어있는 패스트푸드.(아래 왼쪽). 이콜라이 대장균 파동이 있었던 시금치. 최근엔 타코벨에서 사용한 야채에서 검출됐다>
#뇌수막염, 자궁경부암 백신=플라자병원 원장이자 남가주 한미의사협회(KAMA) 차기 신임회장 케네스 김 가정주치의는 “올해 라카냐다에서 뇌수막염 환자가 발병해 한인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며 “동부에서는 아예 의무적으로 대학교 때 맞고 있는데 서부지역, 한인타운에서는 맞아도 되고 안 맞아도 된다고 생각해 왔다가 최근에는 꼭 맞아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나 주사약이 모자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뇌수막염(Meningococcal 수막구균성 수막염), 즉 MCV4 백신은 미 소아과학회에서는 사춘기 이전 11~12세에 1회 맞을 것을 권하고 있다. 남녀 상관없이 11세 이후 한번 맞으면 평생 안심할 수 있다. 특히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는 신입생, 군입대를 앞둔 신병은 꼭 맞아야 하는 백신이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HPV(Human Papillomavirus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인 가다실(Gardasil)이 올해 6월부터 판매가 승인된 것도 의학계의 빅뉴스 중 하나였다. 전체 자궁경부암의 70%는 HPV 16형이나 18형 때문에 생긴다. 1회 백신 비용이 약 140달러로 비싸 접종연령은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지만 11~12세 여자 어린이가 대상으로 3회 맞는다.
이 백신은 성생활을 하기 전 맞아야 하는데, 미 소아과학회에서는 11~19세를 권장연령으로 보고 있으며 의학계에서는 여성으로 9~26세이면 백신을 맞도록 권유하고 있다.
#신장질환= 신장질환자가 늘고 있어 이 분야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2,000 만명의 미국 성인이 신장질환을 앓고 있다. 9명중 1명꼴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신장질환자는 2배로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고혈압, 당뇨병 때문에 신장질환자 역시 늘고 있어 의학계 차기 문제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한편 올해 초 FDA에서는 수티니티브란 새로운 신장암 치료제가 판매 승인을 받았다.
#트랜스 팻(trans fat) 그리고 비만= 미국내 비만환자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나 뉴스도 증가추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여성의 평균 체중은 162파운드. 식품업계에서도 트랜스 지방 퇴출 바람이 불고 있다.
올초 개정된 레이블 법에 따르면 트랜스 팻이 1서빙당 0.5g미만이면 0g이라 선전할 수 있다. 0g 트랜스 팻이라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상 소량의 트랜스 지방을 함유하고 있어 쿠키, 크래커, 파이 등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뉴욕시는 미국 내에서 최초로 각 레스토랑 내 트랜스 팻 사용금지 조처를 취했다. 뉴욕 시의 결정은 이곳 LA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트랜스 팻은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심장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트랜스 팻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복부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케네스 김 원장은“예전보다 비만에 대해 사회적 반성보다는 의학적 현상으로 당뇨병처럼 하나의 병으로 인식하는 추세다. 무조건 뛰어라, 무조건 적게 먹어라, 또는 음식만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 관계, 유전자 등 다양한 각도로 앞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모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암= 이달 초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방사선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노스이스턴 오하이오 의대 방사선과교수 리처드 바 박사의 연구보고서에서는 ‘탄성 초음파 영상’(elastography)이란 새로운 초음파 영상 조직검사 기술이 소개됐는데, 새로이 개발된 유방암 검사법으로 조직검사 없이도 몇 분만에 유방암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유전자 검사방법도 새롭게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는 유방암 종양이 생길지 여부를 예측하고 키모테리피 필요 여부도 진단받게 될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올해는 4가지 다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초기 유방암의 예후를 가늠할 수 있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유방암 치료제로 라파티니브가 FDA의판매 승인 신청에 들어간 상태다.
