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박물관‘거룩한 형상, 신성한 땅…’ 전시회
시내산 기슭 성캐더린 수도원이 보관해온
비잔티움 시대의 희귀 성화들 일반에 선봬
“하느님이 가라사대 이리로 가까이 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기독교, 유대교와 이슬람교 3대 종교가 가장 거룩한 성지 중 하나로 여기는 시내산 기슭에는 요새가 하나 외로이 서있다. 지난 1,400년동안 황량한 사막에서 모세의 떨기나무를 지켜온 성 캐더린(Saint Catherine’s). 비잔티움 시대의 기독교 성화들이 아직 남아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곳으로 이 수도원의 소중한 보물들을 지금 LA에서 볼 수 있다.
성 캐더린 수도원에 보존된 고대와 중세 성화들을 선보이는 전시회 ‘거룩한 형상, 신성한 땅: 시내산의 성화들’(Holy Image, Hallowed Ground: Icons from Sinai)은 폴 게티 박물관에서 “지금까지 박물관이 맡은 가장 중요하고 야심적인 사업 중 하나”라고 밝힌 프로젝트로 비잔티움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서기 6세기 납화 ‘사도 성 베드로’를 비롯해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6-13세기의 성화(icon) 43품, 고대문서 6품, 성례물 4품 등은 성 캐더린의 위치와 역사적 배경 덕분에 지금까지 보존된 유물들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가장 오래된 기독교 미술을 볼 수 있는 셈으로 비잔티움 시대의 성화들은 양식화된 후기 성화들과 달리 사실적인 스타일이 특히 돋보인다. 게티 박물관은 또 이번 전시회를 위해 제작한 1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성 캐더린에서의 예술과 예식의 만남을 조명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 캐더린은 모세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을 때 목격한 불붙은 떨기나무가 있는 자리라고 전해지는 시내산 기슭에 서기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 동로마 황제의 명령으로 건축돼 오늘날까지 존속하는 수도원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순교자 성 캐더린의 시신을 천사들이 여기로 가져왔다고 전해져 성 캐더린이라고 불리는데 외딴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모세가 하느님과 대화하고 십계명을 받았다는 이곳에 많은 기독교 순례자들이 찾아와 지난 14세기에 걸쳐 동서양이 만나온 세계적 교차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 캐더린의 매력은 황량한 사막에서 문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1,400년 동안 본래의 모습과 전통을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5세기에 기독교가 로마 국교로 채택되고 다신교도들이 대거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예수 그리스도, 성인들과 천사들을 그림이나 동상으로 묘사한 성상(icon)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4세기까지 빌라도가 만들었다는 예수의 성화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오랫동안 이들 성화는 기적을 행하는 성물로 여겨져 왔고 특히 그리스도 정교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8세기에 교회회의(ecumenical council)가 성상을 우상으로 규정하면서 성상파괴운동(iconoclasm)이 시작돼 비잔티움 시대의 많은 성화들이 영원히 손실됐지만 성 캐더린은 고립된 위치 덕분에 이를 모면할 수 있었다. 또 수도원은 이곳에 피신했던 선지자 마호메트로부터 수도원 보호를 직접 서면으로 약속받아 이슬람 세계 한가운데서 기독교 전통을 끊임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수도원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광범위한 성화 컬렉션과 바티칸 도서관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고대문서를 소장하고 있다.
11월부터 시작된 전시회는 내년 3월4일까지 게티 센터(1200 Getty Center Drive)에서만 단독으로 열리며 이와 관련해 다양한 행사가 센터에서 열린다. 가이드 투어(매일 오후 3시)와 큐레이터 투어(12월19일 오후 3시, 1월17일 오후 3시), 예술가가 보여주는 성화 기법 시범(12월31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오후 1~3시), 온가족을 위한 노래와 이야기 페스티벌(2월24일 오전 10시-오후 6시), UCLA 인류학 교수의 순례에 관한 강의(1월21일 오후 4시), 수도원 고대문서를 통해 보는 미술 세미나(2월6일 오후 3시) 등이 있으며 1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DVD를 웹사이트(www.getty.edu)를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나 파킹 요금이 8달러다. 게티 센터 개장시간은 매주 화-목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금·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문의 (310)440-7300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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