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통해본 다양한 관점
사상·이념은 듣고 읽은 것이 바탕
나의 아내는 동네의 큰 백인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3~4세짜리를 가르치는 교사로 일을 하고 있다. 천성이 어린아이 같아서 아이들 사이에 인기가 있고 학부형들한테도 아주 인기가 많은데 하루는 사색이 되어서 돌아왔다.
“잘릴 뻔” 했다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본 즉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해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는데 분명히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인데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에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에요?”라고 물으니까 하나 같이 산타크로스 할아버지 얘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때는 이때다 하고 신이 나서 아기 예수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라고 한참 신나게 얘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크리스마스에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에요?”하고 물었더니 마찬가지로 또 산타크로스 얘기만 하더란다.
그래서 이번에는 산타라는 사람은 있지도 않고 하늘을 날으는 썰매는 물론 다 만들어낸 얘기라고 얘기해 주고 얘기를 끝냈었다고 한다. 그것이 하루 전의 일이었는데 그 날은 아침부터 학부형들이 달려와서 산타가 없다고 얘기를 한 것이 사실이냐며 무엇 때문에 순진한 우리 아이의 꿈을 깨뜨려 버렸느냐고 흥분해서 항의들을 해서 결국 교장 선생님의 중재로 겨우 진정이 됐다는 것이다.
아내 왈,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종교적인 장식품을 못 달게 하고 연말인시에도 크리스마스라는 말 대신 ‘Holiday Season’이라고 하기 시작한 것은 그렇다고 해도 그래도 명색이 교회에서 하는 학교인데 거기서도 바른 말을 못하면 어디서 하느냐, 그만두고 싶다”라며 실의에 빠졌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로 따지고 보면 크리스마스와 기독교와의 관계는 나의 아내가 생각하듯이 그렇게 깊었던 것만은 아니다. 기독교인이 ‘크리스마스’를 세상에 빼앗겼다고 탄식하기 이전에 사실은 많은 의미에서 크리스마스는 기독교가 세상으로부터 빼앗아온 명절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예수의 탄생일은 겨울이 아니라 봄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처음 탄생한 아기 예수를 찾아왔다고 기록되어 있는 목동들이 들에서 양을 치는 것은 겨울이 아니라 봄일 확률이 더 많기 때문이고, 12월25일은 원래 로마의 엘로가블루스 황제가 AD 270년에 태양의 재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명절이었던 것을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되면서 예수가 언제 탄생했는가와는 상관없이 그 날을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크리스마스는 14세기 중세에 제일 크게 활성화됐다가 보스턴의 청교도들은 성경적이 아니라고 폐지하기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산타는 1812년에나 나온 이야기였고 오늘 같이 소나무에 장식을 하기 시작한 것은 1835년에 독일에서 시작한 것이었다고 한다(Wikipedia 백과사전, http://en.wikipedia.org/wiki/ Christmas#History).
단순한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습만 보아도 이렇게 많은 내력이 있고 변천을 겪어 와서 어떻게 크리스마스에 산타밖에 모르냐고 실의에 빠지는 나의 아내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다 바쁘게 사는 이 때에 만사를 제쳐놓고 “산타가 없다고 한 선생이 누구냐?”고 따지러 오는 부모들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냐에 따라서, 즉 우리의 사상과 이념과 신앙에 따라서 이렇게 우리의 행동과 사고와 감정이 달라지는 좋은 예가 된다. 이것은 우리가 독서를 할 때에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을 가르쳐 주는데 그것은 ‘분별력의 절대적 필요성’인 것이다.
우리의 사상과 이념과 신앙은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말년에 병들은 몸으로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도 그 자리를 선뜻 차기 지도자에게 내놓지 못하는 초라한 독재자 카스트로도 쿠바 사람들은 하늘과 같이 우러러 보는 대상이 되어 있고,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한 초 엘리트 골프캐디도 “위대한 김정일 지도자 동지께서는 한 라운드에 11개의 홀인원을 하시는 진귀한 대기록을 달성하셨습니다”라고 눈 한번 깜박 안하고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을 듣고 무엇을 읽었는가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매일 밤 동화를 읽어주면서도 절대로 읽어 주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얘기로 소위 말하는 ‘공주병’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다. 하다못해 ‘심청전’도 안 읽어준 것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내 눈이라도 빼어주고 싶은 것이 올바른 부모의 심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효심을 중시하여 부모를 위해 5년상까지 지내는 것을 본으로 하는 한국적 유교에서 나오는 얘기라고 하지만 들으면 믿게 된다고 이런 얘기는 어느 정도 분별력이 생길 때까지 절대로 들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반지의 제왕’이라던가 ‘해리 포터’ 등도 하도 유행하니까 읽게는 했는데 읽기 전에 충분한 경고를 해주었고 읽고 난 후에는 그 책들에 대한 부모로서의 입장을 분명히 얘기해 주었던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영화를 아주 많이 보는데 영화도 마찬가지로 중학교까지는 똑같이 동행을 해서 영화가 끝난 후 토론의 시간을 가졌고 나중에는 친구들끼리 가는 것이 잦아지면서 따로 라도 꼭 보고 같이 토론을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고 나서부터도 매주 한 번씩 모이는 ‘가정예배’ 때에 항상 분별력과 비판적 자세로 영화를 본 소감을 꼭 확인하고는 한 것이다.
독서는 양이 아니다. 독서는 책상에 앉아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모든 저자들과도 대화할 수 있게 하고 그 대화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사상과 이념과 신앙이 빚어지며 그 사상과 이념과 신앙은 그들의 인생을 만들어가기 때문인 것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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