플래스틱 환경호르몬 공포‘시끌’
실리콘젤 재승인·사후 피임약
여성 건강관련 의약품 쏟아져
피부 붙이는 새 우울증 치료제도
# 플래스틱 제품 등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확산
<▲플래스틱 제품에서 나온다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얼마전 플래스틱 제품의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가 한국은 물론 한인 주부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로 떠올랐다. 이달 1일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3세 이하 어린이 장난감 및 유아용품에 프탈레이트(phthalates), 비스페놀 A 등 유해물질로 판단, 사용금지 조처를 단행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16개 유아 및 어린이 용품을 분석한 결과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이 법적 기준치 이상으로 함유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부드러운 비닐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며 비스페놀 A 는 투명도가 높고 부서짐이 방지되는 플래스틱 제품 사용에 쓰이는 재료다.
이들은 환경호르몬으로 정상적인 남성화, 여성화를 방해하며 여러 동물 실험 결과 전립선 및 유방암, 시각 장애, 비만, 이른 사춘기 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프탈레이트 수치가 높은 남성은 정자 수가 감소하고 정자의 DNA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하버드 의대 연구 발표도 나온 바 있다.
비스페놀A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환경호르몬으로 아기 젖병, 치과 실란트, 푸드 캔 등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다. 비스페놀 A가 검출 됐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으나 동물 실험 결과 비만, 유방암, 전립선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래스틱 제품에 뜨거운 것을 담지 말며 전자렌지 사용시는 전자렌지용 그릇을 사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사후 피임약
<◀처방전 없이 판매가 승인된 사후피임약‘플랜 B’>
사후피임약 ‘플랜 B’가 지난 8월 처방전 없이 판매가 승인돼 18세 이상이면 오버-더-카운터로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됐다.‘플랜 B’는 경구용 응급 피임약으로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 후 72시간 내 복용하면 임신 가능성을 89%까지 낮출 수 있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약이지만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피임약으로 사용할 수는 없으며 HIV를 예방하는 약은 아니다.
# 유방확대 실리콘젤 삽입 재승인
FDA(연방식품의약국)에서는 지난달 17일 유방확대 수술에 사용되는 실리콘젤 보형물을 승인해 14년만에 실리콘젤 삽입 유방확대 성형술이 가능해졌다.
#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
피부에 붙이는 우울증 치료제 엠삼(Emsam)이 지난 3월 피부 패치형 항우울제로는 처음으로 최종 판매 승인을 받았다. 프로작, 졸로프트, 팍실 등 기존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환자에게 주로 처방될 수 있다.
# 줄기세포
지난번 중간선거때의 이슈로도 떠올랐던 줄기 세포. 지난 6월 하버드대 줄기세포 연구팀은 체세포 핵 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복제 실험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중간 선거 때는 여러 주에서 줄기세포 지원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한편 부시대통령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 기금을 지원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올해 보스톤 연구팀은 배아 파괴없이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찾았다고 발표했으며 일본의 한 연구팀은 아예 인간 배아가 필요없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윤리 문제를 비껴간 연구들이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어떤 연구가 발표되어도 실용화 단계까지는 갈길이 매우 멀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듭되고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당뇨병, 파킨슨병, 척수손상 환자, 구게릭병 등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장균 파동
지난 9월 대장균의 일종인 이콜라이(E.coli) 박테리아가 남가주산 시금치에서 검출됐으며 최근 뉴저지에서는 이콜라이균 때문에 타코벨이 잠시 영업을 중단했다 재영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콜라이 박테리아는 익지 않은 음식이나 갈은 쇠고기, 생야채 등에서 발견될 수 있으며 박테리아 감염위험이 있는 음식을 조리한 도구를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
감염되면 피가 섞인 설사를 하며 복통을 동반한 설사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신부전증을 일으키며 어린이, 노인 등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대장균 예방을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으며 걸렸다고 의심되면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뇌수막염 백신>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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